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단독] 北리수용, 다보스포럼 18년만에 전격 참석
입력 2016-01-04 17:51 

리수용 북한 외무상이 오는 20~23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는 세계경제포럼(WEF) 연차총회에 참석한다. 북한 관리로서는 1998년 이후 18년 만의 다보스포럼 참석인데다 역대 참석자중 최고위급이다. 리 외무상은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측근이며 북한 정부의 ‘대변인격으로 활동하고 있다.
김정은 제1비서가 리 외무상을 서구 자본주의의 상징과도 같은 다보스포럼에 참석시키는 것과 관련해 ‘집권 5년차를 맞아 내부단속을 끝내고 경제를 앞세워 본격적인 실리외교에 나서려는 움직임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4일 다보스포럼에 정통한 소식통은 리수용 북한 외무상을 포함한 북한 고위 관리들이 다보스포럼에 참석하기로 했다”며 다보스포럼에서 구체적인 활동 계획은 아직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올해 다보스에는 리 외무상과 함께 윤영석 대외경제성 부총국장과 한웅 농업개발은행 사장 등이 방문할 예정이다. 올해 다보스포럼은 ‘제4차 산업혁명을 주제로 전세계 50여개국 정상을 비롯한 국제기구 수장, 글로벌 기업인 등 총 3000여명의 글로벌 리더들이 참석할 예정이다.
리 외무상 일행은 이번 다보스포럼에서 김정은 제1비서 집권 이후 북한의 변화 메시지를 전 세계에 전달하는역할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2011년 집권 이후 아직 단 한번도 해외 방문에 나서지 않은 김 제1비서인 만큼 리 외무상을 통해 어떤 외교적 제스처를 보이느냐에 따라 동북아는 물론 국제사회에 큰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특히 북한의 ‘외화벌이를 담당하는 대외경제성 관료가 동행한다는 점에서 경제외교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북한은 현재 전통적 우방국인 중국과 러시아와 관계에서도 이렇다할 성과를 마련하지 못한채 국제사회의 ‘외톨이로 전락하며 외교적 돌파구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제사회에서 폐쇄적인 이미지를 벗고 경제회생을 위한 외자유치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의지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김 제1비서가 다보스포럼을 통해 간접적으로나마 국제사회에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것에는 중립국인 스위스와의 인연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김 제1비서는 지난 1998년부터 2000년까지 스위스 베른에 위치한 리베펠트-슈타인횔츨리 공립학교를 다녔다. 당시 여동생인 김여정 현 북한 노동당 선전선동부 부부장도 함께 스위스에서 생활했다.
다보스포럼을 찾는 리 외무상은 당시 스위스 대사로 재직하며 이들 남매의 유학생활을 뒷바라지한 인연이 있다. 그는 제네바대표부·스위스·네덜란드 주재 대사를 지낸 유럽통이자 북한 외자유치 업무를 총괄했던 합영투자위원장을 역임한 경제·외교통이다. 김 제1비서의 다보스 특사로는 최적임자인 것이다. 리 외무상과 함께 다보스를 찾을 윤영석 대외경제성 부총국장은 북한이 최우선 경제개방 전략으로 내세우는 19개 지방급 경제특구의 외자유치 실무를 총괄하는 인사다.
북한은 지난 해부터 유엔 등 각종 국제기구 가입을 위해 노력하는 등 국제사회로의 연착륙 의지를 내비쳐왔다.
리 외무상은 지난 달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당사국총회에 참석해 북한의 환경 보전 의지를 대외적으로 알렸고 앞서 2014년에는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에 가입하기도 했다.
임을출 경남대 교수는 북한 내부사정이 안정적인 궤도에 진입했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다보스포럼에 참석하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임 교수는 북한 대표단은 다보스에서 경제개발을 위한 구상과 비전을 밝히면서 외자유치를 위한 홍보활동을 펼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김정은 제1비서는 지난 1일 발표한 신년사에서 우리 당은 인민생활 문제를 천만가지 국사 가운데서 제일국사로 내세우고 있다”고 밝히며 이례적으로 정치·군사보다 ‘경제에 방점을 찍었다. 이번 북한 대표단의 다보스포럼 참석을 오는 5월에 열릴 35년만의 제7차 노동당 대회를 앞두고 경제회생·민생개선을 위한 사전 정지작업의 일환으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북한은 지난 1990년대 중반 발생한 대기근 사태인 이른바 ‘고난의 행군 시기 전후 다보스포럼에 고위급 경제·무역 대표단을 보냈다. 지난 1989년 채희정 당시 정무원 산하 합영공업부장이 인솔하는 대표단을 처음 파견한 후 1996~1998년에는 외자유치와 대외무역을 담당하는 대외 무역·경제 위원회의 정·부위원장(장·차관급)을 보내 세일즈에 나섰다. 1997년 다보스포럼에 참석했던 김정우 대외경제협력추진위원장은 북한식 자본주의 실험장인 나선경제무역지대에 투자유치 활동을 펼친 바 있다.
[임성현 기자 / 김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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