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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덩이’ 그로저와 삼성화재의 전반기 역주행
입력 2015-12-23 06:01 
기다린 만큼 기대에 보답한 그로저의 전반기 맹활약이었다. 사진=MK스포츠 DB
[매경닷컴 MK스포츠 김근한 기자] 삼성화재의 ‘외인 신화는 여전했다. 지난 2년 간 성공 신화를 같이 이뤘던 레오의 이탈로 찾아온 초반 위기는 심각했다. 하지만 ‘독일산 폭격기 괴르기 그로저의 합류와 함께 전반기 순위 역주행이 시작됐다. 삼성화재는 실력과 인성을 모두 갖춘 ‘복덩이 그로저에 활짝 웃으면서 전반기를 마무리했다.
삼성화재는 시즌 12승 6패(승점 33)를 기록하면서 전반기를 3위로 마쳤다. 1위 OK저축은행과의 승점 차는 8점. 추격의 여지를 남겼다. 무엇보다 초반 외국인 선수 부재로 빠졌던 위기를 생각한다면 나름 만족스러운 결과다.
삼성화재는 임도헌 신임 감독 체제로 첫 시즌을 치러야 했다. 하지만 팀에 합류하지 않으 레오로 혼란에 빠졌다. 뒤늦게 그로저를 영입했으나 독일 대표팀 소속으로 유러피안 챔피언십 참가를 해야 했다. 곧바로 팀 합류는 불가능했던 상황. 그로저가 1라운드 3번째 경기부터 합류했지만 팀은 3연패에 빠졌다. 팀 역대 최악의 시즌 출발이었다.
하지만 그로저는 시즌 두 번째 출전 경기인 우리카드전에서 42득점 맹활약으로 팀의 시즌 첫 승을 이끌었다. 진정한 실력 발휘는 2라운드부터 시작됐다. 그로저는 2라운드 OK저축은행과의 경기에서 서브 득점만 무려 9개를 기록, V리그 역대 한 경기 최다 서브 득점 기록을 달성했다.
이뿐만 아니라 그로저는 2라운드 득점 1위(188점), 서브 1위(세트 당 0.95개), 오픈공격 1위(성공률 50.44%), 공격종합 3위(성공률 55.99%) 등 개인기록 공격 부문에서 대부분 상위권에 오르면서 2라운드 V리그 MVP로 선정되는 영광을 안았다. 팀의 2라운드 성적 역시 5승 1패로 반등이 시작됐다.
3라운드에서도 상승세는 이어졌다. 특히 3라운드 첫 경기인 OK저축은행전에서 그로저는 40득점과 시즌 두 번째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하면서 시몬과의 자존심 대결에서 승리했다. 삼성화재는 그로저의 상승세와 함께 토종 공격수 류윤식, 최귀엽의 경기력도 점차 좋아졌다. 3라운드 역시 막판 3연승을 포함해 5승 1패로 마무리했다.
그로저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크다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그로저가 보여준 경기력이 대단했던 것도 사실이다. 특히 그로저의 강서브는 상대 리시버들을 공포에 떨게 했다. 제대로 꽂히는 날에는 연속 서브 에이스를 밥 먹듯이 했다. 무회전에 가까운 그로저의 서브는 압도 그 자체였다. 임감독은 그로저는 서브를 때릴 때 약간 밀어 때리는 듯한 동작으로 공의 회전을 없애는 경우가 있다. 이러면 마지막 순간 공이 흔들린다”며 그로저의 서브에 엄지손가락을 세웠다.

이렇게 그로저의 맹활약과 함께 전반기를 끝냈지만 후반기 시작 상황은 약간 다르다. 삼성화재는 이제 그로저의 공백을 걱정해야 한다. 그로저가 2016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대륙예선을 위해 출국하기 때문. 그로저는 오는 29일 한국전력전을 치른 뒤 독일 대표팀에 합류한다.
그로저는 빠르면 다음해 1월 10일, 늦으면 13일에 귀국할 가능성이 높다. 그로저가 없는 사이 삼성화재는 OK저축은행(1월 1일)과 대한항공(1월 3일), 현대캐피탈(1월 9일) 등 상위권 팀과 연속으로 맞붙는 난관에 부딪힌다. 임 감독은 이 중 한 경기라도 승리하는 것을 목표로 세웠다. 토종 공격수들의 어깨가 무거워졌다. 또 다시 그로저를 오매불망 기다려야 할 상황이 됐다.
[forevertoss@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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