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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묻고 2016 듣다] 허영택 KIA 단장 “투자: 가치, 육성, 성적”
입력 2015-12-22 06:01 
허영택 단장은 지난 2013년 10월 김조호 전임 단장의 뒤를 이어 KIA의 신임 단장으로 임명됐다. 올해는 광주-KIA 챔피언스 필드의 두 번째 시즌이기도 하면서 그가 KIA 단장으로 임한 두 번째 시즌이기도 하다. 사진=KIA 타이거즈 제공
[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한 바퀴를 열심히 달렸다. 그러나 누구는 잘 달리기도 했으나 누구는 넘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이 오래 달리기에 결승선은 없다.
현재 숨을 고르고 있을 뿐이다. 페이스 조절은 저마다 다르다. 누구는 초반부터 치고 나갈 테고, 누구는 막판 스퍼트를 노릴 테다. 끊임없이 달려야 하는 오래 달리기에 ‘정답은 없다. 저마다의 ‘방식이 있을 뿐이다.
다들 한 바퀴를 얼마나 잘 달렸을까. 그리고 더 잘 달리기 위해 어떻게 준비하고 있을까. 프로야구 10개 구단 단장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그들의 솔직한 자평을, 그리고 스케치 중인 밑그림을.<편집자 주>

▲2015년 : 기대 이상, 그러나 만족 없다
KIA의 2015년 전망은 어두웠다. 전력이 약화됐다는 평가 속에 최하위 후보로 거론되기까지 했다. 그러나 이게 웬걸. KIA는 ‘깜짝 개막 6연승을 내달리더니 시즌 막판까지 SK, 한화, 롯데와 함께 와일드카드 경쟁을 벌였다. 그들의 위치는 9위와 10위가 아니었다. 그 위치까지 내려가지도 않았다.
최종 순위 7위. 1년 전과 비교해 순위가 한 계단 올랐다. 승률은 4푼3리(0.422→0.465)가 상승했다. 승패 차감도 ‘-20에서 ‘-10으로 줄었다. 기대 이상의 선전이었다는 호평이 이어졌다.
허영택 단장은 어떻게 평할까. 올해는 다사다난 했다. 좋지 않은 환경과 부정적인 여론 속에 출발했는데, 예상 외로 끝까지 5강 싸움을 했다. 수고한 코칭스태프와 프런트에 고마움이 크다. 모기업에서도 긍정적인 방향으로 바라보고 있다.”
그렇다고 만족하는 건 아니다. 프로의 세계는 1등이 인정받는다. 결과적으로 KIA는 올해도 가을야구를 경험하지 못했으며, 정상에 오를 기회도 잡지 못했다. 허 단장도 냉철하게 판단했다. KIA뿐 아니라 (프로스포츠의)모든 구단의 목표는 우승이다. 당초 전망보다 나은 성적일 뿐이다. 회사의 시선도 그런 측면이다. 만족이라, 글쎄. 만족은 없다.”
그러나 KIA는 성적만 기대 이상으로 거두지 않았다. 광주-기아 챔피언스 필드로 이사한 지 두 번째 해, 흥행 바람도 조금씩 불기 시작했다. 경기 수가 늘었으나 메르스 등 몇몇 악재에도 관중이 66만3430명에서 71만141명으로 증가했다. 지난해 대비 관중 증감이 ‘플러스인 구단 중 하나였다.
모든 구단이 그렇듯 메르스 여파가 안타까웠다. 시즌 초반 (마케팅 등)실무 효과가 잘 나타났다. 후반에는 실무 효과가 떨어졌지만 5강 경쟁의 성적이 뒷받침됐다. 다들 수고한 가운데 생각보다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 1년 전보다 소통과 화합이 잘 이뤄졌다는 허 단장은 희망을 봤다.

