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M+기획…‘탈 대학로’①] 왜 소극장은 대학로를 떠나게 됐나
입력 2016-01-07 13:50 
[MBN스타 금빛나 기자] 국내 최초의 민간 설립극장인 삼일로 창고극장(이하 창고극장)이 2015년 10월26일을 마지막으로 문을 닫았다. 재정난으로 인해 더 이상 극장 운영이 힘들어졌기 때문이었다. 1976년 4월 개관이래, 각종 핍박과 어려움 속에서도 살아남으며 우리나라 소극장운동에 앞장섰던 창고극장이었지만, 40년이라는 세월은 조용히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문을 닫은 소극장은 창고극장 뿐만이 아니다. 이미 대학로 학전그린소극장(1996년 개관)이 2013년 폐관됐으며, 올해만 해도 대학로의 상징으로 여겨졌던 대학로극장(1987년 개관)을 비롯해 상상아트홀(1990년 개관)과 김동수 플레이하우스(2000년 개관)이 급격히 오른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하고 폐관됐으며 꿈꾸는 공작소(2010년 개관) 또한 같은 이유로 폐관 위기에 처했다. 이 외에도 연극문화예술을 꽃피웠던 소극장들 역시 같은 이유로 폐관되거나 혹은 상업극을 올리는 극장들로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서울의 문화를 대표하는 거리 대학로에 공연예술이 꽃피기 시작한 것은 1975년 서울대학교가 동숭동캠퍼스를 관악산캠퍼스로 이전하면서부터였다. 대학이 떠나간 자리에는 한국문화예술진흥원이 세워졌으며, 이후 이를 중심으로 문예진흥원 미술관(현 아르코미술관), 문예진흥원 예술극장(현 아르코미술관), 동숭아트센터 등 각종 문화 예술들이 모여들기 시작, 대학로는 연극을 비롯한 문화 공연의장으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이른바 ‘연극의 거리가 된 대학로는 2004년 인사동에 이어 서울에서 두 번째 문화지구로 지정되면서 서울의 문화를 대표하는 거리로 거듭나게 된다.

많은 문화예술 중에서도 공연예술의 정점에 오른 대학로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문화지구로 지정된 이후 대학로 내 소극장에서 공연을 올리던 예술가들은 도리어 위기를 맞이하게 됐다. 대기업들이 대학로에 진출을 하면서 상업화가 일어난 것이다. 사람들이 몰리면서 땅값이 오르게 되고, 이는 자연스럽게 임대료 상승으로 이어졌다.

심지어 문화지구로 지정된 이후 부동산에 대한 조세감면, 용적률 혜택, 융자지원 등 정부지원혜택은 연극인이 아닌 건물주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제공됐다. 덕분에 극장의 수는 비약적으로 늘어났으나 정작 연극단의 수익성은 악화되기 시작했다. 늘어난 극장만큼 수준 이하의 공연들이 우후죽순 격으로 생겨났고, 떨어진 공연의 질은 관객의 외면을 받으며, 줄어든 관객 수는 수익감소로 이어지고 수익성 악화는 또 다시 공연의 질을 낮추는 등 악순환의 고리가 등장한 것이다. 결국 살아남은 작품은 수익을 목적으로 하는 코미디류나 뮤지컬, 로맨스, 거대 자본을 들인 대형스타마케팅공연들이며, 순수예술과 실험극의 자리는 점점 밀려나게 됐다.

실제 2013년 서울문화재단에서 실시한 대학로연극실태조사보고서에 따르면 공연시장규모와 공연장수, 작품 수 등은 크게 증가됐으나, 작품의 다양성과 예술성은 떨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상업성은 높아지고, 실험성과 다양성은 낮아진 것으로 평가된 것이다.


상업지구로서의 성격이 완연해진 대학로에서 더 이상 소극장 연극은 살아남기 힘든 실정이다. 많은 연극인들은 사실상 대학로는 연극의 거리로 되돌릴 수 없는 회복불능의 상태로 보고 있다. 지난 3월 대학로극장 앞에서 대학로는 죽었다”며 메었던 연극인들의 상여는 이를 대변한다고 볼 수 있다.

이 같은 상황 속 많은 이들은 소극장의 살길은 대학로에서 탈출하는 것뿐이라 말하고 있다. 살아남기 위해 탈(脫)대학로를 꾀하는 것이다. 4월 폐관한 대학로극장은 현재 장소를 충북 단양으로 자리를 옮겨 운영하고 있으며, 한국소극장연합회를 중심으로 대학로 소극장들의 집단 이전이 정책적으로 제안되고 있다. 서울연극협회 역시 새로운 장소에서의 소극장 극장 건립 혹은 소극장으로의 재개발과 연극인들의 주거지 조성 등 정책적 제안을 추진하고 있다.

금빛나 기자 shinebitna917@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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