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보그룹 직원, 유가족 측 "평소 건강했던 이가 회사의 강제 산행 때문에 죽었다"…죽음 사실은?

대보그룹 직원, 유가족 측 "평소 건강했던 이가 회사의 강제 산행 때문에 죽었다"…죽음 사실은?

성탄절인 지난해 12월 25일, 대보그룹 '단합대회' 차원에서 지리산 천왕봉으로 오르던 대보정보통신 사업부 김모(42) 차장이 등산 도중 갑자기 쓰러졌습니다.

이날 새벽 4시부터 등산을 시작해 4시간쯤 지났을 때였습니다.

구조헬기로 병원으로 옮겨졌을 때는 이미 숨진 상태였습니다.

김씨의 가족과 직장 동료들은 무리한 산행이 죽음을 불러왔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유가족 측은 "평소 건강했던 이가 회사의 강제 산행 때문에 죽었다. 버스에서 쪽잠을 잔 뒤 새벽부터 산에 오른 게 문제였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대해 대보그룹 측은 "회사가 주최한 것은 맞지만 업무나 건강상의 이유로 빠질 수 있는 행사였다"고 항변했습니다.

강제 산행이 아니라는 회사의 해명과 달리 김씨 가족과 동료는 최등규(68) 대보그룹 회장 등 경영진이 평소에도 산행을 강요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대보의 한 직원은 "회장의 지시로 강제적 등산이 지속적으로 이뤄졌다. 행사에 참가하지 못한 직원은 자비로 지리산에 가서 '천왕봉 등정 인증샷'을 찍어 제출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직원들에 따르면 이 회사에는 '점심시간 엘리베이터 사용 금지' 규칙이 있습니다.

엘리베이터 사용이 적발되면 지하 2층~지상 10층 계단을 20회 왕복해야 하며, 경영진은 일부 직원들에게 체중 감량을 지시하며 각서를 쓰게 했습니다.

대보그룹 관계자는 산행이 회장 지시에 따른 것이었음을 부인하지는 않으면서 "건강 중시가 우리의 기업 문화다. 회장이 건강에 신경을 많이 쓰다 보니 직원들에게도 운동에 대해 많이 얘기한다. 35년간 등산 행사를 하면서 한 번도 사고가 난 적이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대보그룹은 건설·유통·정보통신·레저 사업을 하고 있으며, 연 매출이 1조원대로 최 회장은 그린콘서트, 다문화가정 결혼식 등의 자선활동을 펼쳐왔습니다.

한편 최 회장은 2014년 말 회사 돈 약 210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구속된 후 다섯 달 뒤에 보석으로 풀려나기도 했으며, 지난해 6월 서울중앙지법에서 징역 3년6개월에 추징금 9000만원을 선고, 현재 2심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MBN 뉴스센터 / mbnreporter01@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