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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굿 다이노> 미국 애니매이션의 유쾌한 진화!
입력 2015-12-22 10:29  | 수정 2016-02-11 14:05
[리뷰] <굿 다이노> 미국 애니매이션의 유쾌한 진화!


외모, 성향 뭐 하나 닮은 것이 없는 알로와 스팟. 우연한 사고로 엮이게 되면서 알로의 가족을 찾아 함께 모험을 떠나게 된다. 알로와 스팟은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여정 속 자연이 선사하는 엄청난 시련과 위대함을 맞닥뜨리게 되는데…과연 알로는 가족을 찾을 수 있을까?

영화 <굿 다이노>는 '만약 공룡을 멸종시킨 운석이 지구를 피해갔다면?'이라는 기발한 발상을 전제로 시작하는 이야기다. 평생 가족들의 품에서 자랐지만 외딴 곳에서 홀로 떨어진 공룡 '알로'는 매사에 소극적이고 신중한 반면, 야생에서 살아가는 법을 터득하며 혼자 살아온 야생 꼬마 '스팟'은 본능에 충실하게 움직이며 흡사 작은 짐승을 연상케 한다. 외모만큼이나 정반대의 성향을 지닌 '알로'와 '스팟'의 만남은 누구도 예측하지 못한 모험을 불러오며 대자연 속 눈부신 여정을 통해 서로에게 든든한 동반자로 자리 잡는다.


美애니매이션의 유쾌한 진화, <굿 다이노>


미국 할리우드 영화들이 가지는 압도적인 웅장함과 뛰어난 기술력은 '미국'이라는 거대한 제국이 가진 '소프트 파워(Soft Power: 문화적 영향력)'의 힘을 여실히 느끼게 해주는 부분이다. 할리우드 영화를 볼 때마다 '왜 우리는 저렇게 못 만들지?'라고 궁금해 한 적이 한 번쯤은 있지 않은가. 미국 애니매이션도 마찬가지다. 오랜 시간 미국 애니매이션은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되는 서사 구조를 특징으로 하며 '아메리칸 드림'을 관객들에게 선사하는 중추적 역할을 담당해왔다. 우리는 미국 애니매이션을 보며 무의식적으로 미국적 환상을 특징으로 하는 '백인' '미녀' '공주' 캐릭터에 빠져들곤 했다. 하지만 그러한 미국 애니매이션 특징에도 새 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했다. 2009년 디즈니는 <공주와 개구리(The Princess And The Frog)>를 내놓으며 최초의 '흑인' 공주 캐릭터를 탄생시켰다. 그리고 2015년 디즈니와 픽사는 <굿 다이노(The Good Dinosaur>를 통해 다시 한 번 애니매이션의 철학적 대변화를 보여줬다.

언어장벽을 깨고 정서적 교감을 보여주는 따뜻한 영화 <굿 다이노>


자국어를 바탕으로 만들어질 수밖에 없는 영화의 특징 상 어쩔 수 없는 부분도 존재하지만, 애니매이션 속 모든 캐릭터들은 '영어'로 소통한다. '슈렉'과 같은 괴물도, '토이스토리'의 장난감들도, 심지어 중국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 '뮬란'과 '쿵푸 팬더'도. 하지만 <굿 다이노>는 더 이상 '영어'만이 모든 세계를 꿰뚫는 '마스터 키'가 아님을 보여주며 신선한 장르적 변형을 꾀했다. 알로와 스팟은 영어를 사용하지 않고, '몸짓' '표정' 등 비언어적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서로 소통하며 우정을 쌓아간다. 이를 통해 <굿 다이노>는 '언어'를 뛰어넘어 존재할 수 있는 정서적 유대관계를 증명했으며, 섬세한 감정 표현과 교류를 표현하기 위해 말로 표현되지 않는 풍부한 언어를 성공적으로 담아냈다.

<굿 다이노>를 연출한 피터 손 감독은 "<굿 다이노>는 성장 영화다. 영화 속 캐릭터들은 같은 언어를 사용하지 않지만, 서로 소통할 수 있다. 서로의 내면을 들여다보며 사랑과 우정을 배우는 성장 과정을 담았다"고 밝혔다.

동물 같은 인간, 인간 같은 동물. 독특한 설정의 철학적 영화 <굿 다이노>


<굿 다이노>의 피터 손 감독은 "둘 관계를 소년과 강아지에 비유한다면 '알로'가 소년이고 '스팟'이 강아지라고 표현할 수 있다"는 답변으로 <굿 다이노>만의 관계 설정을 요약했다. 스팟은 네 발로 걸으며 혀를 내밀고 '헥헥'댄다. 마치 스팟은 진화가 덜 된 원시적 인간의 모습이다. <굿 다이노>는 '공룡'의 도움이 필요한 '인간'의 모습을 설정해 인간 중심적 세계관과는 반대로 진행되는 독특한 세계를 보여준다.

<굿 다이노>에서 보여 지는 세계와 인간 설정은 <굿 다이노>가 갖는 독창성과 철학적 위대함을 반영한다. <굿 다이노>에서 현실과 그대로 이어지는 힘의 역학이 반영된 지점은 찾을 수 없다. <굿 다이노>에는 오로지 '유대'와 '연대'만이 존재하는 따뜻하고 순수한 세계만이 담겨있다.

한국계 피터손 감독과 한국인 스텝 김재형 애니메이터가 창조한 새롭고도 완벽한 세계, <굿 다이노>에 한 번 쯤 빠져보는 것도 추천할 만하다. 101분. 전체 관람가. 2016년 1월 7일 개봉.

[MBN 뉴스센터 채혜선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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