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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기획…방송코미디①] 지금 방송코미디가 위험하다
입력 2015-12-23 14:38 
사진=개그콘서트 방송 캡처
[MBN스타 유지혜 기자] 브라운관 속 코미디가 지금 위험하다.

최근 방송 코미디의 1인자였던 KBS2 ‘개그콘서트(이하 ‘개콘)가 연일 10% 이하의 시청률을 기록해 많은 이들의 우려를 자아냈다. 올해 초부터 대두됐던 ‘개콘의 위기는 시청률의 하락으로 가시화됐고, 이는 비슷한 공개 코미디 형식으로 진행되는 방송계 코미디 프로그램의 위기론으로 번졌다.

2015년의 추세를 보면 방송 코미디는 크게 좋은 성적을 내진 못했다. SBS의 ‘웃찾사는 최근 상승세를 타고 있지만 2015년 ‘개콘과 tvN ‘코미디 빅리그가 편성된 일요일 오후 시간대로 시간을 변경하고 약 7개월 간 고전을 면치 못했다. ‘코미디 빅리그는 그나마 선전했는데, 16년이라는 긴 역사와 코미디 프로그램 중 유일하게 10%대를 유지하던 ‘개콘의 하락세는 이들도 언제 휘청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키웠다. 웃음의 권력이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예능 프로그램으로 옮겨졌다는 배경은 그 불안감의 결정적인 원인이기도 하다.



하지만 80~90년대 초에만 해도 예능프로그램보다는 개그프로그램이 대세였다. 1987년부터 1991년 방송됐던 KBS2 ‘쇼 비디오자키에서는 지금도 회자되는 ‘시커먼스 ‘쓰리랑 부부 ‘네로25시 등의 코너로 인기가 치솟았고, 임하룡, 심형래, 이봉원, 양종철, 김미화, 김한국, 최양략, 엄용수 등 내로라하는 코미디언들이 다수 탄생했다.

이보다 앞선 1983년 KBS2 ‘유머일번지에서는 날카로운 정치·시사풍자가 녹아있는 코너들을 다수 보유했다. ‘회장님 회장님 우리회장님의 김형곤, ‘변방의 북소리 ‘청춘을 돌려다오의 임하룡, ‘영구야 영구야의 심형래 등이 한국형 콩트 코미디를 대중화시킨 장본인이었다. 1970년대 남철, 남성심, 구봉서, 이주일 등이 활약하던 MBC ‘웃으면 복이 와요를 잇는 코미디 프로그램들은 대한민국 웃음을 책임졌다.

이후 1999년 ‘개콘이 탄생하면서 잠깐 숨을 죽였던 한국 방송 코미디는 다시 부활을 알렸다. ‘개콘은 당시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았고, 타 방송사의 개그 프로그램에도 영향을 미쳤다. ‘쇼 비디오자키나 ‘유머일번지가 보였던 콩트형 공개 코미디의 형식이 한국 방송 코미디에 고착되면서 ‘개콘 ‘웃찾사 MBC ‘개그야 등이 일정 콩트들을 연이어 무대에서 선보이는 공개 코미디 형식으로 진행했다.

사진=웃찾사 방송 캡처


지금의 방송 코미디 프로의 약화에 몇몇 전문가들은 비슷한 포맷의 코미디 프로그램에 대한 시청자의 피로도가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부산국제코미디페스티벌 부집행위원장이자 다양한 코미디·예능 프로를 집필한 최대웅 작가는 천편일률적인 포맷에 대해 이제는 큰 틀이 바뀌어야 할 때”라고 언급했다. 지금은 공개코미디 포맷에서 보여줄 수 있는 것은 거의 다 보여줬다는 것이다.

이런 공개코미디에 익숙해진 시청자의 눈높이에 맞추다보니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없었던 현실도 한계로 지목됐다. 한 방송 PD는 일전 인터뷰에서 물론 공개코미디만을 생각한 건 아니다. 드라마타이즈 형식 등의 다양한 코미디 장르를 시도한 적이 있다”며 짜여진 것보다는 ‘프리하게 가거나, 웃음에 촌각을 다투기보다는 음악 공연도 즐기는 편안한 라이브 프로그램에 도전하기도 햇으나 결국 시청률에서 참패를 당했다고 언급했다. 결국에는 공개코미디의 빠른 호흡에 시청자가 익숙해졌기 때문에 다시금 그 템포로 돌아가야 했다는 설명이다.

개그맨들도 지금의 위기론을 잘 알고 있다. 다양한 코미디언들이 지금의 위기론을 인정하면서도 상당히 억압된 방송 코미디의 현실에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현재 개그 프로그램에서 활약하는 한 개그맨은 방송 심의가 오히려 개그의 문을 닫고 있다”며 심의를 피하려다보니 결국 소재가 돌고 돌았다. 소재의 한계성이 느껴지는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영화나 드라마에서는 자연스럽게 할 수 있는 행위들도 개그 프로그램에서는 심의 상정되는 폐쇄적인 시스템에 갈등을 겪은 적이 여러 번 있다고 개그맨들은 입을 모았다.

사진=코미디빅리그 방송 캡처


예전에 자유롭게 행했던 정치 풍자도 같은 이치로 사라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 개그프로그램 PD는 정치 풍자 코너를 시도했다가 고위층의 검열에 결국 코너를 꽃피우지 못했다고 안타까워했다. 우스갯소리로 우리나라 개그맨들은 그 모든 제지를 피하고도 개그를 하니 ‘천재라는 말이 나오겠느냐며 한숨을 쉬기도 했다.

이처럼 다양한 문제로 방송가 개그는 위기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다행인 것은 코미디언들의 다양한 노력이 있다는 것. 몇몇 개그 전문 PD들은 콩트 전문 프로그램을 선보이거나 프로그램 내에서 시청자가 원하는 바를 적극 반영하는 등 변화를 위해 열려있는 자세를 취하고 있다. 개그맨 김준호는 ‘개콘을 위해 개그맨들이 밤낮 없이 20개 이상의 코너를 짜고 있다”며 혼신의 힘을 다 하고 있음을 드러내기도 했다. 과연 지금의 노력으로 방송가 코미디는 다시금 그 ‘광명을 찾을 수 있을지 눈길이 모아지고 있다.

유지혜 기자 yjh0304@mkculture.com/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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