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익숙한 안정감’과의 결별, ‘야구 비즈니스’의 도전
입력 2015-12-14 06:02  | 수정 2015-12-14 09:38
제일기획으로 이관되는 삼성 라이온즈의 변화는 대기업들의 투자 리드로 성장해온 KBO 리그에 적지 않은 변화를 몰고 올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은 지난 10월31일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두산에 KS 우승을 내줬던 ‘정규시즌 5연패팀’ 삼성 선수들이 시상식을 지켜보고 있는 모습. 사진=곽혜미 기자
[매경닷컴 MK스포츠 이승민 기자] 프로야구 출범 33년 동안 가장 넉넉했던 씀씀이의 ‘큰손 구단, 삼성이 바뀐다.
삼성 라이온즈는 새해 1월1일자로 그룹 계열사인 제일기획으로 이관되면서 그동안 야구단의 독자 운영 형태에서 삼성스포츠단의 일원으로 편입된다. ‘수입을 창출하는 기업으로의 변모를 선언한 삼성의 변화는 오랫동안 모그룹인 대기업들의 투자 중심으로 성장해왔던 KBO 리그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부동의 국내 최고 인기 프로리그, 프로야구가 맞닥뜨릴 ‘도전의 순간이 멀지 않았다.
▲ 투자주도형→수익주도형, 구단운영의 ‘패러다임 바뀔까
이번 삼성의 변화는 야구판의 ‘중심이동을 일으킨다기보다 흐름의 변화를 가속화시키는 역할이다. 이 흐름의 시작은 불꽃처럼 강렬했던 KBO 역사상 최고의 ‘투자형 최강팀 현대 유니콘스가 2007년 해체된 후 선수와 프런트를 이어받아 히어로즈가 출범했을 때다. 견고했던 대기업 중심의 야구판에서 ‘독자 생존을 내건 히어로즈의 탄생은 기대보다 우려가 많았지만, 넥센 히어로즈는 결국 모두의 예상을 넘어서는 생명력과 규모로 안정화됐다. 엇갈린 평가 속에서도 분명한 사실은 넥센의 실험이 그동안 기존 구단들이 챙기지 못했던 ‘리그의 사업성 ‘구단의 자생 가능성을 조망했다는 것이다.
여기에 2011년, 대기업이 아닌 창사 15년의 젊은 IT기업 NC가 ‘제9구단 다이노스를 창단하면서 리그는 전혀 새롭지만 강력한 프런트를 만났다. 지난 5년 동안 NC는 1군을 합리화하고 2군을 상업화하면서 차별성이 감지되는 운영 트랙을 택했다. 가치 창출에 대한 전 방위적인 목표의식과 마케팅에서 기존 구단들보다 적극적이고, 독자적인 투자 여력에서 넥센과 다른 입장인 NC는 1군 진입 3년 만에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했고 올해는 페넌트레이스 2위에 오르는 초고속 성장을 일궈냈다.
수익이 생존의 문제인 넥센과 ‘스마트한 경영 논리에 집중하는 NC 프런트는 그동안 KBO이사회 테이블을 채웠던 ‘형님 구단들과는 확실히 다른 모델이다. 여기에 삼성스포츠단에서 새롭게 출범할 라이온즈가 군살을 빼고 전략을 실속화하면서 일정 부분 이들과 닮은 방향의 경영 마인드를 도입할 가능성이 커졌다. 그동안 ‘과감한 후원과 투자→우승에 주력했던 구단들의 최우선 목표가 ‘공격적인 기업경영→가치창출에 대한 논의로 빠르게 옮아갈 계기가 생긴 셈이다.
▲ ‘퓨처스리그의 산업화 vs ‘퓨처스팀의 시스템화
지난 9일 ‘KBO발전포럼에서는 단국대 전용배 교수가 발제한 ‘퓨처스리그의 발전 방향에 관한 세션이 큰 관심을 모았다. KBO 구단들의 장기적인 재정 자립 필요성을 역설하면서 퓨처스리그의 독립화 가능성과 방안을 제시했다. 퓨처스리그의 산업화는 누군가에게는 아직 먼 ‘장밋빛 미래, 그러나 또 누군가에는 당장 최고의 사업기술과 마케팅 역량을 집중하고 싶은 ‘당면과제다.

이날 패널석을 채웠던 각 구단 퓨처스팀의 현장과 프런트는 나란히 성장을 바라는 마음은 같았지만, 관심의 우선순위에서 차이를 보였다.
올해 퓨처스팀 최초의 유료경기를 치르는 등 독자 마케팅을 주도한 고양 다이노스는 프로야구 저변을 확대하는 ‘프로모션 첨병으로서 퓨처스리그의 독립적 성장과 산업화에 가장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는 팀이다. 그러나 아직 대부분의 구단들은 육성 시스템의 내실과 강화에 우선 목표가 있다. 올해 이천에 LG챔피언스파크를 오픈한 LG는 퓨처스팀의 훈련환경 개선과 시스템화를 올해의 최고 성과로 꼽았다.
퓨처스리그의 산업화와 퓨처스팀의 시스템화는 병행 가능한 목표지만, 어느 쪽에 우선순위를 두느냐에 따라 프런트의 정책 방향은 달라진다. 두산과 LG가 올해 잇달아 이천에 세운 베어스필드와 챔피언스파크는 1군의 성장 동력이 될 퓨처스팀의 육성과 관리에 집중한 입지다. 퓨처스리그의 자생과 성장을 목표한다면, 수요와 시장성을 찾아 중소도시와 연계하는 등 다른 노력이 필요하다.
퓨처스리그를 둘러싼 따질 것 많고 챙길 것 많은 이 화두는 구단들의 투자와 전략이 적극적인 ‘비즈니스모델로 변모하는 시발점이 될 수 있어 지켜볼 만한 부분이다.
NC는 퓨처스팀 고양 다이노스의 유료경기를 열고 치어팀도 별도 운영했다. ‘퓨처스리그의 산업화에 뚜렷한 정책 목표를 갖고 있는 NC는 ‘함께 할 팀을 원하지만, 아직 기존 구단들의 퓨처스팀에 대한 투자는 육성 시스템의 강화에 우선 집중되고 있다. 사진=NC다이노스 제공
▲ 삼성의 변화, ‘도미노의 시작될까
이번 겨울, 삼성이 한발을 빼고도 KBO의 FA시장은 너끈히 720억원을 돌파했다. 국내 10대 그룹을 모기업으로 하는 ‘골리앗구단들은 여전히 든든한 그룹 후원을 업고 독자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후발주자인 넥센이나 NC가 ‘다른 운영을 하는 것과 삼성의 시선이 달라지는 것은 기존 구단들에게 미칠 자극의 강도가 다르다. 몸집이 작아진 삼성이 내년 이후 조목조목 달라진 움직임으로 차별화된 성장 전략을 펼칠 경우, ‘자의반 타의반 기존 구단들의 혁신 역시 당겨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변화는 언제 다가올 것인가. 분명한 것은 모든 것이 달라질 그 순간, 야구인들이 얼마나 준비돼있느냐에 리그의 미래가 달렸다.
[chicleo@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