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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테크發 저축銀 혁신…대출금리 한자릿수로 확 낮춰
입력 2015-12-23 17:21  | 수정 2015-12-23 20:59
고금리 대출로 비난을 받던 저축은행들이 대출금리를 대폭 낮춰 틈새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특히 내년 출범하는 인터넷전문은행이 제1금융권과 2금융권 사이 사각지대였던 중간 신용등급자를 위한 대출을 본격화하겠다고 선언하면서 저축은행들이 이 시장을 뺏기지 않기 위해 연리 10% 내외인 대출 상품을 속속 출시하고 있다. 23일 저축은행 업계에 따르면 저축은행들이 중금리 대출 상품을 잇따라 내놓는 가운데 일부 저축은행은 과거엔 볼 수 없었던 한 자릿수 대출금리를 선보이고 있다.
KB저축은행은 지난 7월 계열사인 KB국민은행과 연계해 최저 연 6.5%짜리 대출 상품인 'KB착한대출'을 앱으로 출시했다.
지난 21일 자산 규모 기준 업계 1위인 SBI저축은행은 최저 연 6.9% 금리인 모바일 중금리 대출 상품 '사이다'를 출시했다. 특히 SBI저축은행은 인터넷전문은행이 출범하기 이전에 이 시장을 석권하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JT친애저축은행도 연 10%대 중금리 신용대출 상품인 '원더풀 와우(WOW)론'을 선보였다. 만 20세 이상 직장인을 대상으로 한 원더풀 와우론은 최대 5000만원까지 연 12~19.9% 금리로 대출이 가능하다. 웰컴저축은행 역시 인터넷 자동대출 상품인 '척척대출'을 내놓았다. 이 상품은 연 14.9~19.9% 중금리 대출 상품이다.
금융당국의 금리 인하 압박도 있지만 무엇보다 예비인가를 받은 인터넷전문은행이 대출 시장에서 '메기'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인터넷전문은행은 점포가 없는 만큼 경비에서 20~30%를 차지하는 인건비와 지점 관리비를 절감할 수 있어 금리 경쟁력을 갖출 것으로 보고 있다.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를 획득한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는 지난달 열린 사업설명회에서 모두 중금리 대출 시장에 뛰어들겠다고 밝혔다. 개인 신용평가에 저축은행들이 상당한 노하우를 갖고 있다는 것을 고려하면 저축은행의 중금리 대출 시장 진출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에 따르면 전체 신용조회 인구 중 5·6등급 중신용자 계층은 총 27.6%에 달하며 이들이 받은 대출 중 약 31조원이 비은행권 대출에 해당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기존 5·6등급 중신용자들 가운데서도 잠재적인 우량고객을 발굴하는 능력을 갖출 수 있느냐가 중금리 대출 시장 경쟁에서 핵심 사항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저축은행의 중금리 시장 진출은 이미지 개선을 위한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최근 흑자전환에 성공하면서 성장세를 이어오고 있지만 '대부업계' 혹은 '일본계' 저축은행이라는 인식 때문에 영업 활동에 제약이 있었기 때문이다.
국회에서 법정 최고 금리를 인하하는 법안 통과가 초읽기에 들어간 것도 저축은행 금리 인하를 부추기고 있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고금리 대출로 나빠진 저축은행 이미지를 전반적인 금리 인하와 중금리 대출 상품을 통해 개선할 수 있을것"이라고 말했다.
이제 관심은 저축은행 리스크 관리 능력에 모아지고 있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평균 신용대출 금리가 25%인 저축은행의 현재 대손율과 연체율이 약 10%에 달한다"며 "중금리 대출 상품의 대손율과 연체율 관리는 더욱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권우영 우리금융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경기 불황이 장기화하면 신용도가 낮은 고객에게 실시했던 중금리 대출이 시차를 두고 연체율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부실화 관리와 신용평가 시스템 개선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김덕식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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