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신상철 1심 선고 "천안함과 어뢰추진체 부식 정도 유사…폭발 섬광·물기둥 존재"
입력 2016-01-26 08:08 
신상철 1심 선고/사진=연합뉴스
신상철 1심 선고 "천안함과 어뢰추진체 부식 정도 유사…폭발 섬광·물기둥 존재"

2010년 3월 26일 천안함이 침몰하는 사건이 발생한 지 약 6년 만에 이 사건이 북한의 어뢰 공격에 의한 폭발로 비롯됐다는 법원의 판단이 처음 나왔습니다.

사건 직후 수많은 의혹이 난무했고 당시 민주당 추천으로 민·군 합동조사단 조사위원으로 참여해 그 의혹 제기의 중심에 있었던 신상철(58)씨가 같은 해 8월 군 관계자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되면서 법원의 판단에 관심이 쏠렸습니다.

1심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6부(이흥권 부장판사)는 25일 "천안함은 수중 폭발로 발생한 충격파와 버블 효과에 의해 절단돼 침몰했고, 여기에 사용된 무기는 북한에서 제조된 CHT-02D 어뢰, 또는 그와 같은 계열의 어뢰"라는 결론을 내놨습니다.

지난 5년6개월 동안 5차례의 공판준비기일과 47차례의 공판을 열어 관련자 57명을 증인으로 소환해 심문하고, 방대한 분량의 각종 문건에 대한 서증조사와 2차례의 검증기일에서 천안함 선체와 어뢰추진체 관련 군사기밀사항을 조사한 끝에 나온 결론입니다.


재판부는 선고에 앞서 "이 사건은 본래 명예훼손에 관한 것이나 그 판단을 위해서는 먼저 사건과 관련한 제반 사실관계와 항간에 떠돌던 여러가지 의혹에 대한 철저한 규명이 필요했기에 검사와 피고인 그 어느 쪽에서 신청한 증거라도 가능한 것이라면 모든 것을 조사하려 애썼다"고 설명했습니다.

다음은 천안함 사건 원인과 여러 의혹에 관한 재판부 판단입니다.

◇ 북한 어뢰에 의한 폭침 결론 근거

재판부는 천안함의 좌현 하부로부터 상부 방향으로 큰 곡면의 함체 변형이 일어난 모양을 살펴보면 이 부분에 강력한 압력이 작용했음을 말해주며 절단면과 선체 밑바닥 곳곳에서 둥근 물방울 모양으로 페인트가 떨어져나간 '버블흔'도 발견된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인양된 천안함 선체 곳곳에서 HMX, RDX, TNT가 혼합된 폭약 성분이 확인됐는데, 특히 HMX는 천안함에 탑재된 무기체계에서는 사용되지 않는 폭약 성분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아울러 천안함의 우현 스크루가 심한 변형이 폭발로 인한 추진축의 급작스러운 정지와 축밀림에 따른 관성력 등에 의한 것이며 어뢰추진체가 폭발 원점으로 추정되는 해역 인근에서 발견됐고 폭발 충격으로 샤프트와 모터 등이 손상된 점, 어뢰추진체의 전체 부식 정도가 천안함 선체의 부식 정도와 유사하다는 점도 근거로 들었습니다.

◇ "수중폭발의 전형적 현상인 물기둥·섬광이 없었다"는 의혹

신씨는 천안함 침몰이 어뢰 폭발에 의한 것이라면 수중 폭발로 인해 생기는 전형적 현상한 물기둥과 섬광이 있어야 하지만, 이를 직접 목격한 사람이 없어 폭발이 아니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재판부는 생존 장병인 배 앞쪽 좌현 견시병이 충격으로 넘어져 부상을 당했고 우현 견시병은 몸이 기울어져 봉을 잡은 채 기다리는 급박한 상황이었으므로 사고 당시 주변을 살필 여력이 없었으며 후방 상황을 목격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오히려 좌현 견시병의 얼굴에 물이 튀었고 좌현 견시대에 발목이 빠질 정도의 물이 고여 있었던 것을 보면 물기둥이 있었다고 봐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또 백령도 초소의 경비병들이 2∼3초간 높이 100m가량의 백색 섬광을 보았고 충격음을 2차례 들었다고 진술한 점도 섬광이 있었던 근거로 들었습니다.

◇ "군 관계자가 작전 상황록에 '좌초'라 기재했다"는 의혹

신씨는 실종자 가족의 전언 등을 근거로 사건 직후 해군 관계자가 작전 상황도를 놓고 브리핑을 하면서 '좌초'라는 표현을 썼다고 주장했습니다.

재판부는 당시 가족 중 한 명이 한 방송 탐사보도 프로그램 인터뷰에서 해군 브리핑 내용을 설명하며 '좌초'란 표현을 처음 쓴 것이지, 해군 관계자가 침몰 원인으로 놓고 좌초라는 표현을 쓴 것은 아니라고 밝혔습니다.

그런 말을 전한 실종자 가족의 진술이 정확하지 않고 다른 가족들은 해당 군 관계자가 좌초란 표현을 사용하지 않았다고 증언한 점을 주목했습니다.

또 해군 관계자가 좌초라는 표현을 한 취지는 생존장병과의 면담 과정에서 '다른 승조원이 좌초라면서 구조요청을 했다는 말을 들었다'는 내용이었다고 지적했습니다.

◇ "합조단 제시한 어뢰 설계도면과 어뢰추진체 규격 다르다"는 의혹

신씨는 합조단이 북한의 어뢰 설계도면으로 제시한 어뢰의 크기와 실제 인양된 어뢰추진체의 크기에 차이가 있다며 합조단의 조사 결과가 조작됐다는 근거로 들었습니다.

재판부는 각각의 부품 길이가 다소 차이가 있긴 하지만 폭발 충격으로 다소 이질되거나 변형됐을 가능성이 있고 그 차이도 그리 크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또 군이 입수한 도면이 제조에 사용되는 설계도면이 아니라 개념도이므로 모터 등 내부 부품의 정확한 제원은 알기 어렵지만, 적어도 프로펠러, 고정타, 방향타 부분의 모양과 크기, 접합형태 등은 완전히 일치한다고 봤습니다.

◇ "어뢰 폭발에도 '1번' 글씨는 왜 녹지 않았나?"라는 의혹

신씨는 합조단이 공개한 북한의 어뢰추진체에 '1번'이라고 쓴 푸른색 잉크가 어뢰 폭발이라면 당연히 발생하는 고온에도 녹지 않고 남아있다는 점에 의심을 품었습니다.

이에 재판부는 글씨 위에 남아있는 염분 결정의 침착 상태 등을 종합하면 '1번' 글씨는 애초에 금속부식방지용 페인트 위에 표기된 것으로 표면의 녹이 페인트와 푸른색 잉크를 뚫고 나와 있는 것이지, 녹 위에 잉크가 묻어 있는 것이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또 폭발시 생기는 고온의 화염이 0.1초 만에 상온에서 냉각돼 바닷물의 수온을 조금 올릴 수는 있지만 글씨가 쓰여 있는 후면까지는 미처 열이 전도되지 않는다는 과학자 송모 교수의 열역학적 검증 결과가 믿을 만하다고 봤습니다.

[MBN 뉴스센터 / mbnreporter01@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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