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복면가왕 렉서스, ‘달리는 콘서트홀’ 역사를 쓰다
입력 2015-12-30 17:17 

자동차와 오디오는 닮은 점이 많다. 최신 기술의 결정체다. 대중적인 모델이 있는 반면 초호화 럭셔리 제품도 있다.
주요 타깃도 겹친다. 프리미엄 자동차 구매자들은 성능 못지않게 음(音)에도 민감하다. 따라서 프리미엄 자동차 브랜드들은 음을 제대로 살리기 위해 오디오 시스템을 선정하는 데도 많은 공을 들인다. 명품 오디오 시스템을 갖춘 프리미엄 자동차는 ‘자동차 탈을 쓴 콘서트홀로 여겨진다.
명품 오디오 시스템과 적극 협력한 자동차 브랜드는 렉서스다. [정숙성의 대명사 렉서스는 소음·진동을 줄이는 것에서 더 나아가 명품 오디오 브랜드와 협업해 ‘듣는 맛을 강화한 오디오 시스템을 채택했다. 렉서스가 선택한 오디오 시스템은 마크 레빈슨이다.
현재 자동차 오디오업계의 거인은 하만 인터내셔널이다. 그룹 산하에 마크 레빈슨, 뱅앤올룹슨(자동차 부문), 베커, 인피니티, JBL, 렉시콘, 레벨 등의 브랜드를 거느렸다.

렉서스와 마크 레빈슨의 인연은 21세기 초 시작됐다. 렉서스는 1989년 설립 후 2000년까지 우수한 오디오 브랜드로 널리 인정받던 일본의 나카미치 제품을 사용했다.
그러나 렉서스가 진화를 거듭해가면서 우수한 오디오로는 충분하지 않았다. 최고의 오디오가 필요했다. 렉서스는 마크 레빈슨에게 러브콜을 보냈다. 마크 레빈슨은 렉서스만을 위한 자동차 사운드 시스템을 디자인하기 시작했다.
아마추어 뮤지션이자 마크 레빈슨 사장이었던 필 무치오와 그의 팀은 렉서스 차 디자인에 스케치에서부터 생산 단계까지 관여했다. 최고의 궁합을 완성하기 위해서였다. 렉서스는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렉서스가 2001년 SC 모델을 재검토하기 시작했을 즈음 무치오는 리어 시트 패드를 다르게 디자인하면 음질이 크게 향상될 거라는 사실을 알아냈다. 뒷좌석을 다시 만든 결과 오디오 음량이 5데시벨(㏈) 늘었다.
마크 레빈슨과 렉서스의 만남을 두고 오디오 마니아는 물론 자동차 업계도 깜짝 놀랐다. 전례 없는 완성도와 성능 때문이었다. 렉서스와 마크 레빈슨의 목표는 렉서스를 개인 콘서트홀로 만드는 것이다.
필 무치오는 당시 렉서스와 협업 프로젝트의 성공 여부는 고객이 차에 올라타서 좋아하는 음악을 트는 순간 공연장 가운데 앞줄에 앉아있는 것처럼 느끼는 것에 달려있다”고 말했다.
두 회사는 단지 생생한 음질을 구현하는데 그치지 않는다. 전력 소모와 열 발생은 물론 시스템의 무게까지 최소화했다. 이 같은 노력으로 낳은 결실이 ‘그린에지 테크놀로지다. 이 기술의 핵심은 같은 전력으로 두 배의 성능을 내는 데 있었다.
현재 렉서스는 판매시장에 따라 전 차종에 마크 레빈슨 오디오를 기본이나 옵션으로 제공중이다. ES300h 이그제큐티브의 경우 7.1채널에 출력 835W의 프리미엄 서라운드 시스템이 기본이다.
스피커는 15개다. 대시보드엔 직경 90㎜의 미드레인지와 좌우 각각 16㎜의 트위터를 심었다. 양쪽 앞 도어엔 7×10㎝ 미드 우퍼로 음의 풍성함을 더했다.
좌우 뒷문엔 25㎜ 트위터와 170㎜ 미드 우퍼를 달았다. 뒷좌석 뒤 선반에선 두 개의 90㎜짜리 미드 레인지 스피커가 트위터와 베이스 음 사이를 잇는 가교 역할을 맡는다.
두 스피커 사이에 자리한 200㎜ 듀얼 보이스 서브 우퍼는 저주파 사운드로 음의 깊이를 더한다. 이들 15개 스피커가 어울려 ES 실내는 악단으로 360도 둘러싸인 연주회장으로 거듭난다.
[매경닷컴 최기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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