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위안부, 日과 묵은 과제 풀었지만 ‘국내 여론 달래기’ 만만찮을듯
입력 2015-12-29 16:00 

한·일이 지난 28일 위안부 문제에 대한 최종적, 불가역적 해결을 확인함에 따라 내년부터 양국관계가 전반적인 해빙국면에 진입할 전망이다. 한·일 외교장관회담 이후 한국 측 전문가들은 이번 합의에 대해 대체로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합의에 그동안 피해 당사자인 위안부 할머니들의 핵심적 요구사항들이 명시적으로 담겨있지 않고 지원재단 설립 등 전례를 찾기 힘든 내용들이 있어 향후 합의이행 과정에서 난맥상이 발생할 우려도 나온다.
무엇보다 정부가 정부가 협상과정에서 일본의 ‘법적 책임 명기를 양보한 것은 벌써부터 국내여론 설득과정에서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다.
정부도 이번 합의의 실질적 성과가 비판적인 국내여론에 대한 극복여부에 달린 것으로 인식하고 29일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에 대한 외교부 1·2차관 직접면담 등 정면돌파 수단을 택했다. 정부에서는 이번 합의에 비록 ‘법적책임을 명시하지는 않았지만 내용상으로는 사실상 일본 정부가 법적책임을 인정한 가운데 후속조치를 세운 점을 적극 부각하며 여론의 파고를 넘는다는 구상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시민단체는 물론 야권에서는 이번 합의를 ‘굴욕외교로 규정하고 대정부투쟁에 나서는 모양새다. 29일 서울 세종로 외교부 청사 앞에서는 위안부 문제 ‘최종해결 합의를 반대하는 시민·사회단체들의 시위가 이어졌다. 위안부 피해자들의 입장을 대변해온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도 지난 28일 일본 정부가 책임을 통감한다고 밝혔지만 군 위안부 범죄가 일본 정부와 군에 의해 조직적으로 자행된 범죄라는 점은 이번 합의에서 찾아보기 어렵다”며 피해자들과 국민의 바람을 철저히 배신한 외교적 담합”이라고 성토했다. 더불어민주당도 같은 날 갈팡질팡한 외교의 극치로 개탄을 금할 수 없다”며 정부의 위안부 문제 타결합의에 대해 비판했다.
주한 일본대사관 앞 위안부 소녀상 이전 문제에 대해서도 합의 직후부터 양국에서 다른 목소리가 나오는 형국이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무상은 28일 공동기자회견 직후 일본 기자들에게 소녀상에 대해 적절히 이전되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며 ‘이전 쪽에 방점을 찍었으나 우리 외교부 관계자는 기대감을 표명한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일축했다.
29일 정부 관계자는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전날 기자회견에서 소녀상 이전 문제에 대해 한국 정부로서도 가능한 대응 방향에 대해 관련 단체와의 협의 등을 통해 적절히 해결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힌 것에 대해 (이전) 약속이라고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번 한·일 간 합의로 인해 한국이 국제사회와 공동으로 추진중인 일본군 위안부 자료의 유네스코 세계기록문화유산 등재 작업에 차질을 주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일각에서는 등재 작업이 지난 28일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확인한 한국정부는 이번에 일본 정부가 표명한 조치가 착실히 실시된다는 것을 전제로 일본정부와 함께 함께 향후 유엔 등 국제사회에서 동 문제에 대해 상호 비난·비판을 자제한다”는 내용과 상충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됐다.
실제로 일본 측은 지난 10월부터 해당 자료에 대한 문화유산 등재작업이 구체화되자 반발하며 외교당국간 국장급 협의가 교착상태에 빠진 것으로도 알려졌다.
이에 대해 외교부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위안부 자료 세계 기록문화유산 등재사업은 민간 주도 사업으로 이번 합의내용과는 별개”라고 선을 그었다. 정부 차원에서 명시적으로 지원하지는 않겠지만 등재추진 자체에 제동을 걸 명분은 없다는 설명인 것이다.
또 외교부는 일본 언론이 ‘한일 외교장관회담에서 한국 측 위안부 기록물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 신청을 보류하기로 합의했다고 보도한 것에 대해서도 전혀 사실과 다르다”고 강조했다.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본 측의 실질적 책임인정 후속조치인 피해자 지원재단 설립과 기금출연 역시 참고할 만한 전례가 없다는 점에서 후속조치가 만만찮을 전망이다. 더구나 일본 측에서 다른 이유를 들어 기금출연에 늑장을 부린다면 한·일간 합의에 대한 반발여론이 또 한 번 들끓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또 기금운영때 필요한 상호협의 과정에서 양측 간 갈등이 불거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실제로 정부도 일본이 재단 설립·운영과정에서 국내 여론 등을 핑계로 가다서다를 반복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최대한 속도감있게 재단설립을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위안부 피해자들을 지원하는 재단이 설립되더라도 정작 위안부 할머니들이 지원을 거부하는 경우의 수도 고려해야 한다. 만일 이같은 상황이 현실화된다면 위안부 피해자들을 지원한다는 재단설립 목적 자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안두원 기자 / 김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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