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 안철수 신당의 권력다툼설과 김한길의 합류
입력 2016-01-08 19:37  | 수정 2016-01-10 13:40
사진=MBN
안철수 신당이 구색을 갖춰가고 있습니다.

윤여준 전 장관과 한상진 서울대 명예교수가 창당준비위원장을 맡았고, 김한길 의원까지 신당에 합류했기 때문입니다.

순조롭게 진행되는 듯합니다.

하지만, 사람이 모이면 이견이 표출되는 법.

안철수 신당 내에서도 이런저런 갈등과 이견이 나오고 있습니다.



지난 대선 당시 안철수 진심 캠프에 있었던 측근들과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탈당하거나 새로 합류한 사람들 사이의 불협화음입니다.

'박힌 돌'인 이른바 진심캠프 출신들은 외부에서 갑작스레 모여든 사람들이 마치 신당의 주인인 냥 하는 것이 못마땅할 지도 모릅니다.

외부에서 온 그들이 안철수 의원에게 힘을 보탰으니 공천을 당연히 받겠지라고 생각하는 것도 못마땅합니다.

창당 공신이라고 해서 무조건 공천을 줄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굴러들어온 돌'인 외부 출신들은 안철수 신당이 마치 개인 '사당'인것 처럼 비치거나, 진심캠프 사람들이 '주인 행세'하는 것이 못마땅할지 모릅니다.

그리고 창업주인 자신들이 홀대받아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당연히 공천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안철수 의원의 측근들과 외부출신인사들의 동상이몽은 시작됐습니다.

이들이 화학적으로 결합할 수 있는지는 신당 성공의 중요한 열쇠지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닙니다.

그 갈등이 표출됐던 걸까요?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김한길 의원이 예상보다 빨리 신당에 합류했습니다.

▶ 인터뷰 : 김한길 / 무소속 의원(오늘)
- "그동안 새집을 짓느라고 고생 많으셨습니다. 우리가 이제 함께 지을 새집은 앞으로 함께할 동지들, 또 천하의 인재들을 모시기 위해 빈방이 많은 집을 지어야겠다."

▶ 인터뷰 : 안철수 / 무소속 의원(오늘)
- "앞으로 저희들이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 3가지 정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우선 첫 번째로 대한민국 최고의 인재를 모으겠습니다. 두 번째로 부정부패에 대해서는 단호하겠습니다

탈당과 창당을 해본 경험이 풍부한 김한길 의원의 빠른 합류는 거꾸로 신당내의 위기감을 반영하는 듯합니다.

애초 김한길 의원은 좀 더 시간을 가진 뒤 더불어민주당의 추가 탈당자들과 함께 신당행을 하려했습니다.

또 외곽에 남아 있으면서 박주천, 천정배 등 다른 신당들과 통합을 꾀하려 했습니다.

아무래도 신당에 소속돼 있으면 다른 신당들이 흡수를 우려한 나머지 통합에 선뜻 동의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김 의원이 서둘러 신당행을 결정지었습니다.

뭔가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뜻일까요?

사진=MBN


신당의 인재영입이 난관에 부딪혔거나, 또는 더불어민주당의 탈당행렬에 제동이 걸렸거나, 아니면 신당 내 권력 다툼이나 갈등이 커지고 있어 조기에 진화할 사람이 필요했거나 하는 점입니다.

김한길 의원의 빠른 합류와 신당 내 권력다툼설이 아주 무관하다고 보기는 어려울 듯싶습니다.

또 하나 인재영입난도 김 의원의 신당행을 재촉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안철수 신당은 김동신 전 국방장관과 허신행 전 농림부 장관, 한승철 전 검사장의 영입발표를 취소했습니다.

첫 영입인사들이었지만, 사전 검증이 부실했기 때문입니다.

김동신 전 장관은 뇌물 공여 혐의로 고발돼 2004년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고, 허신행 전 장관은 지난 2003년 청탁을 받고 신입사원을 부정 채용하는데 연루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사실이 있습니다.

한승철 전 대검감찰부장은 스폰서 검사 의혹을 받은 바 있습니다.

안 의원은 영입 발표 3시간 만에 영입을 취소하고 서둘러 사과했습니다.

안 의원은 이것이 창당준비위원회가 발족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했지만, 과연 이것이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합니다.

지금 신당을 찾는 사람들 가운데는 인정하기 싫겠지만, 정치권을 여기저기 기웃거리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고, 공천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정치성향을 위장하고 간 사람들도 있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들을 가려내는 작업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닐 겁니다.

