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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미란이 `라미란`을 연기하는 법(인터뷰)
입력 2016-01-30 09:23  | 수정 2016-01-30 10:52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민슬기 인턴기자]
라미란은 ‘배우의 옷을 입은 스타가 아니다. 배우 ‘생(生) 그 자체다. 평범한 일상을 보여주며 마치 ‘나 같은 ‘타자를 연기해 공감을 이끌어내는 배우다.

29일 서울 플라자 호텔 ‘응답하라 1988 종방 기자간담회에서 라미란을 만났다. 라미란은 극중 김성균과 부부로 출연, 아들 김정봉과 김정환을 키우며 따뜻한 이웃과 엄마의 모습으로 시청자들을 울고 웃게 했다. 라미란은 예상밖 큰 사랑에 놀랐다고 했다.
잘 될까, 우려했는데 저 역시 인생작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할 정도로 공감하고 울고 웃은 작품이었어요.”
‘응팔은 근래에 보기 힘든 드라마다. 케이블 사상 최고 시청률을 기록한 것도 그렇고, 가족들이 다함께 모여 볼 수 있는 드라마라는 점이 특별했다. 라미란 역시 공감했다.
보통 드라마는 가족들이 배경이 되죠. 그런데 주변인들이 소모 되지 않고 전면에 나와서 가족마다 에피소드를 다루는게 ‘응팔이 가진 강점이에요. ‘전원일기 같은 드라마이지 않을까(웃음). 아이들이 콩닥콩닥하는 이야기가 재미 있을줄 만 알았는데, 80세 넘은 우리 어머니도 ‘편하게 볼수 있는 드라마라면서 좋아하시더라고요. 전 세대를 아우르는 그런 드라마가 필요했죠.”
‘쌍문동 치타 여사는 나눌줄 알고 베풀줄 아는 ‘큰손을 지녔다. 건네는 마음 씀씀이도 받는 이가 미안해지거나 부담스럽지 않다. 또 종종 ‘아줌마 역할이 억척스럽거나 주책맞게 설정 되어있는 브라운관에서 라미란은 오히려 비껴가려고 노력했다.
아줌마라서 딱히 준비한 건 없어요. 보통 아줌마 캐릭터가 수다스럽고, 우악스럽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편견에서 오히려 벗어나려고 노력했죠. 보는 이들도 지겨울테고, 연기하는 나도 힘들고.”

담담하게 인터뷰를 이어가지만 지루하지 않게 이끌어가는 라미란은 애드리브를 즐겨할 배우처럼 보였다. 앞서 스타투데이와 인터뷰를 나눈 선우 엄마 역의 배우 김선영은 ‘정봉, 정환 엄마 라미란 역은 라미란 밖에 할 수 없을 거라는 말까지 했었다. 하지만 라미란의 대답은 ‘아니오다.
‘응팔에 제 애드립이 많은 줄 아시는데, 거의 없어요. 일단 제가 대본에 충실하기도 하고요. ‘응팔 자체가 지문이 가지는 힘이 굉장히 큰 드라마예요. 11화 에피소드 중에 여권에 써진 영문을 못 읽는 장면이 있는데, 대본에 ‘아들 미안(무안한 듯 멋쩍은 웃음)이렇게 자세히 쓰여 있어요.”
다른 ‘응팔 출연진은 16화 에피소드 중 '전국노래자랑'에 출연한 라미란을 명장면으로 꼽는다. 시청자들 역시 배꼽을 붙잡고 웃었던 장면인데, 그는 극중 ‘라미란의 절실함에 대해 생각했다.
저는 해당 씬이 그렇게 웃긴 장면 아니라 생각해요. 라미란 입장에선 얼마나 떨렸겠어요. 이를 갈고 나왔고, 반주 테이프가 계란 장수 테이프랑 바뀌자 입으로 직접 반주를 하면서까지 하는 걸 보면 절실함이 보이잖아요. 그래서 그 장면이 웃기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엔지(NG)도 안냈고요.”

라미란은 실제로 두 아들에 대한 마음도 남달랐다.
신원호 감독님이 처음 가족들을 소개해주는 자리에서 ‘아들이 두명인데, 기대하지 말아라. 못생겼다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런데 보자마자 ‘외탁했네라는 말이 튀어나올정도로 (류준열이)나를 닮았더라고요
남편으로 선택되지 못한 정환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내며 엄마로서의 면모도 보였다. 그렇게 내비치는 마음이 ‘어남류(어차피 남편을 류준열)를 지지하던 시청자들의 마음을 달래기 충분했다.
아이고, (둘째)아들이 자꾸 사천에 내려가니 눈물이 나더라고요. 댓글들을 보니 정환이가 교통사고로 죽는 복선이 아니냐는 추측까지 있더라고요. 속상했죠. 아들 혼자 속앓이 하고 짝사랑하다 끝났으니까. 고백씬을 봤는데, 진짜 고백이었으면 어땠을까 했어요. 우리끼리는 반전이 있지 않을까, 한가닥 희망을 좀 가졌는데, 당시 정환이는 여기가 끝인 거 같다고 하더라고요.”
당시 상황을 전하면서 라미란은 정환이 진짜 아들인 것 마냥 택이보다 나은 점에 대해서도 거침없이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택이는 바둑밖에 모르고, 약 먹고...(웃음)사실 남편감으로는 별로예요. 정환이 같은 사람이랑 결혼하고 살 때 훨씬 재밌고 좋은 거지. 다른건 몰라도 우리 아들이니까 서운했어요”
대부분의 시청자들을 패닉 상태로 만들었던 것처럼 류준열 역시 김정환에 대한 아쉬움이 컸다. 라미란은 그런 아들을 곁에서 지켜보며 어떤 말들을 해줬을까.

