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강남 고급 단독주택 재건축·리모델링 붐
입력 2015-12-22 17:12  | 수정 2015-12-22 19:42
재건축 리모델링 공사가 진행 중인 강남구 삼성동 현대주택단지 전경. [김호영 기자]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지하 1층~지상 2층짜리 단독주택을 보유한 김 모씨(65)는 리모델링과 재건축을 두고 저울질하고 있다. 건축사무소에서 상담을 받은 결과 지금까지는 부부와 아들 가족이 각 층에 살았지만 작은 빌라로 다시 지으면 두 자릿수 임대수익률을 얻을 수 있어서다.
인근에 전용면적 300㎡ 넘는 2층짜리 단독주택을 소유한 이 모씨(64)는 2억원을 들여 고급 인테리어로 집을 꾸미는 등 리모델링을 한 후 임대했다. 보증금 2억원에 월세 수입은 1200만원에 달한다. 당장 들어간 인테리어 비용을 회수한 셈이다.
진짜 부자들이 산다는 강남 고급 단독주택가에서 리모델링·재건축 바람이 거세다.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강남의 대표적인 고급 단독주택 단지인 삼성동과 청담동 일대에서 단독주택 리모델링과 재건축 공사가 이어지고 있다.
일반 주택이든 고급 주택이든 공사비는 큰 차이가 없다 보니 자금 여력이 있다면 강남 알짜 땅을 사들여 리모델링이나 재건축을 한 후 임대를 해 6% 이상 수익을 낼 수 있고, 땅값 상승 여력까지 반영하면 실수익률은 더 높아질 수 있다.

단독주택 재건축·리모델링 붐이 이는 대표적인 곳은 '한국판 베벌리힐스'로 알려진 삼성동 현대주택단지다. 배우 전지현 씨가 지난해 6월 이 단지 2층짜리 단독주택을 70억여 원에 사들인 후 건물을 철거해 재건축하는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고급 주택을 전문으로 하는 한 중개업체 대표는 "총 28가구 규모인 현대주택단지는 제1종 전용주거지로 건폐율 50%에 용적률은 50~100%기 때문에 복층 대형 주택으로 다시 지을 수 있어 이를 염두에 둔 재건축 투자 문의가 들어오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고급 주택이다 보니 워낙 고가여서 거래가 뜸했지만 올해는 분위기가 바뀌었다. 인근 부동산 중개소들에 따르면 2007년 이후 지난해까지는 8년간 매매가 6건에 불과했지만 올해 들어선 여름에만 70억원 상당 거래가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강남구 표준지 공시지가는 지난해에 비해 5.29% 올랐고 삼성동은 6.3% 가까이나 올랐다. 삼성동 고급 주택은 한 채에 매매가격이 20억원 후반에서 90억원 선을 오간다. 땅값만 3.3㎡당 4000만원을 넘나든다. 대체로 대지 면적이 400㎡를 넘는 대형으로 전세금이 20억~30억원, 보증부 월세는 보증금 3억원에 월세 950만~1000만원을 오간다. 거래는 전문 중개인을 통해 알음알음 이뤄지는 게 대부분이다.
1985년 경기고 뒤편에 들어선 현대주택단지는 이준호 NHN엔터테인먼트 회장을 비롯해 강정석 동아쏘시오홀딩스 사장, 이동건 부방그룹 회장, 법무법인 대표 등 재계·법조계 인사와 송혜교, 김남주·김승우 부부 등 연예인들이 사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유명세를 탄 곳이다. 땅값만 3.3㎡당 3000만~4800만원을 오가고 대지 면적 496㎡(연면적 291㎡)인 곳은 보증금 5억원에 월세는 1100만~1300만원 선이다.
단독주택·빌라 재건축과 리모델링을 전문으로 하는 한 중소 업체는 "재건축 투자비용은 대지 지분을 기준으로 매기는 땅값이 거의 전부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싸게 지으려면 3.3㎡당 250만~300만원, 보통은 300만~350만원, 고급 주택은 350만~500만원 정도 들어간다.
청담동과 역삼동에서도 '재건축'을 내건 매물들이 시장에 나온다. 청담동은 대지 면적 441㎡ 단독주택 용지 가격이 3.3㎡당 6500만원에 달한다. 대지 면적 231㎡에 지하 1층~지상 2층인 단독주택은 28억원 선으로 시세는 제각각이다. 역삼동은 대지 면적 650㎡에 지하 1층~지상 2층 단독주택이 32억원 선이다.
고급 단독주택 투자도 동네마다 조금씩 다른 특징이 있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대표는 "삼성동에선 유명 연예인이나 재력가들이 실거주나 임대 목적으로 재건축·리모델링을 한다"며 "청담동에선 고급 레스토랑이나 부티크, 엔터테인먼트 사옥 등으로 개조하고 역삼동에서는 주택이나 미니 사옥으로 임대하기 위해 투자하는 경향이 있다"고 진단했다.
[김인오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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