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삼성생명, 전자지분 다 팔아야 할수도
입력 2016-02-01 17:35  | 수정 2016-02-01 23:31
삼성생명이 금융지주사로 전환할 경우 12조원이 넘는 보유 삼성전자 지분을 전량 처분해야 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삼성그룹은 삼성생명 금융지주사 전환 이후 삼성전자 지배력을 유지하기 위한 방법을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SDS 지분 매각대금 3000억원을 애초 계획한 삼성엔지니어링 지분 매입 대신 삼성물산 지분확대에 사용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1일 금융감독원 고위 관계자는 "만약 삼성생명이 금융지주사로 전환할 경우 금융지주회사법상 삼성전자 등 비금융 계열사 지분은 모두 처분해야 한다"고 말했다.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지분 7.21%(1062만2814주)를 보유하고 있으며, 해당 지분 가치는 이날 삼성전자 종가 116만3000원 기준으로 총 12조3500억원에 달한다.
현행 금융지주회사법은 금융지주사는 비금융 계열사 주식 소유 자체를 금지한다. 아울러 금융지주사의 자회사는 비금융 계열사에 대한 '지배'가 금지돼 있다. 금융지주회사법의 기본원칙이 '금산분리'에 있기 때문이다.
삼성생명은 금융지주사로 전환할 경우 지주사인 삼성생명홀딩스(가칭)와 사업 자회사인 삼성생명으로 쪼개지게 된다. 현재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으로 삼성전자를 사실상 '지배'하고 있다. 금융지주사 체제전환 이후 삼성생명홀딩스와 자회사 삼성생명 모두 삼성전자 지분을 보유하지 못하는 셈이다.

이에 대해 삼성생명 관계자는 "아직까지 공식적인 요청을 한 적이 없어 정확한 처분 내용은 추후 유권해석을 거쳐봐야 안다"고 설명했다. 삼성생명 금융지주사 전환을 위해 삼성전자의 지주사 체제 전환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새로 만들어지는 삼성전자 지주사는 현재 삼성전자 시가총액 대비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할 것으로 추산되지만 삼성전자 사업회사 등 계열사에 대한 지배력은 유지하게 된다. 이 경우 다른 삼성그룹 계열사 등 우호세력이 삼성생명에서 '몸집이 10% 수준으로 가벼워진' 삼성전자 지주사 지분만 넘겨받으면 된다.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이외에 호텔신라(7.9%) 에스원(6.1%) 등 비금융 계열사 지분도 보유하고 있어 금융지주사 전환 때 이들 지분 처분 방안도 역시 고민해야 한다.
한편 이재용 부회장이 보유 삼성SDS 지분 처분을 통해 마련한 약 3000억원 규모 자금으로 삼성물산 지분 추가 확보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증시에서 솔솔 나오고 있다. 이 부회장이 당초 이 자금으로 삼성엔지니어링 유상증자에서 발생하는 실권주 청약에 나서기로 했지만 현 주가로는 실권주 발생 가능성이 희박하기 때문이다.
이날 삼성엔지니어링 주가는 1만2150원으로 유상신주 발행 예정가가 8110원에 비해 49.8%나 높기 때문이다. 구주주 청약일인 오는 11~12일까지 주가가 급락하지 않는 한 구주주들이 청약을 포기할 가능성이 별로 없다는 얘기다. 반면 삼성SDI는 최근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순환출자 고리 강화를 이유로 보유 삼성물산 지분 2.6%(약 7550억원)를 오는 3월 1일까지 처분하라는 명령을 받았다. 이 때문에 이 부회장이 삼성물산 주가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라도 해당 지분 중 일부를 매입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한우람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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