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로 희생된 야생동물의 털로 패션 아이템을 만드는 의류회사가 논란의 중심에 섰다. 동물을 도축하는 것보다 합리적이라는 입장과 비인간적이라는 동물보호단체의 주장이 팽팽하게 맞섰다.
15일 의류업계에 따르면 미국 보스턴에 본사를 둔 ‘쁘띠뜨 모르 퍼(Petite Mort Fur)는 ‘로드킬을 당한 동물 사체로 모자, 목도리, 다리 토시, 가방 등을 제작한다. 쁘띠뜨 모르 퍼는 사슴, 여우, 코요테 등 야생동물의 털을 사용한다. 상품에는 모피를 제공한 동물이 어디서, 언제 죽었는지가 기록돼 있다.
모자는 40만원(350달러)을 조금 웃돌며 목도리 중에는 300만원(2600달러)을 훌쩍 넘는 제품도 있다. 이 제품들은 온라인을 통해 미국 전역과 파리 등 유럽, 베이징 등에 팔려나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로드킬은 야생동물이 이동을 위해 도로에 뛰어들었다가 차량에 치어 죽는 것을 말한다. 미국에서 로드킬로 희생당하는 야생동물은 연간 3억6500만 마리로 추정된다.
쁘띠뜨 모르 퍼에 대한 논란은 설립과 동시에 시작됐다. ABC방송은 ‘로드킬을 패션으로라는 제목으로 회사를 소개하면서 윤리성에 대한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모피 수요가 지속적으로 늘고 있지만 차에 치인 동물을 패션에 활용하는 것이 옳은 지에 대해선 의견이 갈렸다.
회사 측은 모피 생산을 위해 동물을 도축하는 것보다 자신들의 방법이 합리적이라고 주장했다. 전세계 모피 산업의 규모는 350억달러(41조3600억원)이며 매년 5억마리의 동물이 희생된다는 것이다. 이를 구해내기 위해 로드킬을 당한 동물을 대체재로 사용하는 것이 낫다는 설명이다.
쁘띠뜨 모르 퍼 측은 수익의 1%는 야생동물의 통행을 위한 지하도를 설치에 기부한다”며 초과생산한 모피는 야생동물을 주제로 학생들을 교육하기 위해 기부한다”고 말했다. 이어 다음 세대는 우리보다 합리적으로 선택하고 로드킬의 위협이 적은 여행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동물보호단체 관계자들은 이에 대해 비판적인 의견을 내놓고 있다. 로드킬 자체가 인간의 편의에서 비롯된 희생이기 때문에 그들의 사체를 이용하는 것은 도덕적이지 못하다는 주장이다. 단체 관계자는 동물을 죽여 모피 옷을 입는 것보다는 낫지만 모피는 모피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매경닷컴 이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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