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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굿 다이노` 감독 "영어 못하는 엄마 눈물 보고 애니메이션 꿈꿨죠"
입력 2016-01-04 15:40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애니메이션은 통역이 필요 없었죠. 영어를 못하는 어머니가 전체 내용을 이해하시고 눈물을 흘리셨어요. 가슴이 뜨거워지더라고요. '애니메이션의 힘이 이렇게 대단하구나'를 느꼈고, 그렇게 내 애니메이션 인생이 시작됐습니다."
미국의 메이저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픽사에서 15년을 일한 한국계 피터 손 감독이 4일 오후 서울 코엑스 메가박스에서 열린 영화 '굿 다이노' 내한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애니메이션 업계에 일하게 된 계기를 전했다.
미국 이민자 가정의 장남인 피터 손 감독은 "어머니가 영화를 정말 사랑하셨던 분"이라며 "뉴욕에서 과일 가게를 했는데 장사가 잘 될 때면 우리는 항상 영화를 보러 갔는데 어머니가 이해를 못 해 통역을 해야 했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애니메이션은 통역이 필요 없었고, 자연스럽게 부모님의 지원을 받아 애니메이션 학교에 다녔으며, 이 세계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자라면서 유색 인종이라는 얘기를 들었던 피터 손 감독은 캘리포니아 애니메이션 학교에 다니며 이제껏 느끼지 못한 새로운 경험을 했다. "캘리포니아에서는 내 출신을 전혀 신경 쓰지 않더라고요. 영화를 사랑하는 자체만이 중요했죠. 다양한 국적의 많은 사람을 만났고 픽사에도 들어가게 됐어요. '니모를 찾아서'가 첫 참여 작품인데 처음에는 뭐 하는지도 모르고 일을 했죠.(웃음) 하지만 애니메이션을 사랑했고, 단편 영화에서 이어 '굿 다이노' 연출까지 이르게 됐어요. 뿌듯합니다."
픽사에 입사해 15년간 활동한 피터 손 감독은 '니모를 찾아서', '인크레더블'에서 아트, 스토리, 애니메이션 부서에 참여해 다재다능한 재능을 인정받았다. 디즈니 픽사 최초 3D 작품인 '업'의 오프닝 단편 애니메이션 '구름 조금'으로 연출 데뷔했고, '라따뚜이'와 '몬스터 대학교' 등 여러 작품에서는 목소리 연기를 맡기도 했다.
영화 '굿 다이노'는 피터 손 감독의 첫 장편 연출 작품이다. 겁쟁이 공룡 알로와 야생 꼬마 스팟의 놀라운 모험과 우정을 넘어선 교감으로 관객을 어루만져 줄 디즈니 픽사의 2016년 첫 애니메이션이다. 알로와 스팟이 우연한 사고로 엮이게 되면서 알로의 가족을 찾아 떠나는 모험이 관객을 울리고 웃긴다.

2년 동안 진행된 험난한 작업의 결과물이다. 사전 조사를 위해 모든 박물관을 방문했고, 아름다운 배경을 위해 아이다호, 티탄 산맥 등을 다녔다. 공룡과 야생 꼬마 캐릭터를 위해 각종 동물의 행동과 습성을 살피며 연구하기도 했다. 스튜디오에서 만들지 않고 90% 이상을 야외 촬영했다.
"어머니가 영화를 사랑했기에 나도 영화를 사랑하며 자라왔기에 감독이 되는데 도움이 된 것 같다"는 피터 손 감독은 "처음 연출을 할 때 두렵고 떨렸는데 수백 명의 아티스트가 참여하고 도와줘서 멋진 작품이 나왔다. 평생 잊지 못할 작품"이라고 강조했다.
'굿 다이노'에서 등장 인물들의 동작과 감정 연기를 담당한 김재형 애니메이터는 이날 "픽사는 일하면서 경쟁도 치열하고 스트레스 받는 일도 많지만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에서도 옆 사람들에게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또 자기 의견을 개진하는데 수평적 환경이 잘 마련돼 있다"고 애니메이터를 꿈꾸는 이들에게 픽사를 소개해 눈길을 끌었다. 의사 출신인 김 애니메이터는 "의사로 일하며 내가 즐기면서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다는 고민을 많이 해 병원을 떠나 도전했다"며 "취업준비생들의 어려움과 절박함에 어떤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도전해보고 실패해서 얻는 것도 많다. 계속 도전하는 용기를 가졌으면 좋겠다"는 조언도 덧붙였다.
7일 개봉하는 '굿 다이노'는 디즈니와 픽사가 손을 잡은 지 20년이 된 기념작이기도 하다. 디즈니와 픽사는 지난 1995년 '토이 스토리'를 시작으로, '벅스 라이프'(1998), '니모를 찾아서'(2003) 등을 히트시켰다. 지난해에는 '인사이드 아웃'으로도 관객을 울리고 웃겼다.
jeigun@mk.co.kr/사진 강영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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