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李기자의 리얼티 톡] 미분양 막으려면 청약자보단 계약자?
입력 2016-02-06 09:02 
안성푸르지오 모델하우스에서 진행된 경품이벤트 모습
#대형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경쾌한 템포의 댄스 음악을 배경음악 삼아 분양상담사는 목소리는 한껏 높인다. 이런 대여섯 명의 소리가 모여 모델하우스 내부를 가득 채운다.
건물 외부에서는 입장 순서를 기다리는 방문객들이 굽이굽이 줄지어 섰다. 다른 한쪽에서는 무언가를 적기 위한 판을 들고 있는 사람들이 모자를 푹 눌러쓰고 주위를 서성거린다. 수도권이나 지방에서는 아예 천막까지 치고 당당하게 웃돈(프리미엄)을 운운하는 이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전매하려면 본인을 통하라는 말과 함께다.
이는 새로 아파트를 분양하는 모델하우스 앞 풍경이다. 방문객 수가 마치 현장의 성패를 좌지우지 하는 듯 사람을 끌기 위한 경품 추첨은 3일 연속(주말) 계속된다.
분양관계자들의 1차 목표는 높은 청약 경쟁률이다. 경쟁률이 높게 나오려면 방문객들이 많아야 한다. 설사 계약까지 이어지지 않더라도 무조건 청약경쟁률이 높아야 각종 홍보자료를 만들어 훗날을 기약할 수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청약이 끝난 뒤에도 모델하우스가 들썩이고 있다. 청약당첨자들을 대상으로 한 이벤트가 시작됐기 때문이다.
지난달 31일 대우건설이 짓는 ‘안성 푸르지오의 모델하우스에서는 계약자를 대상으로 추첨을 통해 1등 기아자동차 K7, 2등 K5, 3등 K3의 총 3대를 증정하는 행사가 진행됐다. 이 외에 추가로 50인치 TV, 전자렌지 등도 함께 추첨을 통해 계약자들에게 제공했다.
이날 행사에 모인 약 600여명은 빈손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당첨되지 못한 계약자들을 위해서는 케이크를 마련해 빈손으로 돌아가는 이들이 없도록 했기 때문.
청약률보다는 실제 판매와 직결되는 계약률이 중요해지면서 건설사들의 마케팅이 계약자들을 대상으로 전환되고 있다. 이는 최근까지 이어진 부동산 호황기에 투자수요 비중이 높아지며, 청약은 우수한 성적표(?)로 마감해도 계약 단계에서 당첨포기자들이 생겨 미분양 단지가 속출하고 있어서다.
안성 푸르지오의 분양대행을 맡은 박정훈 하우징멘토 본부장은 같은 마케팅 비용이라고 하면 단순 방문객보다는 실구매자인 계약자들에게 혜택을 주는 편이 효과가 좋다”며 이런 ‘애프터 마케팅으로 계약자들의 만족도는 해당 지역에 입소문으로 이어지고, 이는 또 새로운 수요 창출로 연결되기 때문에 선순환 홍보효과가 큰 것으로 보고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역대 최대 규모 분양으로 이슈가 됐던 대림산업의 ‘e편한세상 용인 한숲시티(6800가구)에서도 계약자를 대상으로 풍성한 경품행사가 진행됐다. 지난해 12월 18~20일과 25~27일 주말간 모델하우스를 방문한 계약자에게는 홍삼을, 함께 방문한 지인에게는 주방 8종 세트를 증정했다.
대구 대신2-3지구 주택재건축 사업인 ‘e편한세상 대신의 모델하우스에서도 역시 청약 당첨자를 대상으로 세탁기, 냉장고, LED TV 등을 증정하는 경품 이벤트를 진행한 뒤 지난달 분양을 마감했다.
한 분양업계 관계자는 분양시장이 호황일 때는 남은 물량(미분양)의 계약건을 채우기 위해 열을 올리다 보니 정작 당첨자는 찬밥신세로 전락해 대우를 못 받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면서 하지만 올 들어 겨울철 비수기에 주택대출규제까지 더해져 분양시장이 주춤하자 계약률을 높이기 위해 청약 당첨자에게 공들이는 사업장이 늘고 있는 추세”라고 귀띔했다.
[디지털뉴스국 이미연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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