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미국 경제 진단·해법 두고 정면 충돌한 석학들
입력 2016-01-04 16:18 

미국 경제는 완전고용에 접어들었다. 이제 논의의 초점을 통화정책에서 재정건전성으로 옮겨야 한다. 향후 수년간 미국경제를 위협할 최대 복병은 급증하는 국가부채가 될 것이다.”(마틴 펠드스타인 하버드대 교수)
양적완화로 막대한 돈을 풀었지만 수요나 투자는 기대만큼 살아나지 못했다. 미국경제는 아직 과거보다 어렵고 계층별 불평등은 심화됐다. 이런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려면 정부가 적극적으로 재정지출을 확대해야 한다.”(조셉 스티글리츠 콜럼비아대 교수)
세계적인 석학들이 3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힐튼유니온스퀘어에서 열린 전미경제학회(AEA) 연례총회에서 미국경제 저성장 탈출 해법을 놓고 충돌했다.
2001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스티글리츠 교수는 ‘미국 경제 어디로 가나 세션에 참석, 미국 경제가 아직 움츠러든 상태(긴축 모드)에 있다”고 진단한 뒤 민간투자를 유인할 수 있도록 정부가 기술·인프라 투자 확대에 주력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정부의 공격적인 재정확대 역할을 주문한 셈이다.
반면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 시절 백악관 경제자문위원장을 지낸 마틴 펠드스타인 교수는 미국이 완전고용 수준에 도달하는 등 미국경제가 완연히 회복됐다”고 평가한 뒤 향후 미국 경제를 위협할 가장 큰 불안요인으로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는 국가부채를 꼽았다.
펠드스타인 교수는 최근 10년간 미국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규모가 2배나 늘었다”며 2008년 금융위기 전에 GDP 대비 40% 미만이었던 부채가 75%선대까지 급증했다”고 걱정했다. 특히 미국 기준금리가 오르면 국가부채 이자 비용도 한층 늘어나 정부 부담이 커질 것으로 우려했다. 고령화 속도가 빨라지면서 각종 사회보장에 들어가는 정부지출 규모가 확대되는 점도 국가재정을 압박할 것으로 봤다.

펠드스타인 교수는 과도한 국가부채를 감당하려면 세금을 올려야 하고 이로인해 막대한 사회적 비효율이 초래될 수 있다”며 2039년이면 정부부채가 GDP 규모로 커져 재정정책 통제력마저 상실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펠드스타인 교수는 국가부채 문제를 해소하려면 사회보장 수급 연령을 현행 67세에서 70세로 높이고 유류세를 인상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스티글리츠 교수는 마이너스 금리 실효성을 기대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유럽 국가들이 실시하고 있는 마이너스 금리가 자본집약적인 기술 개발을 유인할 수는 있지만 일자리 없는 회복을 이끈다는 지적이다. 세계적인 통화이론가 존 테일러 스탠퍼드대 교수도 이날 같은 세션에 참석, 구조개혁 필요성을 강조했다. 테일러 교수는 개혁은 이미 늦었고 앞으로 금융위기 이전의 4~5% 성장률을 달성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비관론이 나오고 있다”면서도 좋은 정책을 집행하면 과거수준의 경제성장을 달성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테일러 교수는 1996~2005년, 2011~2014년 사이 노동과 자본이 성장에 기여한 바를 분석해보면 노동생산성은 3%에서 0.5%로 하락했고 자본의 성장 기여도는 1.2%에서 -0.2%로 떨어져다”며 노동생산성과 자본의 성장 여지가 많다”고 강조했다. 노동생산성을 높이고 투자를 활성화하는 정책을 통해 성장률을 높일 수 있다는 뜻이다. 또 조세개혁 등 장기적인 영향을 끼치는 개혁 조치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테일러 교수는 저성장이 고착화될 것이라는 구조적 장기침체(secular stagnation)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면서 현재 저성장이 경기순환적인 현상일뿐이라고 해석했다. 테일러 교수는 양적완화 정책이 경제에 영향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일각의 시각에 부정적 의견을 피력하면서 통화정책도 개혁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기획 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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