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북핵·선거구 미획정· 현역 프리미엄...`3大 악재` 갇힌 예비후보자
입력 2016-01-10 15:48 

불과 90여일 다가온 제20대 총선이 예비후보자들에게 무덤이 되고 있다.
제대로 된 경기장에서 같은 규칙으로 시작해도 현역 의원 프리미엄에 예비후보자들이 공정한 경기를 치루기 어려운 판에 선거구 미획정으로 경기장이 없는데다 여론의 관심마저 북핵 실험 후폭풍에 온통 쏠려 선거 분위기가 나지 않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이번 총선에 출마한 예비후보자들 사이에선 삼재(三災)가 꼈다”는 자조적인 목소리마저 나온다.
부산 동래구에 출마한 박승환 예비후보자는 10일 정치권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이 분노에 이르고 지역내 현역 의원의 교체 열망을 규합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선거구 미획정에 현역 프리미엄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북핵문제까지 덮쳐 아쉽다”고 말했다.
예비후보자들의 선거운동은 ‘선거구 실종 사태로 손발이 꽉 묶였으나 현역 의원들은 지역구를 종횡무진 누비고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대검찰청, 경찰청 등 유관 기관들이 지난 1일부로 선거구가 없어져 예비후보자들의 선거운동 자체가 불법이지만 현역 의원들과의 형평성을 감안해 단속을 유보하겠다는 고육지책을 내놨다.
이에 따라 예비후보자들은 단속 당국의 묵인하에 선거사무소에 간판, 현판 또는 현수막을 게시하거나 명함 또는 전화를 이용해 지지를 호소하는 등 일부 선거활동을 하고 있다. 그러나 선거구 세대수의 10%에 발송하는 예비후보자 홍보물과 후원회 및 선거사무원 등록 등 선관위의 승인이 필요한 행위는 일체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반면 현역 의원들은 선거구가 없어도 의정활동보고를 통해 지역 주민들의 눈과 귀를 독차지하는 양상이다. 의정활동보고는 홈페이지, 전자우편, 문제메시지를 통해 상시로 할 수 있으며 오는 13일까지 의정보고서를 배포할 수 있다. 공직선거법상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내용을 명함에 게재할 수 없다는 조항을 피하기 위해 의정보고서를 명함형식으로 만들어 배포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또한 보좌진 및 지역구 사무소 인력과 심지어 암암리에 지방의원까지 선거사무원으로 동원해 지지를 호소하고 있으며 후원회 운영도 자유로워 자금 파워에서 예비후보를 압도한다.
경남 양산시에 출마한 새누리당 소속 김성훈 예비후보자는 지역내 행사에서 예비후보에게는 인사말 기회조차 주지 않고 현역 의원은 배우자만 참석한 경우에도 헤드테이블에 앉혀 인사말 기회를 제공한다”면서 사람들이 많이 왕래하는 골목마다 지역구 당원협의회 명의로 예산확보 현수막도 걸어 불공정 경쟁을 치루고 있다”고 토로했다.
실제 더불어민주당 소속 민병덕 예비후보(안양 동안 갑)는 ‘예비후보자 홍보물 발송금지 행정처분 취소 및 효력정지 신청을 서울행정법원에 제출했다.
서울 은평갑에 출마한 새누리당 소속 김의호 예비후보는 지난 7일 은평문예회관 대공연장에서 개최 예정이던 ‘은평주민 가요 교실이 돌연 취소되고 그 자리에 현역 의원의 의정보고회가 열렸다”면서 현역 의원에 편파적인 장소 대관을 문제삼기도 했다.
그나마 지난해 등록을 마친 예비후보들은 아직 등록을 못한 후보들보다 나은 편이다. 선관위가 지난 1일 이후부터는 신규 예비후보자 등록 신청은 접수하되 수리하지 않아 사실상 예비후보 신분 취득을 위한 길이 원천봉쇄됐다. 예비후보자가 아닌 입후보예정자의 선거운동은 선거구가 없는 현재에도 선관위 등 유관기관이 단속하고 있어 사실상 지역주민에게 자신을 알릴 수 있는 최소한의 기회마저 박탈된 셈이다. 오는 14일부터는 출마를 희망하는 공무원들의 사퇴 시한까지 맞물려 현장에서 혼란이 더욱 가중될 전망이다
중앙선관위도 답답하긴 마찬가지다. 예비후보들의 선거활동을 편법으로 묵인하기로 약속한 시한인 8일이 지났는데도, 국회 마비로 선거구 실종상태가 지속되면서 시름이 깊어졌다.
선관위는 11일 전체회의를 열어 ‘선거구 공백사태 장기화에 따른 예비후보 선거운동 허용 및 등록신청 접수 재개 등의 문제를 집중 논의할 예정이지만 단속 유보 연장 외에는 뾰족한 대안이 없다. 공정한 선거를 위해 예비후보자 등록을 재개하고 현역 의원과 비슷한 수준으로 선거활동을 허용할 필요가 있지만 헌법기관인 선관위가 입법 공백 사태에서 초법적인 결정을 단행해야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안병준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