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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인터뷰] 혜리, ‘응팔’ 덕선과 함께한 천방지축 성장기
입력 2016-01-30 09:55 
[MBN스타 유지훈 기자] 친구들의 장난에도 철없이 웃었고 아버지에게 가족들에게 속상함을 토로 할 때는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사랑이 뭔지도 모른 채 갈팡질팡 하다가 어느새 남편을 만났다. 혜리는 ‘응팔과 함께 배우로서 조금씩 성장했다.

혜리는 최근 종영한 tvN 금토드라마 ‘응답하라 1988(이하 ‘응팔)에서 언니인 보라(류혜영 분)에게 치이고 동생 노을(최성원 분)에게 양보하는 둘째 딸 성덕선 역을 열연했다. 드라마는 큰 성공을 거뒀고 이로 인한 스포트라이트는 주인공인 혜리에게로 쏟아졌다.

디자인=이주영
끝나고 나서도 계속 바쁘긴 했는데 ,그래도 끝났다는 실감인 들긴 들어요. 추워졌잖아요.(웃음) 그래서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고, 시원섭섭합니다. 포상휴가 가서는 잘 쉬었습니다. 따뜻해가지고. 그냥 좋은 분들과 갔다는 것에 대해서 의의를 두고 있어요.”

혜리의 ‘응팔 출연은 처음부터 순탄치 않았다. ‘응답하라 시리즈의 전작들이 모두 흥행에 성공했다는 점에 팬들의 이목은 집중됐고 혜리에 대한 캐스팅 기사가 나오자 우려의 목소리가 전해졌다. ‘지킬 하이드, 나 ‘선암여고 탐정단에서 선보였던 다소 부족한 연기력 때문이었다. 하지만 혜리는 이런 걱정들이 모두 기우였다는 것을 입증하며 ‘응팔의 성공에 순풍과 같은 역할을 했다.

저는 제가 한 거라기보다는 도와주신 분들이 많았어요. 같이 덕선이가 너무 예쁘고 사랑스러운 아이임을 더 끌어내주려고 많은 사람들이 도와줬죠. 감독님이 성덕선이라는 캐릭터에 저를 참고하셨다고 하더라고요. 감독님이 ‘너 이렇게 하는 거 있잖아 하면서 제 모습을 짚어줬는데 저는 모르겠는 거예요. 저도 몰랐던 제 모습을 보고 느끼셨더라고요. 그래서 지금까지 제가 나왔던 방송을 다시 봤어요. 약간 생각보다 어리바리하고, 눈치도 많이 보고, 약간 멍청하다고 해야하나?(웃음)”

혜리의 연기력 논란은 ‘응팔 시작과 함께 잠잠해졌다. 극중 혜리는 88올림픽에서 마다가스카르 피켓걸이 된다는 꿈이 좌절되자 의기소침해했다. 그리고 자신의 생일 파티를 3일 일찍 있는 언니의 생일날 하는 것에 폭발했다. 그는 지금까지 쌓여있던 서운했던 사건을 털어놓으며 눈물을 흘렸다. 이는 혜리의 연기력 논란을 불식시키는 동시에 그의 활약이 가장 돋보인 장면으로 꼽힌다.

보라의 생일파티에 덕선이가 얹혀서 하는 신이 제일 기억에 남는 거 같아요. 물건을 먼저 촬영을 했어요. 물건은 없어지고 망가지니까. 그 때부터 눈물을 참았어요. 초를 켜고, 노래를 부르고, 언니는 새 안경을 끼고 있는 상황이 너무 서러운 거예요. 많은 분들이 걱정했던 대사 전달력에 대해 준비를 많이 했었어요. 그 신을 찍고 나서 감독님이 ‘아 됐다 말씀해주셨죠. 감독님, 작가님도 제일 많이 좋아해주셨던 거 같아요.”

‘응답하라 시리즈는 모두 과거를 배경으로 했다. 전작은 1997년과 1994년을 배경으로 하며 그 시대의 추억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요소들을 적제적소에 배치해 재미를 더했다. 그리고 세 번째 작품은 1988년으로 시간여행을 떠났다. 때문에 ‘너무 과거에서 이야기를 풀어내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었고 당시 태어나지도 않았던 배우들의 연기 또한 모두의 걱정을 샀다.

사진=정일구 기자
시대적 배경은 과거지만 대본을 보면 공감이 안갈 수 없어요. 사람과 사람에 관한 일이기 때문에, 사람 사는 게 똑같잖아요. 어려운 게 있었다면 그때 나왔던 드라마 영화, 유행어는 잘 모르니까 찾아보기도 하고 그랬어요. 그래도 큰 틀 같은 건 괜찮았어요. 저도 어렸을 때 골목시골에서 살았거든요. ‘응팔에서 누군가의 집을 설명할 때 ‘자갈 있는 집 ‘파란 대문 집 이렇게 하잖아요. 저도 어렸을 때 골목에 살아서 그랬거든요. 이렇게 따뜻하고 정 많은 동네에, 드라마였지만 그 속에 살았다는 건 정말 즐거웠어요.”

