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논란의 서울시의회 ‘청년수당은 YES, 누리과정예산은 NO’
입력 2015-12-23 17:33 

서울시의회가 박원순시장의 역점사업인 청년수당과 서울역고가 사업예산은 통과시키면서 누리과정 예산은 전액 삭감해 논란이 일고 있다. 청년수당이나 서울역고가 사업은 근본적 필요성에 대해 논란이 있지만 누리과정 예산은 국민의 입장에서 부담주체가 누구인지를 떠나 반드시 필요한 예산임에도 대안 없이 무책임하게 삭감부터 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23일 서울시의회에 따르면 시의회는 청년수당 예산(90억원)과 서울역고가 공원화 사업 예산(232억원)을 모두 통과시켰다. 또 서울지역 노동단체 지원금으로 서울시가 제출한 예산액보다 15억원이 늘어난 36억 600만원을 통과시켰다. 시의회는 심의과정에서 민주노총 서울본부 지원예산으로 15억원을 일방적으로 추가한 것이다. 올해 민주노총은 서울시로부터 예산지원을 받지 않았다. 서울시에선 내년 예산에 민주노총 지원금을 아예 포함시키지 않았는데 서울시의회가 스스로 끼워넣은 것이다.
서울시의회 관계자는 서울시에서는 불용예산 우려가 있어 민주노총 지원 예산을 편성하지 않은 것으로 안다”면서 작년에도 삭감됐다 복구된 전례가 있고, 한국노총과 형평성을 맞춰야 한다는 취지에서 올해도 예산을 편성했다”고 말했다. 결국 새정치연합의원이 전체(105석)에서 75석으로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서울시 의회가 박원순 시장의 역점 사업과 민주노총 예산을 모두 의결해준 것이다.
반면에 시교육청 예산안에 들어 있던 만 3∼5세 아동의 유치원 누리과정 예산 2521억원은 전액 삭감했다. 서울시교육청에서 내년도 누리과정 예산(6328억원) 가운데 서울시의회가 국고 몫이라며 반발하는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3807억원)을 제외한 금액만을 예산안으로 올렸는데, 시의회가 형평성을 들어 그마저도 삭감해 버린 것이다. 결국 내년 서울지역의 누리과정 예산은 한 푼도 없는 상황이다. 대신 삭감한 유치원 누리과정 예산은 시교육청의 내부 유보금 항목으로 편성해 향후 협상 여지를 남겼다.

◆보육현장 혼란
지자체들이 실력 행사에 나서면서 당장 보육 현장은 내년 초부터 당장 혼란에 빠지게 될 전망이다. 서울에서 유치원과 어린이집에 다니는 아동(3~5세)은 각각 9만3775명, 10만9398명이다. 매달 중순에 유치원 및 어린이집에서 교육비를 걷는데, 예산이 삭감되면 당장 유치원과 어린이집이 원비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는 것이다.
국민들은 답답하고 분통이 터진다는 반응이다. 서울 신내동에 사는 한윤경 씨(36)는 중앙정부가 부담하든 지자체가 부담하든 그건 정부에서 알아서 할 일이지만 이런식으로 예산부터 삭감해버리는 것은 무책임한 것 아니냐”면서 여태 뭘 했기에 내년이 코앞으로 다가온 마당에 이런 사태를 만드는지 모르겠다”고 성토했다. 4살 짜리 아이를 둔 김모씨(36.여)는 그동안 지원해 오던 누리과정 예산을 갑자기 중단하면 당장 엄마들은 어디서 보육비를 조달하란 듯이냐”면서 정쟁에 애꿎은 국민만 피해를 보고 있다”고 비난했다.
올해 누리과정 전체 예산은 약 4조177억원에 달한다. 이 가운데 어린이집에 할당되는 누리과정 예산은 약 2조1274억원, 유치원에 할당되는 예산은 약 1조8900억원에 달한다.
◆시도교육감과 정부 반응
정부는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하지 않은 서울시 등 지자체들의 단체 행동에 대해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2011년부터 매년 예상되는 세수의 20% 안팎을 지방교육재정교부금(교육교부금)으로 전국 지방교육청에 지급하고, 지방교육청은 누리과정 관련 예산을 편성하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이미 지난 10월말 누리과정에 필요한 교육교부금을 지자체에 내려보냈다”며 말만 지자체 예산이지 사실상 전액 국고 부담인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하지 않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교육교부금이 목적성 경비가 아니라는 점을 악용해 누리과정을 위해 내려보낸 교부금을 지자체가 선심성 사업에 전용하고 있다는 게 중앙정부의 시각이다.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는 23일 서울시교육청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누리과정 예산 미편성에 대한 성명문을 통해 정부와 국회가 누리과정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도 관심도 없는 것 처럼 보인다”며 누리과정 예산 미편성 문제를 일부 시도의회와 시도교육청 책임으로 떠넘기면서 법적조치를 취하겠다고 강제하려는 정부의 태도는 온당치 않다”고 주장했다.
장휘국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장은 올해 시도교육청의 채무비율이 28.8%에 달해 감사원이 지방채 추가 발행에 대해 지적하기도 했다”며 시도교육청의 예산만으로 누리과정을 지원하기 힘들다는 점을 강조했다.
[전정홍 기자 / 최희석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