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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버스킹] 박준하 ‘달이 말라가는 저녁’, 사라져가는 감정을 담다
입력 2016-01-30 15:26 
사진=테이블사운드 제공
[MBN스타 남우정 기자] 기타리스트 박준하가 진짜 싱어송라이터로서의 날개짓을 시작했다.

지난 29일 박준하는 자신의 첫 정규앨범 ‘달이 말라가는 저녁을 발표했다. 2014년 첫 EP ‘내 이름은 연애를 발표했으니 약 2년 만에 정규 앨범을 내놓은 셈이다. 정규앨범이라서 감회가 새롭겠다고 말을 건네자 그는 감격스럽다고 입을 열었다.

요즘같이 음원차트에 올라도 몇 시간 만에 내려오는 세상에 정규 앨범이라는 사이즈를 내놓는 게 맞는지 고민은 했다. 근데 정규 앨범을 내야 보통 정식적인 데뷔라고 하더라. 이 앨범을 만들어야 다음 스텝으로 넘어갈 수 있을 거 같았다. 자꾸 작은 것만 하게 되면 큰 그림을 그리지 못할텐데 아무래도 정규 앨범을 내고 나면 그 다음에 싱글을 낼 때 더 편하게 낼 수 있을 것 같다.”

박준하의 첫 정규 앨범 타이틀은 ‘달이 말라가는 저녁이다. 마치 시의 한 구절처럼 눈앞에 그림이 그려질 정도로 감성적이다. 앨범의 수록곡 중 하나인 ‘문드라이 이브닝(Moondry Evening)에서 유래됐다. 달이 줄어드는 모습을 감정이 사라지는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한 박준하는 이 감성이 앨범 전체를 관통한다고 보았다.

제 개인적인 이야기를 담았지만 작사가가 따로 있다. 그분들과 이야기 했던, 과거의 감정들을 담아내려고 했다. 지금 나이가 들어서 생각해보면 그 당시에 치기어린 부분들이 있었다. 나중에 보니 진짜 별거 아니더라. 그 당시에 상실했던 제 자신을 여러 가지로 해석해서 넣었다. 앨범에 수록된 곡보다 더 많이 만들어놨는데 조금이라도 기쁨이 느껴지는 곡은 뺐다. 사실 전 밝고 흥이 많은 사람인데 진중해지려고 노력을 많이 했다. 탈락된 곡 중에서 하우스도 있고 댄스도 있었다.”

박준하의 대표곡들만 듣는다면 그가 발라드만 한다고 오해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번 앨범만 들어보더라도 블루스, 디스코, 포크, 알앤비(R&B) 등 장르가 다양하다. 그는 이번 앨범을 통해 자신을 실험했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항상 가사를 써주는 작사가가 있는데 저에겐 스승같은 분이다. 대중음악을 보면 가사를 위한 가사가 많아서 진부한 경우도 있는데 이분 때문에 생명력을 얻는 곡도 있고 장르가 바뀌는 경우도 많다. 개인적인 욕심으로 이번 앨범을 통해 프로듀서로서 제 자신을 실험을 해봤다. 제가 봐도 매력이 없다고 생각이 들면 그만두지 않을까 싶다. 싱어송라이터는 제가 평생 할 직업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편곡자나 프로듀서의 기량을 염두에 두고 만들었다.”

원래 박준하는 싱어송라이터가 아닌 기타리스트로 활동을 해왔다. 그는 노래를 하고 싶어서 기타를 시작했지만 기타로 너무 멀리 갔다고 말했다. 하지만 2014년 자신의 이름으로 된 앨범을 내고 약 1년 사이 많은 것이 달라졌다.

취미와 본업이 바뀌었다. 작년 한해에 완전히 바뀌었다는 걸 느꼈다. 연주를 부탁할 때도 ‘바쁘지?라고 물어보고 세션을 하러 가도 절 싱어송라이터로 소개해주더라. 처음엔 원하지 않은 이직을 한 것 같았다. 전면에 나서지 않아도 되니 부담도 덜했고 안일한 생각도 했던 것 같다. 이젠 제 앨범을 듣고 기타리스트로 부탁을 받고 싶다. 연주자로는 이상순, 조정치, 임헌일 씨처럼 그 스타일이 필요해서 불러줬으면 좋겠다.”

그가 이야기 했듯이 이젠 연주자, 기타리스트 출신들도 자신의 이름으로 된 앨범을 내놓고 싱어송라이터로 활동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그 가운데에서 박준하는 자신의 강점을 복고감성으로 꼽았다.

이번 앨범의 사운드 콘셉트는 향수다. 자극적이지 않은 밴드라고 생각했다. 일부러 이번 음반 만들 때도 피아노 페달 소리를 다 넣었다. 옛날 음악엔 그런 게 있더라. 옛날 음악을 듣고 많이 배우게 됐다. 전공생들을 보면 아카데미하고 스마트한 연주를 강요받는다. 근데 전 그런 강요받았던 적이 없었다. 삐딱한 노선처럼 보일 수 있는 게 저의 장점이다. 불안하지만 진한 게 저의 색인 것 같다. 가수로서의 능력치는 최악이다. 완벽한 가수가 아니라 불안하지만 일상에서 있을 것 같은 목소리다. 저도 연주면으로 스마트한 것을 동경한 적이 있었는데 그러다 보니 휴머니즘이 사라지더라. 그래서 불안하고 악기들 소리도 어둡게 표현하려고 노력했다.”

이번 앨범으로 본격적인 싱어송라이터로 평가를 받게 될 박준하다. 어떤 평가를 받고 싶다는 생각은 단 한 번도 해본 적 없다고 했지만 일단 들어봐주길 청했다.

욕이든 관심이든 다 받아들일 순 없겠지만 감사할 것 같다. 유행할 거서이라고 생각하고 만든 음반은 아니다. 그냥 앨범이나 사운드가 오래 기억되었으면 좋겠다. ‘그거 핫했지보단 ‘이런 것도 있었지라는 말을 들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한편 박준하는 오는 2월13일 서울 마포구 홍대 벨로주에서 첫 단독 공연을 진행한다.

남우정 기자 ujungnam@mkculture.com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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