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强달러 겨냥…국민연금 `換차익` 공격투자
입력 2015-12-24 17:32 
국민연금이 22조원에 육박하는 해외채권의 환헤지 전략을 바꾼다. 현재 100%인 해외채권에 대한 환헤지 비율을 2018년까지 0%로 낮추기로 했다. 미국 금리 인상으로 앞으로 상당 기간 달러화 강세가 예상되는 가운데 해외투자 때 환헤지를 하면 비용이 들어갈 뿐만 아니라 환차익을 얻을 기회를 놓칠 수 있기 때문이다.
24일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위원장 정진엽 보건복지부 장관)는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5차 회의를 열어 이 같은 내용의 '환헤지 비율 변경 및 외환관리체계 개선안'을 심의·의결했다고 발표했다. 개선안에 따라 국민연금은 해외채권에 대한 환헤지 비율을 내년 말까지 100%로 유지하되 2017년 말 50%, 2018년 말에는 0%로 낮추기로 했다. 이미 해외주식과 해외대체투자의 경우 2009년 환헤지 비율을 50%에서 단계적으로 축소하기로 결정한 뒤 지난해 말 0%까지 낮췄다.
국민연금이 환헤지를 없애기로 한 것은 인위적인 환헤지 전략의 실익이 크지 않다는 판단 때문이다. 최홍석 복지부 국민연금재정과장은 "협소한 국내 외환 파생상품시장에서 국민연금이 환헤지를 위해 대규모 외환 스왑 거래를 할 경우 거래 비용이 급증하거나 국내 외환시장에 충격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신 국민연금은 기존 해외주식 해외채권 해외대체투자 등 자산군별로 인위적으로 달리 설정했던 환헤지 전략을 일률적으로 0%로 맞춘 뒤 자산 전체를 통합해 외환 위험노출액(익스포저) 규모를 관리하기로 했다. 또 외환 익스포저가 특정 통화에 집중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주요 기축통화 비중을 고려한 '전략적 통화구성'을 설정하는 등 외환 관리체계를 강화하기로 했다.

기금운용본부 관계자는 "전체 자산과 통화 포트폴리오 배분을 통해 자연스럽게 환헤지가 이뤄지는 방식으로 관리하겠다는 의미"라며 "일정 범위 내에서 외환 익스포저를 전술적으로 조정할 수 있어 환율 변동에 보다 신축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금운용위원회는 이날 함께 의결한 '위탁운용 목표범위 조정안'을 통해 내년 1월부터 국민연금의 해외주식 외부 위탁운용 목표 비중을 현행 70~90%에서 65~85%로 축소한다. 대신 기금운용본부의 직접운용 비중을 확대하기로 했다. 올해 9월 말 기준 국민연금의 해외주식 투자 65조2000억원 가운데 위탁운용이 47조3000억원(72.5%), 직접운용이 17조9000억원(27.5%)이다.
국민연금이 해외주식 직접운용을 늘리기로 한 것은 올해 운용전문인력을 65명 충원(누적 226명)하면서 이제 해외자산도 직접 운용할 역량을 갖췄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정치권이 국정감사에서 해마다 운용사에 대한 과도한 위탁수수료 지급을 문제 삼는 점도 국민연금이 직접운용을 늘리기로 결정한 배경일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국민연금의 해외투자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정부는 해외 위탁운용에도 예비운용사 제도를 도입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예비운용사 제도는 위탁운용사 선정 시 일정 요건을 충족한 운용사를 예비운용사로 정해 일정 기간 300억원 안팎의 소규모 자금 운용을 맡긴 다음 성과가 좋은 운용사를 정규 위탁운용사로 승격시키는 것을 말한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9월 현장점검반 활동을 통해 국민연금과 국내 금융산업의 동반성장을 위한 예비운용사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업계로부터 수렴했다. 다만 금융위는 긍정적이나 복지부와 공단은 신중론을 펴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지난해 말 기준 국민연금의 해외주식 투자에서 국내 운용사 위탁 비중은 848억원으로 0.1% 수준에 불과하다. 금융투자협회 관계자는 "국내 운용사가 해외주식 운용과 관련 '트랙 레코드(운용 이력)'가 부족한 만큼 성과가 검증된 운용사에는 기회를 부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재원 기자 / 전정홍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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