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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프스케치] ‘의무’ 더해진 넥센의 첫 야간훈련…책임감 속 성황리
입력 2016-01-19 16:05  | 수정 2016-01-19 17:09
넥센 히어로즈는 18일 저녁(현지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서프라이즈 스타디움에서 야간훈련을 실시했다. 스프링캠프를 시작한 뒤 첫 야간훈련이었다. 사진(美 서프라이즈)=옥영화 기자
[매경닷컴 MK스포츠(美 서프라이즈) 이상철 기자] 미국 애리조나주 서프라이즈에 스프링캠프를 차린 넥센 히어로즈, 매일 오후 6시(이하 현지시간) 숙소 인근 서프라이즈 스타디움에서 저녁식사를 한다.
지난 15일 밤늦은 시각, 긴 여정 끝에 짐을 푼 넥센 선수들은 저녁식사 후 한데 모였다. 스프링캠프의 방향성을 알리고 이해시키기 위한 미팅이었다.
그러나 훈련 셋째 날인 18일 저녁식사를 하러 식당을 찾은 선수들은 저마다 짐을 한 보따리씩 챙겼다. 지난 이틀간 가벼웠던 양손이 바빠졌다. 미팅 종료. 이날부터 야간 훈련 돌입이었다.
올해 넥센의 스프링캠프 관심사 중 하나는 야간훈련이다. 새삼스러울 건 없다. 어느 팀이나 야간훈련을 실시한다. 선수들은 웨이트트레이닝, 자세 교정 등 부족한 부분을 메워간다. 넥센도 그동안 쭉 그래왔다. 다만, 염경엽 감독의 한마디 때문이다.
자율을 강조했던 넥센은 올해부터 야간훈련에 ‘의무를 더했다. 염 감독은 야간훈련은 주장 서건창을 기준으로 위로는 자율, 아래로는 의무다”라고 밝혔다. 관례처럼 늘 해왔던 것이나 의무라는 ‘무게감 가득한 표현을 씀으로써 분위기를 결코 가볍게 하지 않았다.
선수들이 임하는 마음가짐도 남다르다. 솔선수범을 하겠다던 주장 서건창은 (야간훈련은)시즌을 준비하는데, 선수 개개인에게 도움이 많이 된다. 예전부터 형들을 보고 많이 배웠다. 자기만의 시간을 갖고서 고민하고 느끼며 깨달아가는 의미 있는 훈련이다”라고 말했다. 서건창 위의 선배들의 생각도 다르지 않았다. 맏형 마정길을 비롯해 선배들 대다수가 야간훈련에 동참했다.
넥센 히어로즈는 18일 저녁(현지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서프라이즈 스타디움에서 야간훈련을 실시했다. 스프링캠프를 시작한 뒤 첫 야간훈련이었다. 사진은 축구공을 두고 타격하며 자세를 교정 중인 박윤. 사진(美 서프라이즈)=옥영화 기자
넥센의 야간훈련 시간은 길지 않았다. 이날 오후 7시에 시작해 1시간30분가량 펼쳐졌다. 이전 미팅 시간과 엇비슷했다. 짧을 수도 있고 길 수도 있다. 그러나 중요한 건 시간이 아니다. 얼마나 그 시간을 잘 활용하느냐다. 즉, 시간과 효율성이 꼭 비례하지 않는 법. 임하는 선수들의 ‘인식과 ‘태도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남들이 하니까, 하라고 하니까, 시간만 때우려는 마음가짐은 해가 되고 독이 된다. 하나라도 더 배우고 더 깨달아야 한다. 결국은 스스로 학습법이다.
의욕은 넘치고 의지는 다부지다. 예기치 않은 스프링쿨러의 오작동에 화들짝 놀라며 물세례를 받기도 했지만, 저마다 자리를 잡고 훈련을 했다. 좋은 습관을 만드는 중이다”는 김세현의 발언이 많은 걸 함축한다.
선수만 참여하는 게 아니다. 코칭스태프도 함께 해 선수 개개인별로 섬세하게 지도한다. 손혁 투수코치는 예년보다 말수가 많아졌고, 심재학 타격코치도 이미지 트레이닝을 강조하면서 1대1로 가르쳤다. SK 와이번스에서 이적한 박윤은 심 코치와 함께 축구공 티 배팅을 했다. 바른 타격 자세로 교정하기 위함이다. 사진 촬영까지 하며 열성적이다. 가르치는 사람이나 가르침을 받는 사람이나.
마정길은 넥센의 맏형이다. 그는 야간훈련의 자율 대상이다. 그럼에도 마정길은 한참 어린 후배들과 함께 어둠 속 조명 아래 섰다. 마정길은 이날 다른 투수와 마찬가지로 빠른 견제가 가능하도록(손 코치의 메시지가 있었다) 투구 폼을 가다듬었다,
마정길은 이날 투수조 가운데 가장 늦게 야간훈련을 마쳤다(짧은 인터뷰 때문이기도 했겠지만). 야간훈련에 참가한 이유를 묻자, 마정길은 ‘책임감을 들었다. 선배로서 귀감을 보여줘야 한다는 것.
또한, 개인적으로 필요하기도 했다. 산전수전 다 겪은 그는 야간훈련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역설했다. 마정길은 자신에게 ‘왜라는 질문을 해야 한다. 그런 생각을 가지고 ‘어떻게 고쳐나가야 한다. 시킨다고 그냥 하는 건 좋지 않다. 짧든 길든, 이 시간에 효율적인 훈련으로 스스로 무엇인가 찾고 얻을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렇게 얻은 건 실전에서 크게 도움이 된다”라고 말했다.
넥센 히어로즈는 18일 저녁(현지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서프라이즈 스타디움에서 야간훈련을 실시했다. 스프링캠프를 시작한 뒤 첫 야간훈련이었다. 맏형 마정길(사진)도 후배들과 함께 했다. 사진(美 서프라이즈)=옥영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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