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 안철수와 김한길, 박지원의 문재인 코너몰이
입력 2015-12-23 18:54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궁지' '코너'로 몰리고 있습니다.

문 대표를 코너로 몰고 있는 사람은 다름 아닌 안철수, 김한길, 박지원 의원입니다.

한 사람은 지난 대선때 치열하게 경쟁했던 대선후보고, 다른 두 사람은 산전수전 다 겪은 전략통들입니다.

안철수 의원은 지금 호남과 수도권의 비노 의원들과 중진들, 그리고 외부 인사들을 열심히 만나고 있다고 합니다.


탈당을 유도하고, 자신의 신당에 합류해달라는 겁니다.

김한길, 박지원 의원하고도 긴밀하게 연락하고 있고, 외부의 손학규, 정운찬 전 총장과도 연락하고 있습니다.

안 의원의 전술은 문 대표 고사시키기일까요?

그런데 재밌는 것은 3년 전 안철수 의원의 이런 전략 전술을 예언한 이가 있다는 겁니다.

대선 직전인 2012년 11월 말 윤대해 전 검사가 검찰 개혁과 관련해 주변인에게 보낸 문자인데, 여기에 안철수 의원의 행동 분석이 담겨있습니다.

이번엔 박근혜가 된다.
안철수의 사퇴는 문재인을
적극적으로 도와주지 않고
결국 문재인이 떨어지게 만든 후
(즉 박근혜가 된 후)

민주당이 혼란에 빠졌을 때
신당 창당을 통해 민주당 세력을
일부 흡수하면서 야당 대표로
국정 수업을 쌓고 계속 유력대선
주자로 있다가 다음 대선에서
대통령이 된다는 계산이다.

그러므로 문재인을 소극적으로
지지하겠지만 적극적인 선거운동은
하지 않고 문재인이 떨어지길
바라는 것일 것이다. 그것이
자기가 다음 대선을 바라볼 수
있는 최선의 길이라 생각한다.
보수정권 10년이면 정권교체의
목소리는 더 커져 정권교체
가능성도 높아지므로 자기가
대통령이 될 확률이
아주 높다고 볼 것이다.

짧지 않은 이 예언 문자는 그대로 들어맞았습니다.

문재인 대표를 돕는 척(?)하던 안철수 의원은 대선 당일 별안간 출국해버렸습니다.

문 대표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안철수의 이런 소극적 지지에 부글부글 끓었습니다.

안철수 의원은 정말 문 대표가 떨어지길 바랬을까요?

이 여파인지는 몰라도 대통령은 박근혜였습니다.

문재인이 지금 새정치민주연합의 대표로 돌아왔지만, 당은 혼란에 빠져 있습니다.

혼란은 다름 아닌 안철수 의원에게서 본격적으로 분출됐습니다.

민주당이 혼란에 빠졌을 때 신당을 창당하고, 그 세력을 흡수한다는 윤대해 전 검사의 예언이 기가 막히게 맞아 떨어집니다.

아마도 신당의 대표는 안철수 의원이 될겁니다.

안 의원은 신당의 대표로, 그리고 야권의 대선주자로 있다가 다음 대선을 노리게 될 것이라는 윤대해 전 검사의 계획표대로 상황이 흘러가고 있습니다.

이쯤되면 돗자리를 깔아도 될 정도입니다.

그런데, 정말 윤대해 전 검사의 예언대로 안철수 의원은 2012년 대선 당시 후보직을 양보할 때부터 이런 먼 시나리오를 짰을까요?

그렇다면, 대단한 전략가일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우연의 일치일겁니다.

우연의 일치라고 하기에는 뭔가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긴 하지만 말입니다.

문 대표를 코너로 모는 다른 사냥꾼은 바로 김한길 의원입니다.

김한길 의원은 2007년 열린우리당을 깨뜨린 주역입니다.

당시 20여 명이 넘는 의원들을 데리고 집단 탈당함으로써 열린우리당을 붕괴시켰고, 도로 민주당을 탄생시킨 장본인입니다.

