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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호의 진짜투수] ‘여름사나이’ 송승준이 회복한 자기 확신
입력 2016-02-11 06:02 
시즌을 길게 보고 단단히 준비하고 있는 송승준은 마지막에 웃을 수 있는 팀과 자신의 2016시즌을 설계하고 있다. 사진(미 피오리아)=옥영화 기자
완벽하게 압도적인 한 경기를 완성하는 것도 멋있는 일이겠지만, 팀의 구성원으로서 투수의 진짜 가치 있는 활약은 역시 한 시즌을 꾸준한 퍼포먼스로 완주하는 일일 것이다.
그래서 애리조나 전훈캠프지에서 만난 송승준(36·롯데)의 시즌 설계는 듬직해보였다. 한 시즌을 길고 크게 보면서 올해는 팀 롯데와 주축 선발인 자신이 나란히 마지막에 웃을 수 있는 부활의 완성을 준비하고 있었다.
‘여름 송승준으로 유명한 그는 뜨거운 여름에 더욱 화끈하게 힘을 내는 ‘이열치열 투구의 대표적인 투수다. 그러나 ‘슬로스타터로 표현되는 시즌 초반의 고전은 송승준 본인에게 오랫동안 마음의 짐이었다.
2008년부터 2011년까지 4년 연속 10승을 따냈지만 줄곧 초여름 이전에 페이스를 끌어 올리는 데는 애를 먹었던 송승준은 최근 몇 시즌 동안 전지훈련 때마다 부쩍 조바심을 냈다고 한다. 캠프 피칭량을 많이 끌어올리면서 개막 초반부터 치고 나갈 수 있는 레이스를 꿈꿨다.
그러나 결과는 그리 좋지 못했다. 잔뜩 어깨를 달구고 개막을 맞았지만, 힘겨운 초반은 여전히 극복하기 어려웠고 여름 레이스마저 길게 안정감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았다. 결국 송승준은 2012년 이후 최근 4시즌 동안은 한번의 10승(2013년)에 그치고 말았다. 시즌 초반에 대한 욕심으로 무리하게 페이스를 끌어올리려 했던 조급한 시도는 전체적으로는 예전만 못한 시즌들이라는 결과로 돌아온 셈이다.
올해 송승준은 체력훈련 등 여타 훈련량은 충실하게 채워가면서 피칭량은 (의도적으로 늘리기 이전의) 예전 리듬으로 떨어뜨렸다고 한다. 조급하지 않고 길게 보면서 준비하고 있다”는 그는 전체적으로 성공적인 한 시즌의 완주를 계획하고 있다.

안정적인 10승 투수는 모든 팀들에게 소중하다. 한 경기의 승패가 모여 한 시즌을 만들지만, 한 경기의 승패에 지나치게 집착하다가는 한 시즌의 페이스를 흐트러뜨릴 수도 있다는 게 장기 레이스의 어려움이다.
개인적으로 ‘변화는 올바른 방향 못지않게 적절한 타이밍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부진할 때는 변화가 필요하지만, 결과가 좋을 때는 이곳저곳 손을 대는 데 신중해야 한다.
송승준은 힘겨운 스타트에 대한 스트레스에 얽매이는 대신 ‘10승투수 시절 자신의 성공적인 레이스에 대한 자신감을 되찾기로 했다. 주된 변화구 메뉴였던 커브, 포크볼 대신 올해는 슬라이더를 많이 써볼 작정”이라는 그는 섬세하게 구질을 다듬으면서 양보다는 질적으로 집중도 높은 훈련을 하고 있다. 2016시즌의 마지막에 뿌듯하게 웃을 수 있는 선택이기를 응원해본다. (SBS스포츠 프로야구 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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