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日자금, 한국금융시장 끝없는 `탐욕`
입력 2016-01-05 17:25  | 수정 2016-01-05 19:58
일본계 금융 자본이 한국 대표 서민금융 업종인 대부업과 저축은행 시장을 지나치게 잠식할 정도로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국내 금융회사들은 '고리대금업자'라는 부정적 이미지가 두려워 서민금융 사업에 소극적이다. 이대로라면 한국 서민금융시장을 일본 자본에 송두리째 빼앗길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러시앤캐시, 산와머니 등 29개 일본계 대부업체의 지난해 9월 말 기준 총 대부잔액은 6조5000억원으로 토종업체를 합친 업계 합산액(119개 업체·10조9623억원)에서 무려 59%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로 서민이 급전을 빌려 쓸 때 이용하는 국내 대부업 시장은 러시앤캐시와 산와머니가 사실상 시장을 양분하고 있다.
저축은행 업계도 일본계 자본에 시장을 빠르게 뺏기고 있다. SBI저축은행(3조8000억원), JT친애저축은행(1조3000억원), OSB저축은행(1조3000억원) 등 3개 일본계 은행 자산을 합치면 총 6조4000억원으로 79개 업체를 합친 업계 총자산(41조3000억원)의 15%가 넘는다. 여기에 범일본계로 분류되는 OK저축은행(1조7000억원)까지 더하면 점유율이 20%에 가까운 수준이다.

SBI저축은행 최대주주는 일본계 투자금융사 SBI홀딩스이며, JT친애저축은행과 OSB저축은행도 각각 일본계 J트러스트그룹과 오릭스그룹이 최대주주다.
일본은 2000년대 들어 사채업 규제를 대폭 강화하고 엄격한 이자제한법을 만들어 최고이자율을 20%로 낮췄다. 자국에서 영업이 어려워진 일본 사채업자들은 규제 장벽이 낮고 금리가 높은 한국으로 눈을 돌렸다. 국내 대부업계에 진출한 일본계 자금은 2008년 저축은행 사태 당시 매물을 인수하면서 사업 영역을 확대했다.
일본계 자본이 한국 서민금융시장에서 급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국내 업체에 비해 자금 조달 여건이 유리하기 때문이다. 일본에서 1~4%대 저금리로 자금을 들여와 한국에서 최고 34.9%에 달하는 고금리를 보장받으면서 빠르게 성장했다.
일본계는 리스크가 큰 저소득층 대상 개인신용대출에 주력하면서 업태를 특화하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일본 대부업체는 국부 유출이란 비난을 의식해 본국으로 배당을 거의 실시하지 않아 자기자본이 많이 쌓여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계 자본의 서민금융시장 잠식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지만 국내 금융사들은 고리대금업자 이미지가 두려워 개인신용대출에 여전히 소극적이다. 향후 온라인뱅크를 기반으로 한 중금리 신용대출상품 출시를 늘리고, 부족한 신용평가·리스크 관리 역량도 끌어올려야 한다는 지적이다.
하나금융 고위 관계자는 "과거 일본 대부업체와 조인트벤처 형태로 대부업체 설립을 시도했지만 이미지 하락이 염려된다는 내부 반대에 부딪혀 무산된 적이 있다"며 "국내 금융권이 수익성 한계에 달한 상황에서 대부업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버리고 신용대출 시장을 적극 개척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국내 서민금융업 발전을 위한 금융당국의 노력도 절실한 것으로 지적됐다.
[정지성 기자 / 박윤예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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