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메모광’ 이상규 네오랩 대표 “아날로그 DNA, 스마트펜에 넣었다”
입력 2015-12-23 10:22  | 수정 2015-12-23 16:45

대표님 왜 자꾸 낙서하세요?”
22일 만난 서울 역삼동 네오랩 컨버전스 본사에서 만난 이상규 네오랩 컨버전스 대표는 인터뷰 도중 연신 손으로 펜을 굴리거나 펼친 다이어리에 낙서를 했다. 그는 메모라고 했지만 기자가 보기엔 낙서에 가까웠다. 이 대표가 스마트펜으로 다이어리에 끄적인 물결 모양의 ‘낙서는 그 모양 그대로 스마트폰에 떴다. 스마트펜에 달린 카메라가 1초에 120프레임을 촬영하면 스마트폰 화면에 펜의 움직임이 바로 구현되는 방식이다.
네오위즈 창립멤버이기도 한 그는 평소에도 습관처럼 기록을 하는 편이다. 문자로는 표현이 어려운 그림이나 도형도 자주 쓰고 낙서도 즐긴다. 2009년 네오위즈 재팬 대표 시절 30년 죽마고우인 이석주 네오랩 CTO와 창업을 준비하면서 당시 붐이 일던 디지털 서비스가 아닌 아날로그 펜에 주목한 것도 그 때문이다.
이 대표는 우리는 아직 종이에 써야 외워지고 머릿속으로 정리가 되는 아날로그적 DNA를 갖고 있다”면서 태블릿이 등장한 이후 대다수가 전자펜의 필기감과 그립감에 주력했다면 우리는 펜을 없애지 않고 아날로그와 디지털이 함께 가는 방법에 주목했다”고 설명했다.
스마트펜은 감압식 전자펜이 아니라 잉크가 나오는 ‘진짜 펜이기 때문에 다이어리에도 메모가 남는다. 아날로그인 다이어리에도, 디지털 화면에도 내 기록이 남는 셈이다. 스마트폰에서 물결 모양 낙서를 클릭하자 방금 전까지 녹음된 소리가 흘러 나왔다. 그가 물결을 그린 시간동안 녹음이 된 것이다. 강의 도중 필기했던 부분을 클릭하면 당시 강연 내용을 확인할 수 있어 유용해 보였다.
네오랩의 기술은 이 뿐만이 아니다. 다이어리 속지에서 편지봉투 모양의 그림을 누르자 스마트폰에서 메모가 이미지 파일이 돼 개인메일로 자동 첨부됐다. 메모는 텍스트 파일이나 PDF 파일로도 변환이 가능하다. 숫자나 특수기호에서 가끔 오류가 발생할 수 있지만 정확도는 99%에 달한다는 게 이 대표의 설명이다. 메모 뿐만 아니라 그림을 그릴 수도 있고, 일부분을 지우거나 작업 내용을 순서대로 돌려보는 것도 가능하다. 펜의 굵기를 조절하거나 색상을 바꿀 수도 있다. 디지털화된 기록은 애버노트나 구글 드라이브와 연동해 자동 저장된다.
이 대표는 문자는 기호이기 때문이 생각을 한 단계 변환해야 하지만 펜은 사람의 생각을 그대로 반영할 수 있는 제품”이라며 스마트펜으로 일상에 대한 기록을 디지털로 저장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공유와 재생산도 수월해졌다”고 설명했다.
네오랩은 지난 2013년 11월 첫 스마트펜인 네오원을 선보인 이후 지난해 11월 두번째 제품인 N2를 출시했다. N2는 세계 3대 디자인어워드인 iF디자인어워드 제품 부문에서 수상하는가 하면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인 킥스타터에서 초기 목표액보다 18배 많은 36만달러(약 4억2000만원) 모금에 성공하기도 했다. 국내 온오프라인 판매를 비롯해 올해 3월에는 미국 아마존에 입점하면서 유럽, 일본, 중국으로 수출국을 늘리고 있다. 특히 지난해 프랭클린 플래너와 협업해 내놓은 다이어리가 완판되면서 올 연말 스마트펜 사용이 가능한 프랭클린 다이어리를 재출시했고, 내년 1월에는 스타벅스 다이어리로 잘 알려진 이탈리아 몰스킨과 함께 제품을 선보일 계획이다.
이 대표는 만년필이나 샤프펜슬이 처음 나왔을 때처럼 펜의 역사를 새롭게 써나가고 싶다”며 특정 노트에 상관없이 스마트펜만으로 필기 인식이 되는 기술 개발에도 힘쓰고 있어 스마트폰과 함께 누구나 꼭 가지고 다니는 디바이스로 상용화에 성공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매경닷컴 배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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