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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스케치] 다저스 선수단이 시의회를 방문한 이유는?
입력 2016-01-30 09:09 
30일(한국시간) LA 시의회에서는 빈 스컬리 애비뉴 명칭 변경 안건에 대한 투표가 진행됐다. 사진(美 로스앤젤레스)= 김재호 특파원
[매경닷컴 MK스포츠(美 로스앤젤레스) 김재호 특파원] 30일(한국시간) LA시의회 본회의장. 한참 회의가 진행중인 가운데, 회의장 앞 방청석에는 하얀색 홈 유니폼을 입은 다저스 선수들이 무리지어 앉아 있었다.
데이브 로버츠 감독부터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 여기에 다저스 레전드인 오렐 허샤이저, 론 세이, 스티브 가비까지. 어떤 이유로 이들은 야구장이 아닌 시의회에 출동한 것일까.
LA 시의회는 이날 다저스 구단에게 의미 있는 한 가지 안건을 처리했다. 다저스타디움 정문에서 선셋 거리까지 이어지는 길 이름을 현재의 ‘엘리시안 파크 애비뉴에서 ‘빈 스컬리 애비뉴로 바꾸는 것이 그것이다.
스컬리는 다저스에서 67년째 중계를 맡고 있는, 구단 역사의 산증인이다. 2016시즌은 그의 67번째 시즌이자, 마지막 시즌이 될 예정이다. 시의회 길 세딜로 의원이 이를 기념하기 위해 이 같은 안건을 상정했다.
분위기는 좋았다. 안건을 올린 세딜로 의원이 직접 분위기를 띄웠다. 오늘은 정말 특별한 날”이라며 다저스 선수단을 박수로 맞이하자고 제안했다. 직접 다저스 응원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그는 스컬리는 다저스의 상징이며, 명예의 전당 헌액자다. 나도 어린 시절 성장하면서 그의 목소리를 라디오를 통해 들었다”며 스컬리라는 존재가 다저스, LA 시에 의미하는 것에 대해 설명했다.
그뿐만 아니라 다른 시의원, 방청객들도 스컬리의 목소리를 들으며 자라온 세대들이었다. 이어 발언에 나선 폴 코레츠 시의원은 세 살 때부터 그의 목소리를 들은 기억이 난다. 사람들이 경기장에 가서도 라디오로 그의 중계를 듣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면서 이 도시에 있는 모든 것에 그의 이름을 붙여도 괜찮다고 할 것”이라며 적극적인 지지의사를 보냈다.

모두가 찬성한 것은 아니었다. 발언권을 얻은 허름한 옷차림의 한 방청객은 거리 이름은 재키 로빈슨 애비뉴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해 회의장을 침묵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소수의견에 불과했다. 시의회는 이날 참석자 12명의 만장일치 찬성으로 거리 명칭 변경 안건을 통과시켰다.
다저스 선수단이 거리 명칭 변경 안건을 올린 세딜로 의원의 발언을 듣고 있다. 사진(美 로스앤젤레스)= 김재호 특파원
이에 따라 LA는 레이커스 캐스터 칙 헌의 이름을 딴 칙 헌 코트에 이어 중계 해설자의 이름을 딴 두 번째 거리 이름을 갖게 됐다.
다저스 홍보 관계자에 따르면, 거리 명칭이 변경되기까지는 30일 정도가 소요될 예정이다. 이말은 곧 시즌이 개막할 때쯤이면 팬들은 빈 스컬리 애비뉴를 통해 다저스타디움으로 들어오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스컬리는 다저스 구단을 통해 발표한 성명에서 완전히 압도당한 느낌이다. 나는 뉴욕에서 자랐고, 이제 LA에 내 이름을 딴 거리가 생기게 된다. 이것은 나에게 과분한 대우라 생각한다. LA 시의회와 세딜로 의원에게 감사 인사를 전한다. 다저스타디움으로 향하는 길은 곧 내 심장으로 향하는 길이다. 55년을 일하면서 즐거움으로 가득 찬,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엔터테인먼트 센터로 가는 길을 걷는 것은 영광이었다. 이 위대한 영광에 신께 감사드린다”는 소감을 남겼다.
현장을 찾은 데이브 로버츠 감독은 선수 시절 스컬리가 내 이름을 불러주는 것은 정말로 큰 영광이었다. 심지어 상대팀으로 다저스타디움을 찾은 날에도 부모님께 중계 녹화를 부탁해 그의 목소리를 들었다”며 스컬리와의 특별한 추억에 대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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