KIA 타이거즈의 홈구장인 광주-기아 챔피언스 필드. 관중 편의 시설 확충을 위해 투자를 아끼지 않을 계획이다. 사진은 경기장을 가득 메운 야구팬들. 사진=MK스포츠 DB
▲2016년 : 백년대계를 향한 걸음
KIA는 지난 3월 25일 새 시즌 개막을 앞두고 의미 있는 행사를 했다. 중장기 발전 로드맵인 ‘TEAM 2020 비전 선포식이다. 2020년까지 선진 구단이 되기 위해 미래 성장 동력 창출-고개 행복 구현-최고의 경기력 실현-구단 경영 능력 강화 등 나아가야 할 길을 닦아나겠다는 것이다. 야구, 그 이상의 가치를 실현하겠다는 뜻이 담겨있다.
이는 허 단장 부임 이후 역점을 두고 추진하는 프로젝트다. 지난해 1년간 운영을 하니, 구단의 중장기 계획이 없더라. 그래서 ‘TEAM 2020이라는 로드맵을 짰다. 2015년은 (‘TEAM 2020의)토대가 된 첫 해다. 2016년은 본격적인 희망의 씨앗이 커질 해다.”
쉽게 말해 내실을 다지는 것이다. KIA는 ‘KIA 123+by 2020의 서브 슬로건도 내세웠다. 관중 100만명 돌파와 구단의 가치 20% 상승이라는 큰 목표가 있다(3은 뒤를 참조). 이를 위해 인프라 강화에 발 벗고 나섰다. 광주-기아 챔피언스 필드는 해마다 변신하고 있다.
올 겨울도 변신의 계절이다. 선수들의 경기력 향상 뿐 아니라 고객 편의시설을 대폭 확충한다. 프리미엄 서비스 좌석이 신설되며 테이블석도 2배 이상(297석→626석)늘어난다. 여기에 어린이 팬을 위한 놀이터도 늘어선다. 그 동안 샌드존, 풀장 등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던 KIA의 팬 서비스 향상을 위한 ‘투자다.
샌드존, 풀장 등 참신한 아이디어로 만든 고객 편의 시설에 대한 호응이 좋았다. 경기장 시설을 개선하는데 있어, 이제는 관중이 보다 쾌척하게 즐길 수 있는 환경으로 조성하려 한다. 그리고 (관중 증대 및 신규 관중 유입을 위해)어린이, 여성, 단체 등 세 가지 관중 유치에 중점을 두면서 관련 인프라를 늘리려 한다.” 허 단장은 인프라 확충을 위한 지속적인 투자를 공언했다.

KIA 타이거즈는 2020년까지 세 차례 포스트시즌에 나가는 게 목표다. 그리고 나아가 정상 탈환까지 꿈꾸고 있다. 사진=MK스포츠 DB
▲2020년 : 가을야구와 결실
KIA는 지난 2009년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으나 어느덧 포스트시즌 진출도 어렵기만 하다. 4년 연속 좌절이다. KIA의 ‘TEAM 2020은 전력 강화 및 경기력 향상도 주요 과제로 채택하고 있다. 때문에 KIA의 투자는 이쪽에도 소홀해 하지 않고 있다.
KIA는 최근 인프라 투자 속 장기 육성 계획을 발표했다. 퓨처스구장인 챌린저스 필드에 조명탑을 설치하면서 야구장 1면을 증축한다. 또한, 최첨단 재활센터를 지을 계획이다. 이를 위해서만 100억원 가까이를 쏟는다. 고액 자유계약선수(FA) 1명과 맞먹는 금액이다.
당장의 열매를 따먹는 그림이 아니다. 내가 추구하는 건 단번에 위로 올라갔다가 굴러 떨어지는 팀이 아니라 중장기적으로 꾸준하게 성적을 올릴 수 있는 팀이다. 삼성과 두산을 봐라. (인프라 및 육성에 투자해)결실을 맺는 두 팀에게 배울 점이 있다. (이들보다 늦었으나)우리도 중장기적인 투자 아래 육성에 힘써야 할 때다.”
KIA에 대해 투자에 인색하다는 목소리가 있다. 지난 2013년 말 이대형(kt) 이후 외부 FA를 영입한 사례가 없기도 하다. 그러나 KIA는 지갑을 잠그지 않았다. 윤석민, 이범호 등 잡을 때는 활짝 열었다. 그리고 ‘방향이 다를 뿐이다. 나나 감독이나 언제 그만둘지 모르나, 팀은 큰 틀대로 가고 있을 뿐이다. 긴 호흡 속에 멀리 내다보고 있다.”
물론, 성적을 등한시 하는 건 아니다. ‘TEAM 2020의 서브 슬로건에 담긴 또 하나의 목표는 2020년까지 세 번 포스트시즌 진출이다. 성적이 뒷받침되지 않고선 결실을 맺을 수 없다. 허 단장도 이 때문에 자신의 경영 평가점수로 60점이 채 안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 목표를 이루고자 노력하겠다고 했다.
기필코 2020년까지 세 번의 포스트시즌 진출을 위해 노력할 것이다. (우승할 수 있는 적기라면 외부 FA 등)과감하게 투자할 용의도 있다. 그때는 분명 (성적으로)결실도 맺을 것이다. 지켜봐 달라. 실망이 희망으로 바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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