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박대통령의 英 역사학자 명언 인용은 메모 습관 덕분이었다
입력 2015-12-23 16:59 

박근혜 대통령은 평소 책이나 각종 문헌, 신문·잡지 등을 매우 꼼꼼히 읽고 인상적이거나 감명깊은 내용을 수시로 메모한다고 한다.
노동개혁 5법과 경제활성화법, 테러방지법 등의 국회 처리가 지연돼 속이 타들어가는 상황에서 최근 박 대통령 시선을 붙든 문장이 있었다.
‘역사란 과거의 정치이며 정치란 현재의 역사다
영국의 유명 역사가이자 켐브리지 대학 교수였던 존 로버트 실리가 남긴 말이다.
박 대통령은 노동개혁 등 정부가 심혈을 기울여 선정한 24개 핵심개혁과제를 ‘몸소 낳은 자식에 비유할 만큼 소중하게 생각하고 반드시 실현시키겠다는 의지가 매우 강하다. 그런데 이런 과제들이 현실 정치, 즉 국회의 벽에 막혀 무산될 위기에 놓이자 23일 결국 존 로버트 실리의 명언을 인용하며 ‘역사 심판론을 꺼내들게 된 것이다.

박 대통령은 이날 핵심개혁과제 점검회의 모두발언에서도 24개 핵심개혁과제에 대해 깊은 애착과 확신을 표했다. 박 대통령은 정부는 올해초 4대 부문 구조개혁과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중심으로 금년 내에 반드시 추진해야 할 정책들을 모아 24개 핵심개혁 과제를 선정했다. 우리가 흔히 아주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을 ‘아주 자식같이 생각을 해요 이렇게 말을 하는데, 이 24개 과제는 그냥 만든 것이 아니고 정말 우리 경제·사회 전반에 체질개선을 하고 그것을 통해 지속가능한 성장 기반을 마련하고 이걸 통해서 경제활력 회복, 청년 일자리 창출 이런 것을 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또 이것(24개 과제)은 정말 자식같이 생각할 정도로 소중한 정책으로 고르고 또 고르고 그렇게 만들어 낸 것이고, 국제사회에서도 한국의 정책 방향이 옳다는 것을 이런 저런 소식을 통해서 확신을 주고 있기 때문에 정말 중대한 과제들”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24개 과제중에서도 핵심이랄 수 있는 노동개혁과 서비스산업 활성화가 국회 벽에 가로막히자 박 대통령은 존 로버트 실리의 명언을 언급하며 만약 국회의 비협조로 노동개혁이 좌초된다면 역사의 심판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대다수 청와대 참모들은 박 대통령이 이런 말을 인용할 줄을 정말 몰랐다. 그 누구도 그런 발언을 준비해 대통령께 드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정치는 삶 자체다. 한 나라의 경제·사회·문화 시스템을 만들고 운영해 가는게 정치 아니냐”며 이런 현실의 정치가 곧 미래의 역사를 만들어 가는 것인데, 우리나라 미래를 위해 정말 필요한 개혁과제가 현실 정치에 막혀 무산되면 결국 미래 역사는 실패한 역사가 되지 않겠느냐는게 박 대통령의 절박한 심정일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역사 이야기는 우리 정치권에 총선 심판론보다 더욱 큰 무게감을 안겨줬다”고 덧붙였다.
박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 올 한해 꽤 많았던 성과들을 소개했다. 공무원 연금개혁(향후 30년간 185조원 재정절감), 유사 중복사업 통폐합(최근 2년간 2500억원 절감), 공공기관 정상화(공공기관 부채 축소), 일·가정 양립(육아휴직·시간선택제 일자리) 등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핵심중의 핵심인 노동개혁이 입법 무산으로 좌초될 위기에 놓이자 밤잠을 못이루고 있다.
24개 과제중 올해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대부분 다 했다. 그러나 그것을 ‘100% 달성이라고 자신있게 자랑할 수 없는 것은 국회의 비협조로 입법 성과가 미진하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은 올해 정부는 최대 목표인 일자리 창출을 위해 경제체질 개선과 활성화에 모든 힘을 쏟아왔다. 하지만 노동개혁과 서비스산업 활성화를 비롯한 일부 과제들은 국회 입법이 완료되지 못해 반쪽 성과만 거두게 돼서 안타깝다”고 털어놨다.
박 대통령은 4대 개혁은 과거에는 주로 뒤로 미뤄놨던 것들이다. 하지만 수술을 뒤로 미룰수록 병은 커지고 치료가 불가능해 진다. 개혁은 선택이 아니라 우리 정부에 주어진 운명적 과제”라며 누에가 나비가 되어 힘차게 날기 위해서는 누에고치라는 두꺼운 외투를 힘들게 뚫고 나와야 하듯이 각 부처가 열심히 노력하면 불가능하다고 생각되는 것도 이룰 수 있다”고 말했다.
[남기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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