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저유가에 곳간 빈 사우디 “세계 최대 석유기업 아람코 상장”
입력 2016-01-08 14:28 

저유가 장기화로 세수에 큰 구멍이 뚫리자 예산까지 삭감하고 나선 사우디아라비아가 국영 석유업체 ‘아람코 기업공개(IPO)라는 승부수를 던졌다.
7일(현지시간)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사우디 왕위 계승서열 2위이자 국방장관을 맡고 있는 모하메드 빈 살만 왕자(30)와의 인터뷰 기사를 통해 살만 왕자가 향후 몇개월내에 아람코 상장 여부에 대한 결정을 내릴 계획이라고 밝혔다며 살만왕자가 기업공개에 열의를 갖고 있다”고 전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사우디의 아람코 기업공개를 기존 석유업계 질서를 전면 개편하는 획기적인 사건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세계최대 석유기업 아람코가 상장되면 기업가치가 최소 1조달러에서 수조달러에 달할 것이라고 가디언과 파이낸셜타임스(FT) 등은 추정했다. 스위스 소재 도그마 캐피털의 다닐로 오노리노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아람코는 석유업계의 페라리같은 회사”라며 석유 비축량을 토대로 보수적으로 추산해도 아람코의 가치는 2조5000억달러(3000조원)가 넘는다”고 블룸버그에 말했다.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아람코 주식 100%를 보유하고 있는 사우디 정부가 상장때 전체 보유주식의 5% 정도의 구주매각에 나설 전망이다. 일단 5%만 지분을 팔더라도 1250억달러(150조원)에 달하는 대규모 자금을 조달할 수 있을 것으로 시장관계자들은 전망하고 있다. 이는 사우디의 연간 재정지출액(2600억달러)의 50%에 달한다. 이처럼 아람코 상장시 현재 세계 시가총액 1위 기업인 애플(5430억달러)를 제치고 세계에서 가장 높은 시장가치를 지닌 기업이 될 것으로 보인다. 메각 지분이 5%정도지만 전세계 석유회사들이 아람코 지분 확보에 군침을 흘릴 것이라고 이코노미스트는 전망했다. 노르웨이 기업인 리스타드 에너지에 따르면 사우디는 쿠웨이트 다음으로 원유생산 손익분기점이 낮다. 낮은 유가에서도 가장 잘 버틸 수 있다는 뜻이다.
사우디가 정부와 사우디 왕가의 부의 원천인 아람코 상장을 통한 지분 매각에 나선 것은 유가하락으로 오일머니가 쪼그라들고 재정적자가 커지면서 추가적인 세입이 필요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사우디 재정수입의 75%가 석유에서 나온다. 올 한해에만 건국이래 사상최대인 3270억리얄( 101조원)의 재정적자를 볼 것이라는 진단이다. 이처럼 재정적자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에서 사우디 정부는 아람코 IPO를 통해 천문학적 규모의 자금을 확보하는 한편 사우디 주식시장에서 빠져나가는 외국인 투자자금도 붙잡는 ‘일석이조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사우디는 지난해부터 주식시장을 외국인들에게 개방했다.

또 살만 왕자는 기업공개를 통해 투명성을 확보하고 부패문제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여기에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산업이 더 부상하기전에 아람코를 상장하는 것이 가장 값어치를 높게 받을 수 있다는 계산도 있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설명했다.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아람코 자회사들도 상장을 계획하고 있다. 2008년 라비그 정유화학이라는 아람코 자회사가 사우디 증시에 상장된 적이 있다.
아람코는 전세계 석유 매장량의 16%를 점유하고 있는 사우디의 석유생산을 독점하는 국영에너지 기업이다. 아람코의 석유 생산량은 전세계 원유생산량의 12.5%를 차지한다. 지난해 아람코가 생산한 원유는 35억배럴로 이중 25억배럴을 수출했다. 아람코가 확보한 원유자원은 2680억배럴로 원유기업중 가장 시가총액이 높은(3220억달러) 엑손의 원유 비축량보다 11배나 많다. 아람코는 그 이름(아라비아-아메리카 석유회사)에서 알 수 있듯 지난 44년 사우디와 미국 거대 석유기업들이 합작한 회사다. 그러나 70년대 오일쇼크로 자원민족주의가 대두되면서 지난 80년 완전히 국유화됐다.
[이덕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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