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저소비·저채용·외부변수’ 3가지 고민에 빠진 한국경제 현실
입력 2015-12-25 18:40 

시중에 돈을 암만 풀어도 소비가 늘지 않고, 실업 문제도 해결되지 않는 데다, 해외 변수 영향력은 더 커져가고...”
한국경제가 ‘저성장, 저물가, 저금리라는 악순환의 고리에 빠져든 가운데 이를 타개해 나가야 할 통화당국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어느 때보다 적극적인 정책대응이 필요한 시점이지만 정작 금리와 통화량 조절과 같은 전통적 정책 수단이 잘 먹혀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때문에 한국 경제가 3대 함정에 빠졌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기준금리를 내려도 물가가 오르지 않고, 물가가 낮아져도 고용이 크게 증가하지 않고, 우리 경제에 다른 나라가 미치는 영향이 커지면서 예전과 같은 통화정책 영향이 사라졌다는 이른바 ‘3대 함정이다.
우선 한국은행은 통화정책 효과가 예전과 같지 않은 점에서 고민이 크다. 시중 통화량을 늘리면 소비가 늘어야 정상이지만 좀처럼 꿈쩍을 안해서다.
일반적으로 중앙은행의 금리인하는 이자비용을 떨어뜨려 기업투자와 가계소비를 촉진해 시장에 돈이 돌게하며 물가상승을 야기한다고 알려져있다.

하지만 이론과 정반대로 2008년 5%에서 올해 1.5%까지 7년동안 이어진 한국은행의 기준금리인하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소비자물가상승률은 지난해 1.3%까지 떨어졌다. 올해 저물가 기조는 더욱 심해져 1년 내내 매월마다 전년동월대비 0%대 상승률을 기록하다 11월 들어 겨우 1%대를 기록했다. 이마저도 한은의 금리 인하보다는 정부가 블랙프라이데이 등 올 하반기 대대적인 내수진작책을 쏟아내면서 얻은 결과로 풀이된다.
또 다른 함정은 전통적으로 실업률과 인플레이션(임금상승률)간 상충관계를 보여주는 필립스 곡선도 더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점이다. 1950년대 처음 발표된 필립스 곡선은 고용증대와 경제성장을 위해 어느정도의 인플레이션을 감내해야 한다는 점을 시사해 전세계 경제정책에 지대한 영향을 미쳐왔다. 하지만 2000년대 이후 선진국을 중심으로 물가안정이 이뤄지면서 더 이상 실업률과 경제성장과의 연결고리가 약해졌다는 분석이다.
고용이 증가해도 물가상승압력으로 작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난 11월 금융통화위원회 회의록에서도 이에대한 금통위원들의 문제의식이 잘 드러난다. 한 금통위원은 최근 통화정책과 물가사이의 전통적 안정관계가 상당히 약해졌다”면서 통화정책 체계를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 위원은 한은이 채택하고 있는 물가안정목표제는 통화정책으로 물가를 통제할 수 있다는 점과 필립스 곡선이 유효하다는 점을 전제하고 있는데, 최근 이 두 가지 전제가 유효하지 않다는 징후가 상당하다”며 물가안정목표제의 운용방식 변경을 검토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이와 함께 세계경제의 개방문호가 넓어지면서 조절과 예측이 힘든 대외변수가 각 국가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커진 점도 정책효과를 상쇄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신흥국발 위기가 불어닥치면 한국경제도 외풍을 세게 탈 수 있다는 얘기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 23일 기자단 송년회에서 전통적 경제이론과 현실의 괴리로 인해 정책수립의 어려움을 토로한 바 있다. 이 총재는 불완전한 이론에 근거한 경제전망의 한계를 데니스 힐리 전 영국 재무상의 말을 인용해 부분밖에 알려지지 않은 과거(partially known past)를 기반으로 알려지지 않은 현재(unknown present)를 통해, 알래야 알 수 없는 미래(unknowable future)를 추정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정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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