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두산인프라 또 희망퇴직 잡음…이번엔 `금수저` `흙수저` 논란
입력 2015-12-17 16:36  | 수정 2015-12-18 09:37

신입사원까지 희망퇴직을 받아 논란이 된 두산인프라코어에서 최근 두산그룹 임원 자녀와 핵심 인력이 계열사로 이직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17일 재계에 따르면 두산인프라코어에 재직 중이던 100여명이 올 들어 (주)두산 두산중공업 등 두산그룹 내 다른 계열사로 이직했다.
이 가운데 두산그룹 임원 자녀들이 포함돼 있으며 지주회사인 (주)두산 출신 인력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을 요구한 한 두산 관계자는 "임원 자제와 (주)두산 지주 부문 출신들이 경력이나 업무 연관성이 낮음에도 불구하고 이익이 보장되는 사업부로 발령을 받았다"고 말했다. 특히 두산이 미래 먹거리로 생각하고 전력을 다하고 있는 (주)두산 면세사업 관련팀과 성과급 등이 보장되는 두산중공업 등에 최근 두산인프라코어 출신 인력이 다수 배치된 것으로 확인됐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올해 들어 지난 2월, 9월, 11월(기술•생산직) 총 세 차례에 걸쳐 퇴직 프로그램을 실시했고, 이번에 네 번째 희망퇴직을 18일까지 받고 있다. 계열사 간 이동은 주로 지난 9월 이후 두드러진 것으로 알려졌다. 두산그룹은 계열사 간 이동을 '사간 전출'이라고 칭한다. 이런 '사간 전출' 내용은 사내 인트라망에 게시되지 않아 가까이 일하는 사람들이 아니고는 알려지지 않고 지나가는 사례가 많다.

그러나 일부 임원 자녀들과 핵심 인력이 포함돼 있다는 내용이 알려지자 희망퇴직하는 사람들의 공분을 자아내고 있다.
한 두산인프라코어 직원은 "인력 구조조정에도 금수저 흙수저가 따로 있는 것 아니냐"며 분통을 터트렸다.
두산 측은 능력에 따른 인사라고 선을 그었다. 두산인프라코어 관계자는 "한 명이라도 희망퇴직 규모를 줄이고자 계열사에 부탁해서 인재들이 이동한 것"이라며 "계열사에서도 능력 검증을 거쳐 뽑아갔다"고 말했다.
두산그룹 관계자는 "계열사로 이동한 직원 중 임원 자녀로 확인 된 사람은 한 명뿐"이라며 "채용 과정에서 능력만을 고려했다"고 말했다.
이와는 별개로 의혹이 제기된 사례도 있었다. 두산 고위 관계자는 "모 임원 자녀는 정상적이지 않은 인사 절차를 밟았다가 절차가 중단된 일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외에 그룹 핵심 임원 자녀 중에는 당초 다른 계열사로 이동하기로 거론됐다가 취소된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최근 두산인프라코어 희망퇴직과 관련해 좋지 않은 여론이 생긴 점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두산 관계자는 "본인들이 타 계열사 전출을 거부했기 때문에 원위치가 됐다"고 해명했다.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이 지난 16일 입사 1~2년차 신입 직원은 희망퇴직에서 제외하겠다고 밝혔지만 더 큰 문제는 입사 3~5년차 직원들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들은 30세 전후로 다시 취업전선에 나서기에는 나이가 많기 때문이다. 특히 이들은 결혼 적령기에 있어 상대적으로 상실감이 크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두산인프라코어 관계자는 "3년차 이상은 경력을 인정받아 이직할 기회가 있지만 1~2년차는 경력을 인정받기 어려워 더 어려운 상황에 있다"고 해명했다.
[정욱 기자 / 박용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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