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이봐, 해봤어` 정신으로 신흥국 개척
입력 2016-02-01 17:28  | 수정 2016-02-01 23:35
현대캐피탈이 글로벌 사업을 최대 승부처로 설정한 것은 기존 국외사업에서 성과를 얻었다는 자신감 덕분이다. 실제 이 회사는 모기업인 현대·기아차가 글로벌 시장에서 약진하고 있는 것을 발판 삼아 주력 사업인 자동차 금융에서 네트워크와 사업 노하우를 축적했다. 미국 유럽 등 선진시장에 이어 브라질 인도 러시아 등 신흥시장에서도 얼마든지 수익 창출이 가능하다는 확신도 얻었다. 사전 준비를 마친 현대캐피탈은 현재 4개인 국외 법인을 단계적으로 9개까지 늘리고 외국에서 연간 2조원에 달하는 수익을 올리겠다는 야심 찬 목표를 제시할 수 있었던 것이다. 저수익에 직면한 국내 금융시장에서 벗어나 글로벌 시장에서 새로운 승부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현대캐피탈이 외국 시장에서 주력할 사업은 현대·기아차를 원활하게 구입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자동차 금융 서비스다. 미국 유럽 등 선진국 시장에서는 자동차를 구매할 때 금융서비스를 이용하는 비율이 이미 80%를 넘어섰다.
현대캐피탈의 이 같은 도전은 그룹 창업주인 고 정주영 명예회장의 기업가 정신을 이어받겠다는 현대차그룹 전체 계열사 사풍과도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대·기아차와 현대모비스, 현대건설 등 그룹 내 제조 부문 계열사들이 국외 사업에 주력하고 있는 가운데 정몽구 그룹 회장도 현대캐피탈의 국외 사업 확대를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캐피탈 아메리카가 현대·기아차 고객의 현대캐피탈 이용률을 지난해 50%대까지 끌어올린 것은 일본 도요타와 혼다, 미국 포드 등의 전속 자동차금융회사와 비슷한 수준이다.
2012년 중국·영국 법인 설립을 계기로 해외에서도 본격적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 시작했다. 현대캐피탈 중국법인은 대출 신청 1시간 이내에 승인 여부 확인 등 현지 금융회사들이 제공하지 못했던 신속한 서비스를 제공하며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현대캐피탈 해외 법인들이 벌어들이는 영업이익도 꾸준하게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2012년 3290억원이던 영업이익이 2013년 4118억원, 2014년 4835억원으로 계속 늘어났다. 다만 지난해에는 3669억원으로 줄어들었는데 이는 신규 법인인 현대캐피탈 캐나다의 185억원 규모 적자가 반영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태영 부회장은 "1년 실적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글로벌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해달라"며 직원들을 격려해왔다.

현대캐피탈이 해외 사업에서 2조원대 이익 목표를 설정한 것은 도요타파이낸셜이 해외에서 연간 3조원대, 독일 폭스바겐파이낸셜이 2조원대 이익을 올리고 있다는 사실을 감안한 목표다. 현대캐피탈은 최근 직무·인력 관리 체제를 '글로벌 커리어 밴드' 체제로 개편했다. 글로벌 커리어 밴드는 해외 법인별로 다른 직급 체계를 통일한 것으로 해외 사업의 영역 확대에 따라 인력 교환과 파견근무를 원활하게 하기 위해 만든 인사 체제다.
현대캐피탈은 글로벌 거점에 주재원 파견을 최소화하고, 현지에서 채용한 인력을 중심으로 법인을 운영한다. 현재 현대캐피탈아메리카가 현지 채용한 인력은 1700명을 넘는 반면 주재원은 5명에 불과하다.
[채수환 기자 / 김덕식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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