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오피스텔 춘추전국` 단기임대 쏟아져
입력 2015-12-17 17:13  | 수정 2015-12-17 19:40
오피스텔이 빼곡하게 들어선 강남의 한 오피스텔촌 전경. [매경 DB]
'무보증금·호텔급 오피스텔…. 서울 강남구 전 지역 단기 임대 오피스텔 소개합니다.' 한 숙박 예약 애플리케이션에 등장한 소개 문구다. 강남 일대 역삼·논현·신사·대치·압구정 등 주요 동네 역세권에 있는 오피스텔 중에서도 1~2개월 단위로 계약을 하는 단기 임대 물량이 쏟아지고 있다. 공급이 넘쳐나는 가운데 오피스텔이 레지던스·호텔·모텔 등이 대세를 이루던 숙박 예약 서비스 시장에 등장한 것이다.
오피스텔 단기임대는 호텔처럼 가격에 따라 머물 수 있는 방 수준이 달라진다. 전용면적 22㎡ 정도인 원룸형은 보증금 42만원에 월세 42만원, 전용면적 52㎡형 방 두 개짜리는 보증금 95만원에 월세 85만원이다. 나머지는 거실에 복층, 베란다까지 갖춘 고급형으로 전용면적과 방 구조 등에 따라 보증금과 월세가 각각 100만에서 400만원 선을 오간다.
강남 역세권 오피스텔은 전용면적 22㎡형 기준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가 90만~120만원까지 형성돼 있다.
'단기임대·풀옵션·고급 인테리어'는 아주 새로운 현상은 아니다. 가을철 이사가 끝나고 대학가 방학이 시작되는 연말에 조금씩 나타났다. 방학 등으로 계약기간 1년을 채우지 못하고 이사를 가는 세입자들이 급하게 단기로 들어와 살 '대타 세입자'를 구하는 시기여서다.

하지만 최근 상황은 마찰적 현상이라기보다 월세 시대 가속과 관련이 깊다는 진단이다. 단기임대 전문업체 등장은 적지 않은 보증금을 걸어두고 월세를 내는 '보증부 월세'가 대세를 이루던 오피스텔 임대 시장이 이제는 순수 월세에 가깝게 변해가는 추세라는 얘기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공급된 오피스텔(예정 물량 포함)은 총 5만7612실로 지난해(4만2720실)와 비교하면 물량이 34.85% 증가했다. 반면 임대수익률은 2007년 이후 계속 떨어져 10월 말 5.70%를 기록했다. 공실에 따른 기회비용과 이자비용 등을 감안한 실질 투자수익률은 2~3% 선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오피스텔이 우후죽순 들어서지만 공실률이 걱정되는 상황에서 단기임대는 임대인(집주인)과 세입자 간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는 전략이기도 하다.
서울 서대문구 신촌동 A공인 관계자는 "대학가라 학기 중에만 월세가 몰리고 방학 때는 밀물처럼 빠졌지만 작년 말부터 인근 외국어학원을 비롯해 로스쿨·의전원 등을 찾는 수강생을 상대로 1~2개월 단위로 임대를 놓는 오피스텔 주인이 늘었다"고 말했다.
각종 취업 준비를 위해 찾아드는 학원 수강생들 외에 성형수술을 위한 관광객도 넘쳐나는 강남에서는 아예 단기임대를 전문으로 투자하는 사례도 있다. 신사동 인근 B공인 관계자는 "성형뿐 아니라 관광 목적도 있는 사람이 많아 호텔처럼 꾸민 고급 오피스텔도 단기임대 시장에 흔히 나온다"고 귀띔했다.
[김인오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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