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아메리칸 드림’ 테드 크루즈, ‘막말’ 트럼프 꺾었다
입력 2016-02-02 16:26  | 수정 2016-02-02 16:51
아이오와 코커스 결전의 날, 유세하는 크루즈

테드 크루즈 공화당 상원의원(텍사스)이 도널드 트럼프 바람을 잠재우며 먼저 1승을 올렸다.
1일 저녁(현지시간) 치러진 미국 대선 첫경선 아이오와 코커스(당원대회)에서 크루즈가 28%를 득표, 24%를 얻은 트럼프를 4%포인트 차로 꺾었다. 3위를 차지한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은 23% 득표율을 기록하며 트럼프를 바짝 추격했다. 여론조사에서 압도적인 1위를 유지해 온 트럼프의 여론 지지도에 상당한 거품이 끼어있음이 확인된 셈이다. 트럼프 여론 지지율은 득표율로 이어지지 않았고 트럼프 유세장을 쫓아다니던 열성 지지자들은 투표장에 나타나지 않았다. 아이오와 코커스에서 패배하면서 남은 경선에서도 트럼프 열풍이 잦아들 가능성이 높다.
이날 공화당 17번 선거구 투표장이 마련된 아이오와 드모인의 먼로 초등학교 도서관은 30여명의 유권자들이 조용히 자리를 지키고 있을 뿐이었다. 트럼프 핵심 지지층인 저소득·저학력 백인들의 투표율이 저조할 수 있다는 전망이 현실이 된 셈이다. 500여명의 유권자들이 몰린 맞은 편 체육관의 민주당 39번 선거구 투표장과는 딴판이었다.
본선 경쟁력이 없다는 점도 트럼프의 발목을 잡았다. 트럼프의 경우, 보수주의자들과 백인들의 강력한 지지를 받고 있지만 ‘히스패닉 추방 ‘무슬림 입국금지 ‘여성 비하 등 막말을 쏟아내면서 적을 많이 만들어 본선에 가면 힐러리 후보를 이기기 어렵다는 우려가 있었다. 실제로 트럼프는 힐러리 후보와의 맞대결을 가상한 각종 여론조사에서 열세를 면치 못했다.

미국 대선 첫 경선인 아이오와 코커스에서 트럼프 돌풍을 누르고 1위를 차지한 테드 크루즈 텍사스 상원의원은 쿠바 이민자의 아들로 태어나 명문 프린스턴과 하버드를 졸업한 ‘아메리칸 드림의 상징으로 유권자들의 주목을 받았다. 탄탄한 조직력과 트럼프에 대한 반감도 크루즈의 승리 요인으로 작용했다. 크루즈 부친은 스페인계 혈통 쿠바인이고 모친은 아일랜드와 이탈리아계 피가 섞인 백인 미국인이다. 크루즈는 1970년 12월 캐나다 앨버타주 캘러리에서 태어났다. 그는 텍사스주 휴스턴 고등학교를 수석 졸업한 후 프린스턴대에 입학했고 대학 토론대회에서 우승하는 등 두각을 나타냈다. 하버드 로스쿨에서 수학한 후 1996년 윌리엄 렌퀴스트 전 연방 대법원장 보좌관으로 일하며 정치권에 발을 들여놨다. 2003년에는 히스패닉 사상최초·최연소 텍사스주 법무차관직을 맡았다. 2012년에 텍사스주 상원의원에 당선됐고 2013년 상원에서 21시간 19분 동안 ‘오바마케어 반대 연설을 한 것을 계기로 일약 스타 정치인으로 부상했다.
크루즈는 이번 아이오와 경선을 앞두고 각 당 후보 중 유일하게 아이오와주 99개 카운티를 모두 돌며 이번에 트럼프를 꺾지 못하면 영원히 기회가 없을지도 모른다”며 지지를 호소해 커다란 관심을 끌었다. 트럼프의 막말과 과거 친민주당 성향을 보였던 이력을 보여주는 ‘네거티브 광고를 집중적으로 내보냈고 투표를 독려하는 메일을 유권자들에게 보내는 등 공격적인 선거운동을 펼쳐 승기를 잡았다.
그러나 공화당은 크루즈의 승리보다는 마르코 루비오 플로리다 상원의원 부상에 더 주목하고 있다. 공화당내에서는 트럼프와 크루즈 모두 주류로 인정하지 않는다. 트럼프는 부동산 재벌 출신으로 애당초 정치권 인사가 아니었고 크루즈는 당내 극우 강경세력인 티파티 지지를 받고 있기 때문에 거부감이 있다. 공화당 주류 세력은 이번 아이오와 경선에서 23% 지지를 받으며 트럼프와 대등한 경쟁을 펼친 루비오에게 관심을 보이고 있다. 루비오 캠프에서 아이오와 경선을 마친 직후 사실상 승리”라며 자축연을 연 것도 이같은 연유에서다. 루비오의 선전은 향후 경선에서 주류 공화당원들의 표를 결집하는 기반이 될 것으로 보여 남은 경선에서 크루즈와 접전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드모인(아이오와) = 이진명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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