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방교육교부금 제도를 손질하려는 것은 누리과정과 관련한 논란이 해마다 되풀이되고 있기 때문이다. 누리과정 논란은 누리과정에 소요되는 비용의 부담 주체가 불명확한데서 촉발됐다. 1년 전 시도교육감협의회가 누리과정 예산편성을 거부하겠다고 밝혔던 것과 현재의 ‘보육대란은 똑같은 논란이 재현된 것이다. 이에 정부는 부담 주체와 예산편성에 대한 법적인 근거를 보다 명확히 하겠다는 취지에서 제도개편을 추진하게 됐다.
유치원과 보육의 일원화를 위해 추진된 누리과정은 2011년 당시 민주당이 무상보육을 당론으로 먼저 채택하고, 한나라당도 이에 동조하면서 도입된 것이다. 이후 여야 합의를 바탕으로 2012년 유아교육법,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시행령 등이 개정됐다.
도입 당시만 하더라도 각 교육청은 누리과정 도입에 동의했다. 여기에는 학생수가 감소하는 상황에서 지방교육교부금의 구조개편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던 게 영향을 미쳤다.
지방교육교부금은 내국세 수입의 20.27%와 지방교육세 수입 전액으로 구성된다. 학생수는 2000년 795만명에서 2015년 615만명으로 180만명 가까이 감소했지만, 교육교부금은 내국세에 일정비율로 늘어나다보니 같은 기간 22조4000억원에서 39조4000억원으로 77.3%가 증가했다. 반대로 고령화가 진전되면서 노인인구는 이 기간 중 300만명이 늘었는데, 노인복지를 위한 지방교부세는 오히려 부족한 상황이 처했다. 이에 교육교부금과 지방교부세의 통합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높아졌고, 각 교육청은 교육교부금의 교부율을 유지하기 위한 차선책으로 누리과정을 각 교육청의 사업에 포함하기로 했다.
순조롭게 진행되는듯 보였던 누리과정은 지난해부터 갈등이 빚어졌다. 정부가 초과지급된 2조7000억원 규모의 교육교부금을 정산하면서 지방교육교부금은 1년 전에 비해 1조5000억원이 감소했다. 여기에 의무지출이 아닌 무상급식을 확대하는 교육청이 늘어나면서 재원부담도 커져갔다. 이에 시도교육감들은 누리과정에 대한 재정지원을 지방교육재정에서 흡수한 만큼, 지방교육교부금의 교부율을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록 정부가 내놓은 임시방편으로 파국은 면했지만, 똑같은 논란은 올해도 재현됐다. 서울을 비롯한 지방 교육감들이 재원 부족을 이유로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할 수 없다고 주장했고, 일부 지방의회에서는 유치원 예산까지 삭감하면서 누리과정 예산을 전액 삭감했다. 정부 관계자는 세수 확대로 지방교육교부금이 작년보다 1조8000억원 늘고, 지자체 전입금도 1조원 가량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다. 지방교육청의 의지만 있다면 누리과정에 필요한 예산 편성에 큰 무리는 없다”고 강조했다.
누리과정을 둘러싼 이같은 논란은 재정적인 문제에 국한되기보다는 법적 근거상의 문제로도 번지고 있다. 어린이집은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상 교육기관이 아니기 때문에 지원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유아교육법 제24조는 취학직전 3년의 유아교육은 무상으로 실시하되, 무상의 내용과 범위는 대통령령에 위임하도록 돼 있다. 이에 유아교육법 시행령 제29조에는 무상교육을 실시하는 어린이집을 교육기관으로 명시했다. 교육청 측은 유치원에 관한 사항을 규율하는 유아교육법 시행령에서 어린이집 관련 지원을 규정하는 것은 위임의 한계를 초과했기에 위법이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또 유아교육법에서는 무상으로 실시하는 유아교육에 드는 비용을 ‘국가·지방자치단체가 부담하도록 돼 있지만, 국고 지원이 없이 지방교육청에서 지방교육교부금으로 전액 부담하는 것은 위법하다는 게 교육청 측 논리다.
하지만 정부의 시각은 다르다. 유아교육법 시행령에 어린이집을 교육기관으로 명시한 만큼 교육교부금의 지원대상이 되며, 유아교육법 제1조에 유치원이 아니라 유아교육에 관한 사항을 정한다고 명시된 만큼 유아교육법 시행령에 어린이집에 대한 지원을 규정한 것 또한 타당하다는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유아교육에 대한 ‘국가·지자체 부담 조항 또한 모든 초·중등교육에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표현”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지방교육교부금 제도 개편방안에 이같은 논란을 모두 반영한다는 방침이다. 지방교육교부금의 교부율을 인하하거나 누리과정 관련한 예산에 목적을 분명히 하는 방안이 두루 검토될 전망이며, 논란이 되는 시행령 사항들은 법에 명시하는 방안도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노인복지에 주로 쓰이는 지방교부세를 교육교부금과 연계 운영하는 방안이 논의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각 교육청 자율에 맡기고 있는 지방교육교부금을 정부가 용처를 특정하는 것에 대한 저항이 거셀 것으로 예상된다. 교육청의 자율성을 침해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교부율 조정에 대한 반발도 불보듯 뻔하다. 정부 관계자는 현재까지 제기된 문제점들을 종합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승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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