신당의 큰 그림을 그리기도 쉬운 일은 아닙니다.

그 그림을 그릴 사람으로 안 의원은 윤여준 전 장관과 한상진 서울대 명예교수를 선택했습니다.

하지만, 윤 전 장관은 지난 대선 때 문재인 후보를 위해 찬조연설까지 했던 사람입니다.

▶ 인터뷰 : 윤여준 / 문재인 대선후보 찬조연설(2012년)
- "후보는 좋은데 친노는 싫다. 후보는 좋은데 대북정책이 불안하다. 하지만, 보수주의자인 제가 본 문재인은 달랐습니다. 자기 부족함을 남 앞에서 인정할 수도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이것은 쉽지 않습니다. 한 나라의 대통령 후보쯤 되는 사람이 그것도 아직 자기편이 될지 안될지도 모르는 사람한테 그렇게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걸 보면서 오히려 저는 문재인이라는 사람의 묵직한 자신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안철수 의원에게는 '이자가 어디까지 거짓말을 하나 두고 보자'는 독한 말까지 했던 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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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 : 윤여준 / 새정치연합 의장 (2014년3월)
- "(얼마나 거짓말을 하는지 알아보겠다고 말씀하셨는데.) 하하하 그건 농담으로 저한테 그렇게 말을 던졌으니까 그 말을 받아서 그렇게 말한 것이지 다른 뜻은 없어요. (결별 말씀을 하신 건 사실이라고…. 농담이긴 한데.) 그렇게 말한 건 사실이죠. (결별은 전혀 아니신 거예요?) 그건 제가 먼저 얘기했잖아요. 두고 좀 봐야지. 과정을 두고 봐야죠."

이제 윤 전 장관의 마음은 다시 안철수 의원에게로 향했습니다.

윤 전 장관이 어디까지 안철수 의원과 함께 갈 수 있을까요?

또다시 갈라서는 일은 없을까요?

한상진 서울대 명예교수도 합류했습니다.

한 교수는 진보진영의 대표적 학자였습니다.

지난 대선이 끝나고 나서는 평가위원장까지 맡았습니다.

그리고 문재인 대표와 이른바 친노 세력에 대해 책임을 묻는 평가보고서를 내놨습니다.

▶ 인터뷰 : 윤여준 / 새정치연합 의장 (2014년3월)
- "(얼마나 거짓말을 하는지 알아보겠다고 말씀하셨는데.) 하하하 그건 농담으로 저한테 그렇게 말을 던졌으니까 그 말을 받아서 그렇게 말한 것이지 다른 뜻은 없어요. (결별 말씀을 하신 건 사실이라고…. 농담이긴 한데.) 그렇게 말한 건 사실이죠. (결별은 전혀 아니신 거예요?) 그건 제가 먼저 얘기했잖아요. 두고 좀 봐야지. 과정을 두고 봐야죠."

당시 안철수 의원이 소극적으로 문재인 대표를 돕는 척했고, 대선 당일 미국으로 출국한 것에 대해서는 사실상 책임을 면피해줬습니다.

친노의 시각과는 확연히 달랐습니다.

이런 한 교수의 신당행은 어쩌면 당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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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 : 한상진 / 서울대 명예교수(오늘)
- "국민들이 열망하고 있는 새로운 정치에 길을 여는데 상당히 의미 있는 모험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늘의 상황은 과거 어느 때보다도 이 돌파구를 열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나는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한상진 교수가 생각하는 정치권력의 획득 시점은 올 총선이 아니라 내년 대선입니다.

4월 총선에서 야권이 패하더라도 그것을 계기로 내년 대선을 잡을 수 있다면 기꺼이 패하겠다는 겁니다.

이런 맥락에서 한 교수는 총선을 목전에 두고 야권연대를 하자는 주장에 절대 동의하지 않을 듯합니다.

이는 4월 총선을 목적으로 입당한 많은 국회의원 예비후보자들의 생각과 다릅니다.

이들은 이번 총선에서 여의도 진출을 원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필요에 따라 야권 연대를 해서라도 금뱃지를 달고 싶어합니다.

내년 대선은 안철수 의원의 개인적 목표이지 자신들의 목표는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이 간극은 어떻게 메워질까요?

신당의 새로운 출발이 쉽지만은 않아보입니다.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
[김형오 기자 / hokim@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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