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6월 선진지수 검토대상 재진입 가능성"
입력 2016-01-17 17:57  | 수정 2016-01-17 20:04
"거시경제 규모, 주식시장 유동성, 금융시스템 등 뭘로 봐도 한국은 이미 선진국입니다. 다만 글로벌 투자자 입장에서는 한국에 몇 가지 운영상의 불편함을 느끼고 있었던 거죠. 이런 불편함만 해소된다면 선진국지수로 갈 수 있지 않겠습니까."
15일 저녁 서울 시내 모처에서 만난 헨리 페르난데스 MSCI 회장(사진)은 지친 얼굴이었지만 목소리만은 힘이 넘쳤다.
헨리 페르난데스 회장은 "전 세계에서 MSCI지수를 추종하는 자금은 10조달러 정도인데 이 중 15%가 신흥국지수에 투자하고 85%가 선진국지수에 투자하고 있다"며 "특히 최근 중국이 신흥국지수 내 비중이 높아져 다른 신흥국가들에 불만이 쌓이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한국은 선진국지수로 옮길까 말까를 선택할 수 있으니 행운아"라고 밝혔다.
MSCI는 미국계 투자은행 모건스탠리에서 시작된 인덱스 및 리스크 분석 솔루션 제공자다. MSCI는 전 세계 증시를 선진국·신흥국·프런티어마켓 등 세 가지로 구분해 놓는데 우리나라는 신흥국에 속해 있다.
페르난데스 회장 말대로 전 세계에서 MSCI 선진국지수를 추종하는 자금이 8조5000억달러라고 단순 계산하면 우리나라가 선진국지수에 편입되는 순간 그동안 신흥국지수에 따라 움직이던 자금(1조5000억달러)보다 5배가 넘는 글로벌 운용자금에 접근이 가능해지는 셈이다.

MSCI 신흥국지수 내에서 중국의 비중은 올해 26% 선으로 독보적이다. 뒤를 이어 우리나라가 있지만 14% 선이다. 지난 연말 미국에 상장된 중국 대형주 14개가 MSCI 신흥국지수에 편입된 데 이어 향후 중국 본토에서 거래되는 A주까지 편입될 경우 신흥국지수 내 중국 비중은 45%까지 올라설 것으로 점쳐진다. 이렇게 되면 한국 비중은 10% 선으로 내려앉게 되고 다른 신흥국들의 비중은 더욱 줄어들 수밖에 없는 구조다. 우리나라가 신흥국지수를 탈피하고 선진국지수로 이동해야 하는 절박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페르난데스 회장은 "과거 한국의 선진국지수 편입에 걸림돌이 됐던 세 가지 이슈를 중요도순으로 보면 △원화의 환전 제약성 △외국인 투자자 ID제도 △시장 정보 활용의 어려움이었다"며 "하지만 이번 방한에서 이 중 가장 중요한 원화의 환전 제약성을 제외하고 나머지 두 개 이슈는 진전이 있었다"고 평가했다.
가장 큰 변화는 외국인 ID제도 개선이다. 예를 들어 MSCI지수를 활용하는 기관투자가가 고객사를 위해 지수 편입종목 위주로 100억달러의 주식을 사들였다고 치자. 기관투자가는 거래가 끝난 후에 각 고객사에 해당 주식을 적절히 배분하게 된다. 선진국에서는 이런 절차가 모두 끝난 후 어느 계좌에 어떤 주식을 몇 주 사들였는지를 일괄 보고하도록 돼 있는데 한국에서는 그동안 사전에 지정 계좌별로 개별 보고를 해야 하는 시스템이었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이를 대폭 손질해 통합결제계좌(옴니버스 어카운트)를 허용하는 ID제도 개편안을 내놓기로 한 것이다.
시장정보 활용 문제도 그동안 MSCI에서 꾸준히 제기해왔던 것이다. 글로벌 투자자들이 한국지수에 투자하려면 뉴욕·런던 등 글로벌 금융허브 시장에서 지수 파생상품이 다양하게 거래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다른 선진국지수와 마찬가지로 헤지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동안 한국거래소에서 실시간 정보 제공을 받지 못해 투자에 제약이 컸다는 얘기다.
그러나 페르난데스 회장은 "원화 환전의 시간과 공간 제약 문제는 여전히 걸림돌"이라면서 "해외 기관투자가들이 가장 불편해하는 것은 바로 이 부분"이라고 밝혔다.
MSCI 선진국지수에 편입된 23개국은 모두 자유롭게 환전이 가능한데 우리나라는 역외선물환(NDF)을 제외하고 실시간 스폿 외환거래를 할 수 있는 시장이 없다. 기관투자가들은 원화 리스크 하나 때문에 나머지 23개국 포트폴리오를 위험하게 놔둘 수는 없다고 항변하고 있는 것이다.
그는 "한국 정부가 선진국지수 편입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는 만큼 향후 몇 개월간이 중요한 시점이 될 것"이라며 "MSCI는 지수 편입 여부를 매년 6월 한 차례 결정했으나 특별한 사례가 있으면 중간에 하기도 했다"며 여운을 남겼다.
■ He is…
△1979년 미국 조지타운대 경제학사 △1983년 미국 스탠퍼드대 MBA △1994~1995년 모건스탠리 매니징디렉터 기관주식 부문 △1998년~현재 MSCI 회장 겸 CEO
[한예경 기자 / 사진 = 이승환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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