(준열이 뿐만 아니라 아이들 모두)자신의 캐릭터에 빠져있었어요. 실제로도 다들 마음 아파했고요. 덕선이는 고백신할 때 너무 울어서 따로 촬영하고 그랬다더라고요. 그래서 (류준열에게)다른 작품을 생각해야할 때라고, 얼른 빠져나오라고 조언해줬어요. 이제 시작하는 친구들이니까 이것 때문에 너무 작품을 가리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이었죠. 고르지 말고 여러 다른 작품들 많이 하라고 했어요”
아쉬움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간접적으로 첫사랑에 설?��시청자도 아쉬웠지만 곁에서 지켜본 엄마의 마음으로서는 정환이 더 걱정됐을 터.
쌍문동 사람들이 떠나면서 ‘응팔이 끝나는데, 판교로 이사를 간 걸로 알아요. 남편 성균이 선견지명이 있으니까 판교에서 떵떵거리면서 살고 있지 않을까...큰아들도 돈 잘 벌고. 다만 정환이가 사천에...”
말끝을 흐리며 가짜 눈물을 짓는 익살스러움은 라미란 특유의 센스다. 시종일관 진지한 분위기로는 흘러가지 않았다. 그럼에도 한바탕 웃고나자 정확히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가끔 볼 수 있을 거예요. 그런 부분이 아쉬워요. 정봉이는 만옥이랑 잘 됐을거고. 정환이가 어떻게 살지가 제일 궁금하죠. 덕선이네랑 이사를 같이 갔을테니 얼굴 자주 볼텐데, 이후에 미란이가 정환이와 덕선이의 첫사랑을 알았을 때 덕선이를 어떻게 볼까, 하는 생각도 해보곤 했죠.”
사실 라미란은 ‘응팔‘로 뜬 라이징스타가 아니다. 앞서 영화 친절한 금자씨‘ 드라마 막돼먹은 영애씨‘ 예능 진짜사나이‘ 등 다수의 작품에 출연하며 필모그래피를 쌓았다. 그런데도 라미란은 떴구나, 하고 느낄 때를 말할 때조차 응팔‘을 빼놓지 않았다.
동네를 자주 돌아다녀요, 제가. 그런데 동네 분들이 ‘정봉이 엄마라고 부르거든요. 그럼 저도 눈치없게 돌아봐요. 이제 나이 드신 분들도 많이 알아봐주시는데, 몸둘 바를 모르겠어요”

보이는 모습은 친근하고, 말투에서는 여유로움이 느껴지지만 연기에 대해서는 엄격하다. 라미란은 ‘다작배우 타이틀에 대한 소신을 밝히는 것에도 거침없다.
일하는 기간보다 쉬는 기간이 많을 때를 생각해보면 이게 채워지지 않는 갈증이에요. 보시는 분들이 ‘라미란을 각인하고 계서서 너무 많이 나오는게 아닌가 하시겠지만, 미디어 노출이 되지 않으면 배우가 아니예요. 질리지 않게 연구를 해야하고, 매 작품에서 다른 사람으로 보이게끔하는 건 내 숙제죠. (기력이)소진이 돼서 쉬겠다, 이런 건 건방진 생각이라고 생각해요”
‘응팔과 영화 ‘히말라야의 연이은 흥행으로 인해 차기작에 대한 부담감도 있을 법하지만 그는 대담했다. 개구리처럼, 언제나 도약해 더 멀리 뛸 수 있도록 몸을 웅크리고 있는 사람이다.
부담 되죠. 다음 작품은 재밌지 않아 실망하실 수도 있을 거란 생각도 했고요. 그런데 완급 조절을 한다고 생각하고 임하려고요. 배우 라미란으로 보이는게 아니라 작품 속 캐릭터로 보여야하기 때문에, 캐릭터로만 보이면 성공한 거라고 생각해요”
라미란은 꾸밈없는 배우다. 욕심이 없다. ‘본인보다 항상 ‘작품‘이 우선이다.
너무 도드라지지 않고, 송곳처럼 삐져나오지 않고 잘 스며들 수 있는 그런 배우면 좋겠어요. 꼭대기에 서고 싶다는 생각은 안했어요. 이 일이 중요하니까. 주연을 하면 부담감은 있겠지만, 배우니까 단역 조연 주연 다 차이가 없죠.”
여전히 소녀같이 즐거워하고 설레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연기를 하는 원동력 역시 소녀같은 들뜸이다.
이것(배우)보다 더 재미 있는 직업이 어디 있겠어요. 얼굴이 노출되지만 그 일조차 즐거워요. 그걸 좋게 봐주시는 건 감사한거고, 다른 사람의 삶을, 다양한 모습들을 살아보는게 재미 있는 직업인 것 같아요”

라미란은 "2015년도를 잘 숨어지냈다고 생각했으나 바쁜 사람이 되어버렸다. 여태까지 받았던 사랑이나 관심이 뻥튀기 된 한 해"라고 했다. 일각에서는 그러한 그에게 이제 좀 쉬라는 농담 섞인 걱정까지 나올 지경이다. 하지만 라미란은 "캐릭터 뒤에 완전히 숨은 배우로서 잘 하겠다"는 말만 하며 웃어보였다.
유명무실(有名無實)이 아니었다. 라미란은 우리 과거 속의 옆집 이웃이었고, 엄마였으며, 앞으로 우리의 모습으로 브라운관에 나타날 ‘배우 그 자체다.
‘응팔이 끝난 지금, 라미란은 올해 영화 '김선달'과 '덕혜옹주' 개봉을 앞두고 있으며, SBS 드라마 '돌아와요 아저씨'에 캐스팅되어 2월 브라운관으로 다시 찾아온다.[ⓒ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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