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장기투자하는 연기금, 월가에서 목소리 더 커진다
입력 2015-12-24 15:49 

주식 장기보유 주주들에게 이사 추천권을 부여하는 미국기업들이 늘고 있다. 연기금 등 장기 기관투자가들의 발언권이 대폭 확대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게 월가 진단이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팀쿡 CEO는 23일 주주들에게 보낸 서한을 통해 애플 주식 3% 이상을 3년 이상 소유한 주주들에게 이사회 이사를 추천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겠다”고 밝혔다. 주식지분이 3%가 되지 않는 주주들도 최대 20명까지 주주들을 끌어모아 3% 지분 규정을 채우면 이사 추천권을 행사할 수 있다. 다만 애플은 이사회 이사 8명중 주주 추천권을 통해 선임할 수 있는 이사는 1명으로 한정했다.
국제의결권 자문기구 ISS에 따르면 애플외에도 올들어 마이크로소프트(MS), 코카콜라, 필립모리스인터내셔널, 화이자, AT&T 등 40여개 기업이 주주 이사 추천권을 인정하는 ‘프록시 액세스(Proxy Acces)제도를 허용했다. 프록시액세스는 주식을 보유한 주주가 단독 혹은 다른 주주와 손을 잡고 이사 후보를 제안하거나 해임을 요구할수 있는 제도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이를 채택한 기업은 10곳에 불과했다.
기업들이 프록시액세스를 받아들이기 시작한것은 잘만 활용하면 헤지펀드 공격이나 행동주의 주주들의 단기이익을 노린 경영간섭을 방지할 수 있는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단기 차익을 노린 헤지펀드들은 자신들이 원하는 이사 선임을 위해 위임장 대결(proxy contest)을 선언, 경영진을 압박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때 헤지펀드와 비용이 많이 드는 위임장 대결에 나서느니 차라리 연기금 등 장기 투자자들에게 선제적으로 이사 추천권을 개방, 이들 장기투자자들을 아군으로 끌어들이는게 훨씬 낫다고 기업들은 판단하고 있다. 뉴욕시 감사원의 스콧 스트링거는 이번 애플의 결정은 다른 기업에게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건전한 주주들이 선택한 더 많은 이사가 이사회에 들어와 기업장기 가치를 제고시킬 것”이라고 환영했다.
[이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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