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주요기업 사회공헌 2조6천억원 ‘장기 후원·교육 사업’ 등 내실화
입력 2015-12-23 09:39 

지난 11월 20일 일본 도쿄 NHK홀. 잔잔한 가운데 적막을 깨는 피아노 연주가 관람객들의 심금을 울렸다. 연주자는 다름 아닌 세계를 홀린 피아니스트 조성진. 지난 10월 쇼팽 콩쿠르에서 우승한 조성진을 누구보다 감격스럽게 지켜본 사람이 한 명 있었다. 바로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다.
조성진은 지난 2005년 만 11세의 나이로 금호영재콘서트를 통해 데뷔했다. 지난 2006년, 2009년 연이어 금호영재콘서트 연주자로 초청됐고, 2010년 금호영재 연주자들로 구성된 실내악팀인 금호아시아나솔로이스츠에 합류했다.
박 회장은 이날 공연을 응원하기 위해 직접 도쿄로 날라갔다.
박 회장은 조성진 군이 쇼팽 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한 쾌거를 안겨준 것은 우리나라 문화예술계의 큰 기쁨이다”라며 앞으로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이 이러한 낭보가 계속될 수 있도록 최대한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금호아시아나의 조성진 후원은 단순히 기업이 음악계 한 스타 탄생에 씨앗을 뿌렸다는 점에 머무르지 않는다. 우리나라도 이제 예술계에서 세계적인 스타를 배출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국민들에게 던져줬다는 점에서 더 큰 의미가 있다. 금호아시아나는 1977년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을 설립한 뒤, 지난 40여년간 보이지 않게 음악 꿈나무를 육성해왔다. 이런 노력이 한 결실을 맺은 셈이다.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이 바뀌고 있다.
단순히 금전적인 지원을 하는 것은 1차원적 접근론이었다. 화분에 물을 뿌리면 물은 잠시 화초에 수분을 공급할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 수분은 밑으로 빠져나가버린다. 흘러나가버리는 지원이 아닌 영속적인 발전을 위한 지원이 진정한 의미의 사회공헌이 될 수 있다. 이제 기업들은 사회공헌을 지속적이고 체계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플랫폼을 만들고, 이를 통해 체계적인 ‘장기투자에 나서고 있다.
이소원 전국경제인연합회 사회공헌팀장은 최근에 기업 사회공헌프로그램은 3~5년 이상 장기적인 것이 많다”며 단순 봉사, 현물 지원보다는 해당 기업의 업무 등과 관련있는 특색있는 사업이 더 늘어나는 추세”라고 말했다.
전경련 조사에 따르면 경기 둔화, 내수시장 불황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주요기업들의 사회공헌 지출 규모는 2조 6708억원으로 세전이익 대비 비중은 3.5%를 차지해 전년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지출 규모 절대 금액은 소폭 감소했지만 세전이익 대비 비중은 유지하면서 사회공헌활동은 지속적으로 유지하고자 노력한 셈이다. 올해에도 이런 추세가 유지된 것으로 추정된다.
단순 지원성 사업보다 해당 기업의 전문성을 살릴 수 있는 사회공헌활동 강화는 다양한 측면에서 나타나고 있다.
LG유플러스는 군복무 중인 군인들에게 수신전용 휴대전화 4만 4686대와 통화료 등 141억원 상당을 무상 지원하기로 했다. LG유플러스는 북한 목함지뢰 사건 등 국가위기 상황에서 병사들이 전역까지 연기해가면서 국가에 헌신한 점을 높이 평가하고 이런 지원에 나섰다.
병사 수신용 휴대전화는 당초 올해까지 1만1364대가 납품될 계획이었다. LG유플러스는 최근 4만4686대를 모두 올해까지 모두 제공하기로 결정했다.
GS칼텍스는 여수를 중심으로 사회봉사단을 발족해 전기수리·보일러수리 등 재능기부 활동에 나서고 있다. 엔지니어가 많은 회사 특성상, 소외계층이 꼭 필요로 하는 부분을 직접 지원하는 모델로 평가받고 있다.
현대모비스의 대표적 사회공헌 활동은 ‘해피무드다.
과학영재를 육성시켜 지역발전에 기여한다는 취지로 지난 2005년부터 운영된 현대모비스 주니어공학교실은 회사의 특성을 살린 사회공헌 활동으로 꼽힌다. 주니어공학교실에서는 기초적인 과학 원리들이 어떻게 기술로 구현되는지 아이들이 스스로 깨닫게 도와준다.
LG화학은 전국 사업장 인근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화학캠프를 운영 중이다. 지금까지 40여차례 대회가 개최됐고, 참여 인력은 5000여명이 넘는다. 올해 열린 화학캠프에서 차세대 산업으로 각광 받고 있는 3D 프린터를 활용해 입체 미로를 직접 디자인하는 기회를 제공해 인기를 끌었다.
신한금융그룹은 지난 2012년부터 ‘금융경제교육을 대표 사회공헌 사업으로 선언했다. 학생, 취약계층 등 금융 지식을 꼭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신한이 가진 경험과 노하우를 전수해 사회 발전에 기여하겠다는 것이다.
포스코는 철강전문 기업의 특색을 살려 곳곳에 소외계층을 위한 시설인‘스틸하우스를 건립해 나가고 있다. 권오준 포스코 회장은 사회에 봉사와 나눔을 베푼다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자신에게 기쁨과 보람으로 되돌아 오는 것이 바로 나눔이 지닌 힘이라고 느낀다”고 말했다. 지극히 평범한 진리이지만 ‘베품을 실천한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보람이다.
갈 수록 차가워지는 우리 사회를 1도라도 따스하게 만드려는 이런 노력들이 나눔의 선순환 바퀴를 돌리기 위한 윤활유가 되고 있다.
[박용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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