그런 그가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아직 탈당 결심을 하지는 않았다고 하지만, 주변에는 그가 이미 탈당을 굳혔고, 신당을 단숨에 원내교섭단체로 만들기 위해 의원들과 사전접촉을 하고 있을 뿐이라고 얘기하고 있습니다.

김한길 의원의 말입니다.

▶ 인터뷰 : 김한길 / 새정치연합 의원_21일 MBN인터뷰
- "이대로 간다면, 야권의 패배는 분명해 보이고요. 이 상황을 이대로 고집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제 생각이죠.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 제 역할이 총선을 앞두고 있는 지금. 어떤 것인가에 대해서 깊이 고민하고 있고. 그 고민이 점점 더 깊어가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안철수 대표와의 새로운 가능성을 키워나가는 것밖에 없다고 결론난다면 그렇게 할 것입니다."

그렇다고 김한길 의원이 쉽사리 움직이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김한길 의원에 속하는 의원들은 대부분 수도권인데, 수도권에서는 친노 성향 유권자들을 외면하고 당선되기는 어렵기때문입니다.

김 의원도 이런 속사정을 아는 지라 조금은 천천히, 그리고 좀 더 완숙을 기해 탈당을 결행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습니다.

아마도 1월 중순쯤이 될까요?

김한길 의원 못지 않은 전략통은 바로 박지원 의원입니다.

DJ정부 당시 노무현을 차기 대통령 후보로 발굴해 천거했다는 얘기가 들립니다.

결국 박 의원의 선택은 적중했고, 그를 대통령으로 있게했습니다.

그런 박 의원이 지금은 문 대표를 코너로 몰고 있습니다.

박 의원의 말입니다.

▶ 인터뷰 :박지원 / 새정치연합 의원 (오늘 MBC라디오)
- "이제 문재인 대표 스스로 결정해야 됩니다. 이게 '선당후사' 돼야 됩니다. 일찍 그러한 수습 결단을 해줬으면 오늘의 사태가 오지 않았을 거예요. 저는 탈당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김한길 대표와 대화를 해보면서 느꼈습니다. 김한길 대표 자신도 '지금 탈당만이 최선의 방법은 아니다', '야권통합의 길을 가는 데는 먼저 문재인 대표의 성의 있는 태도 변화가 있어야 된다' 하는 것에 저와 의견이 같더라고요. "

박 의원은 호남 의원들의 탈당에 많은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박 의원이 움직인다면 문 대표로서는 치명적일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박 의원은 지금 저축은행 로비 문제로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탈당을 했다가 제1야당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면 자칫 의원직을 상실할 수도 있습니다.

쉽게 탈당하기 어려운 형국입니다.

어쨌든 문 대표는 안철수, 박지원, 김한길에 의해 포위된 형국입니다.

어떻게 할까요?

이제 그만 손을 들까요? 아니면 여전히 마이웨이를 외칠까요?

문 대표의 말입니다.

▶ 인터뷰 : 문재인 /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오늘)
- "제가 지키고자 하는 것은 대표직이 아니라 혁신과 통합입니다. 혁신을 지키고 통합을 이룰 수 있다면 대표직에 아무 미련이 없습니다. 통합만 이뤄진다면 저는 뭐든지 내려놓을 것입니다. 분열이 승리의 길이 아니라 필패의 길이라는 것을 삼척동자도 아는 일입니다. 탈당과 분열은 어떤 명분으로든 정당화 할 수 없습니다."

듣기에 따라서는 대표직 사퇴 가능성을 열어놓은 것이지만, 탈당파나 분당파와 끝까지 가겠다는 뜻으로도 들립니다.

호랑이 등에 탄 문 대표로서는 쉽게 뛰어내리지 못하는 형국입니다.

민심은 이런 문 대표를 지지할까요?

아니면 문 대표를 코너로 모는 세 사람의 뜻을 지지할까요?

함께 같이 가기에는 너무 멀리 온 네 사람인 듯합니다.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
[김형오 기자 / hokim@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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