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만 해도 '억' 소리가 나왔던 수도권 신도시 아파트 분양권 시장이 이제는 잔칫상을 물리는 분위기다. 미국발 금리 인상과 금융당국의 돈줄 죄기 움직임이 감지되자 발 빠른 투자자들이 일찌감치 손을 털면서 일부 신도시에서는 분양권을 팔아도 분양가도 못 건지는 '마이너스 피(프리미엄)' 단지까지 나왔다.
위례와 광교 같은 '청약 불패' 지역에서도 웃돈이 절반 수준으로 고꾸라졌다. 이제는 꼭지를 넘어 완연한 조정기에 접어들었다는 게 현장의 공통적인 이야기다.
15일 매일경제신문이 올해 분양시장 열기가 뜨거웠던 수도권 주요 신도시 현장을 긴급 점검한 결과 지난 10월 집들이를 한 경기 화성 동탄2신도시 '신안인스빌 리베라' 전용면적 101㎡형은 분양가(4억4480만~4억7280만원)보다 많게는 1700만원, 적게는 300만원가량 낮은 금액에 팔려나갔다. 당초 미분양이 났던 타입이라 가격 하락세가 가파르다는 게 현지 공인중개사 설명이다.
웃돈이 최고 6500만원까지 치솟았던 '동탄 반도유보라아이비파크2차' 전용 84㎡ 프리미엄은 4500만원까지 내려왔지만 찾는 사람이 드물다. 인근 C공인 관계자는 "요즘 매수 문의는 거의 없고 매도하려는 사람만 많다"며 "앞으로 더 내려갈 분위기이니 지금 팔라고 이야기하지만 사려는 사람에게는 '아직 때가 아니니 사지 말라'고 하고 싶은 게 솔직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김포도 마찬가지다. 17일 전매제한이 풀리는 '김포한강신도시 푸르지오3차'는 전용면적 59㎡형 기준 웃돈이 400만~500만원 선이다. 분양권 중개수수료와 양도세까지 감안하면 거래 후 손에 쥐는 돈이 분양가보다 낮은 이른바 '마이너스 피' 분양권인 셈이다.
2억8263만~2억8843만원 선에 분양한 '김포 한강센트럴자이' 전용면적 70㎡에 붙어 있는 웃돈은 최저 300만원대에 그친다.
인근 A공인 관계자는 "모두 합쳐 3481가구에 이르는 대단지이다 보니 높은 웃돈이 붙기 힘들다"면서도 "내년 시장 전망이 올해보다 좋지 않을 것이라는 심리가 퍼지면서 웃돈이 좀처럼 뛰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과 올해 수도권 시장에서 청약 열풍을 일으켰던 위례·광교도 분위기는 잠잠한 편이다. 분양권을 사는 사람이 양도세까지 대신 내줄 정도로 '매도자 우위 시장'이라고 평가받는 위례에서는 웃돈이 반 토막 났다.
위례 일대 공인중개소 관계자들은 "한때 2억원에 달했던 위례 래미안 전용면적 120㎡ 웃돈이 지금은 1억원 초반까지 떨어졌다"며 "위례 힐스테이트를 포함해 최근 입주하는 아파트가 쏟아지면서 프리미엄과 전세금이 함께 추락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광교 역시 한때 1억원 선까지 부르던 웃돈이 5000만~7000만원 안팎으로 내려앉았다. 인근 공인중개소 관계자는 "특히 전용 100㎡를 넘어가는 중대형은 웃돈이 3000만원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곳들 공통점은 올해 공급과잉 우려가 나올 만큼 새 아파트 분양이 집중됐다는 것이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동탄2신도시에서 분양한 아파트는 총 2만766가구로 지난해 2391가구에 비해 8배에 달한다. 같은 기간 김포(2391가구→9649가구)와 광교(928가구→4321가구) 분양 물량도 급증했다.
늘어나는 미분양도 골칫거리다. 국토교통부 통계를 보면 동탄2신도시가 있는 화성시 미분양은 지난 10월 기준 2443가구로 연초보다 3배 가까이 뛰었다. 1월 648가구였던 김포시 미분양 주택도 2008가구까지 늘었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팀장은 "연말에 접어들면서 내년 시장에 대한 부정적인 전망이 쏟아져 나오는 상황에서 공급이 집중되다 보니 미분양이 늘면서 자연스럽게 분양권 값도 내려앉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장 분위기 변화에 민감한 투자자들이 빠르게 발을 뺀 결과이기도 하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분양권 시장은 대부분 단기 시세차익을 노린 투자자들이 주도한다"며 "서울 강남 재건축 시장처럼 주택경기를 먼저 타는 선행시장 성격이 강한데 이들이 금리 인상과 가계대출 여신심사 강화 대책 등 앞으로 터질 악재에 미리 반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으로 얼마나 분양권 가격이 더 떨어질지 모른다는 판단에 일부는 '손절매'까지 감수하면서 뭉칫돈을 회수하고 나섰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각종 규제가 본격화되는 내년에는 이 같은 시장 침체 분위기가 더 심해질 것으로 우려하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같은 수도권이라도 서울 접근성이 떨어지는 일부 신도시는 올해보다 가격 하락폭이 더 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태성 기자 / 김인오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위례와 광교 같은 '청약 불패' 지역에서도 웃돈이 절반 수준으로 고꾸라졌다. 이제는 꼭지를 넘어 완연한 조정기에 접어들었다는 게 현장의 공통적인 이야기다.
