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전문가 키우는 대형마트의 풍경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입력 2015-12-14 15:33 
13일 서울 영등포동 롯데쇼핑 인재개발원에서 열린 ‘롯데마트 신선명장 경진대회’에서 우승자인 유병태 씨(사진 왼쪽)가 김종인 롯데마트 대표에게 본인의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제공=롯데마트>

연어의 느끼한 맛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남성 고객을 위해 얼큰하게 묵은지 찌개로 먹을 수 있는 연어를 준비해봤습니다. 깍둑썰기한 연어로 찌개를 끓여드시면 맛과 건강을 모두 챙기실 수 있습니다.”
13일 서울 영등포동 롯데쇼핑 인재개발원에서 열린 ‘신선명장 경진대회 대회장 현장. 롯데마트 구리점에서 온 유병태 씨(34)는 쉴새없이 회칼을 움직이며 심사위원에게 자신이 준비한 연어 활용법에 대해 설명한다. 수산 분야에 출전한 유씨를 비롯해 농산·축산·조리(HMR·Home Meal Replacement) 분야에 출전한 55명 예비명장들 앞의 화면에서는 최근 유행하는 TV 요리프로그램의 한 장면을 연상시키듯 남은 시간이 초단위로 줄어들고 있다.
신선명장 경진대회는 롯데마트가 지난해부터 신선식품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개최하고 있는 신선식품 전문가 양성프로그램이다. 올해는 각 점포의 내로라하는 신선식품 종사자 488명이 도전장을 냈다. 9:1이라는 높은 경쟁률을 뚫고 농산 14명, 수산 14명, 축산 15명, 조리 12명이 최종 라운드에 진출했다. 각 부문별 1~3등을 뽑은 후 분야별 1등 중 최종 명장 한명만을 선발한다. 명장은 상금 300만원과 함께 본점 트레이너로의 특진 기회까지 받는다.
명장 타이틀을 획득하기 위해 참가자들은 기발한 아이디어를 들고 나왔다. 외국인들이 많이 찾는 서울역점에서는 아보카도를 버터처럼 식빵에 발라먹는 방법을 제안하기도 하고, 롯데월드타워 바로 옆의 롯데월드몰점에서는 쇠고기 뼈로 롯데월드타워를 만들어 전시하기도 했다. 또한 참가자들은 최근의 다양한 식문화를 반영이라도 하듯 고기에 훈제 효과를 줄 수 있는 훈연기, 한쪽면만 익힐 수 있는 토치 등 각종 도구를 준비하는 열정도 보였다.
심사위원들의 심사 열기도 뜨거웠다. 특히 김종인 롯데마트 대표는 예정된 심사시간을 훌쩍 넘는 시간까지 참가자들에게 이런 상품이 기존에는 없었느냐”, 이런 트레이(쟁반)는 우리 매장에서도 구할 수 있는 것인가” 등 질문을 쏟아냈다. 그는 신선 분야의 전문성을 갖춘 사람이 우리 마트가 세계화하고 발전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작년의 경우 명장 수상자를 트레이너로 특진시키는데 그쳤다면 올해는 해외 소싱 전문가로까지 키우기 위해 해외 연수도 보낼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날 우승은 기존에 회와 구이용으로만 자주 쓰이던 연어를 묵은지 찌개, 생선까스 등 다양한 방법으로 만들어낸 점을 인정받은 구리점의 유병태씨가 거머쥐었다. 전에 있던 덕수점 수산코너에 처음으로 민물장어, 미꾸라지 등 민물생선을 도입하는 등 실험을 즐긴다는 그는 참치캔을 사먹는 가격이면 생연어로 찌개 2인분을 충분히 끓일 수 있다”며 처음에는 깍둑썰기된 연어를 의아하게 생각하던 고객들도 앞에서 찌개를 끓이고 있으면 금세 고개를 끄덕이며 사가더라”고 말했다.
농산·축산·조리 분야에서는 이병권(청주점)·이황희(김포공항점)·조성현(여수점) 씨가 각각 1위를 차지했다. [조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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