혜리와 어울리지 않았던 것은 시대적 배경뿐만 아니었다. 극중 언니인 성보라와 사소한 일에도 티격태격하고 좋은 것은 동생 성노을에게 모든 것을 양보하는 성덕선은 집안의 장녀로 살아왔던 혜리와 거리감이 있었다. 하지만 그는 나름의 노하우를 터득하며 이런 문제점들을 하나씩 이겨냈다.

저희 가족이랑 덕선이네 가족이랑 달라서, 오히려 가족 생각하다보면 몰입이 깨지더라고요. 동생이랑 저는 싸워본 적이 한 번도 없고요. 동생은 다르게 생각할 수 있지만.(웃음) 제가 첫째라서 그런 건지는 모르겠는데 별로 서러웠던 적은 없었던 거 같아요. 저희는 두 분다 일을 하셨고 지금은 어머니는 안하시지만, 그런 역할 같은 게 달랐어요. 그래서 오히려 ‘성동일, 이일화 선배님이 내 부모님이야 하면서 몰입했고 그게 오히려 도움이 됐어요. 정말 진짜처럼 챙겨줬어요. 노을이도 서른둘인데 동생 같더라고요.”

‘응팔을 보는 시청자들의 마음은 덕선과 정환(류준열 분), 택(박보검 분)의 삼각관계였다. 시청자들은 초반부터 덕선의 남편 찾기에 매진했다. 무뚝뚝하지만 따뜻한 마음을 가진 정환, 귀엽지만 손이 많이 가는 택은 모두 매력적인 캐릭터였고 시청자들의 의견은 분분했다. 그리고 드라마 초반 덕선이 일방적으로 좋아했던 선우(고경표 분)까지 남편 후보로 거론됐다. 세 남자를 마음에 품었던 혜리는 각자를 대하던 덕선의 마음을 대변했다.

사진=정일구 기자
덕선이는 받는 사랑이 되게 필요했던 친구였어요. ‘누가 너 좋아한데가 덕선이한테는 큰 거예요. 그게 선우였고 정환이도 사실 그랬었는데 선우보다는 감정이 깊었죠. 정환이도 사랑했지만 그가 보여주는 사랑을 의식한 거였고, 그리고 택이는 약간 덕선이의 무의식중에 신경 쓰이는 사람이었고요. 같은 행동을 해도 택이한테는 속상해하고 서운해 하고 마음 아파하는 차이점이 있었어요. 정환이와 택이 둘 다 사랑이었다고 생각해요. 미묘한 차이를 주려고 노력했고 저 역시도 많은 생각과 고민을 했던 거 같아요.

하지만 최후의 선택은 정환이가 아닌 택이었다. 시청자들은 중후반까지 많은 분량을 차지했던 정환이가 남편이 아니라는 사실에 쓴 소리를 하기도 했다. 이런 우려는 덕선을 열연하고 있던 혜리에게도 고스란히 부담으로 다가왔다. 혜리는 이 모든 것을 자신의 연기 탓으로 돌렸다.

남편이 누군지는 저도 진짜 마지막까지 몰랐어요. 대본을 보다가 ‘여기서 덕선이가 왜 이런 말을 하지? 왜 이런 행동을 하지? 하는 건 있어요. 그래서 그때부터 물어봤었죠. 감독님이 ‘니 남편은 누구야 말해주신 게 아니었고 ‘그건 얘가 니 남편이라 이렇게 된 거야였어요. 어쨌든 ‘설득력이 있을까. 내가 설득력 있게 표현해낼 수 있을까가 고민됐어요. 그때 떠오른 게 ‘헷갈리게 하면 잘못된 연기다였어요. 만약 제가 음료수를 마시고 신 표정을 했을 때 그걸 보는 사람이 ‘쟤 맛없는 걸 먹은 거야? 신걸 먹은 거야? 하면 안 된다는 내용이었죠. 연기는 구구절절 설명하는 게 아니니까요. 혼란스러운 부분도 있었는데 감독님이 ‘네가 혼란스러운 게 맞아 당연해. 덕선이도 혼란스러울 거야라는 말씀을 해주셨어요. 그래서 그 혼란스러운 감정을 잘 살리려고 노력했어요.”

‘응팔을 통해 배우로서의 입지를 다진 혜리는 앞으로 걸스데이 활동과 연기자 활동을 병행할 예정이다. 그는 정 반대인 캐릭터를 하고 싶긴 하지만 아직은 내 성격을 빌려야 할 때인 것 같다”고 연기 욕심을 보이면서도 자신의 능력은 현실적으로 평가했다. ‘응팔을 통해 연기자로서 우뚝 선 그는 이제 소녀가 아닌 어엿한 성인 연기자의 면모를 조금씩 다져가고 있다.

유지훈 기자 ji-hoon@mkculture.com/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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