15일 매일경제신문이 올해 분양시장 열기가 뜨거웠던 수도권 주요 신도시 현장을 긴급 점검한 결과 지난 10월 집들이를 한 경기 화성 동탄2신도시 '신안인스빌 리베라' 전용면적 101㎡형은 분양가(4억4480만~4억7280만원)보다 많게는 1700만원, 적게는 300만원가량 낮은 금액에 팔려나갔다. 당초 미분양이 났던 타입이라 가격 하락세가 가파르다는 게 현지 공인중개사 설명이다.
웃돈이 최고 6500만원까지 치솟았던 '동탄 반도유보라아이비파크2차' 전용 84㎡ 프리미엄은 4500만원까지 내려왔지만 찾는 사람이 드물다. 인근 C공인 관계자는 "요즘 매수 문의는 거의 없고 매도하려는 사람만 많다"며 "앞으로 더 내려갈 분위기이니 지금 팔라고 이야기하지만 사려는 사람에게는 '아직 때가 아니니 사지 말라'고 하고 싶은 게 솔직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김포도 마찬가지다. 17일 전매제한이 풀리는 '김포한강신도시 푸르지오3차'는 전용면적 59㎡형 기준 웃돈이 400만~500만원 선이다. 분양권 중개수수료와 양도세까지 감안하면 거래 후 손에 쥐는 돈이 분양가보다 낮은 이른바 '마이너스 피' 분양권인 셈이다.
2억8263만~2억8843만원 선에 분양한 '김포 한강센트럴자이' 전용면적 70㎡에 붙어 있는 웃돈은 최저 300만원대에 그친다.
지난해 말과 올해 수도권 시장에서 청약 열풍을 일으켰던 위례·광교도 분위기는 잠잠한 편이다. 분양권을 사는 사람이 양도세까지 대신 내줄 정도로 '매도자 우위 시장'이라고 평가받는 위례에서는 웃돈이 반 토막 났다.
위례 일대 공인중개소 관계자들은 "한때 2억원에 달했던 위례 래미안 전용면적 120㎡ 웃돈이 지금은 1억원 초반까지 떨어졌다"며 "위례 힐스테이트를 포함해 최근 입주하는 아파트가 쏟아지면서 프리미엄과 전세금이 함께 추락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광교 역시 한때 1억원 선까지 부르던 웃돈이 5000만~7000만원 안팎으로 내려앉았다. 인근 공인중개소 관계자는 "특히 전용 100㎡를 넘어가는 중대형은 웃돈이 3000만원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곳들 공통점은 올해 공급과잉 우려가 나올 만큼 새 아파트 분양이 집중됐다는 것이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동탄2신도시에서 분양한 아파트는 총 2만766가구로 지난해 2391가구에 비해 8배에 달한다. 같은 기간 김포(2391가구→9649가구)와 광교(928가구→4321가구) 분양 물량도 급증했다.
늘어나는 미분양도 골칫거리다. 국토교통부 통계를 보면 동탄2신도시가 있는 화성시 미분양은 지난 10월 기준 2443가구로 연초보다 3배 가까이 뛰었다. 1월 648가구였던 김포시 미분양 주택도 2008가구까지 늘었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팀장은 "연말에 접어들면서 내년 시장에 대한 부정적인 전망이 쏟아져 나오는 상황에서 공급이 집중되다 보니 미분양이 늘면서 자연스럽게 분양권 값도 내려앉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장 분위기 변화에 민감한 투자자들이 빠르게 발을 뺀 결과이기도 하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분양권 시장은 대부분 단기 시세차익을 노린 투자자들이 주도한다"며 "서울 강남 재건축 시장처럼 주택경기를 먼저 타는 선행시장 성격이 강한데 이들이 금리 인상과 가계대출 여신심사 강화 대책 등 앞으로 터질 악재에 미리 반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으로 얼마나 분양권 가격이 더 떨어질지 모른다는 판단에 일부는 '손절매'까지 감수하면서 뭉칫돈을 회수하고 나섰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각종 규제가 본격화되는 내년에는 이 같은 시장 침체 분위기가 더 심해질 것으로 우려하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같은 수도권이라도 서울 접근성이 떨어지는 일부 신도시는 올해보다 가격 하락폭이 더 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태성 기자 / 김인오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