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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찰리브라운과 스누피...귀여운 어르신들의 귀환 `뭉클`
입력 2015-12-12 10:51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타임머신을 타고 시간을 거슬러 온 것 같다. 향수에 젖기 위해 찾았는데 어느 순간 이 귀여운 아이들과 강아지(1950년 10월2일 탄생했으니 실제 사람이라면 나이 지긋한 주인공들이지만) 이야기에 금세 동화되고 만다. 다시 순수하고 행복했던 어린 시절로 돌아간 것 같은 착각에 빠진다. 영화 '스누피: 더 피너츠 무비'다.
하는 일마다 엉망진창으로 만들어 버리는 소년 찰리 브라운. 전학 온 빨간 머리 소녀에게 첫눈에 반해 버린 소년은 과거를 잊고 새로운 모습의 찰리가 되어 소녀 앞에 나타나고 싶다. 하지만 찰리는 수줍음 많고 내성적이다. 또 잘 보이고 싶으면 일은 더 어긋나는 법. 하는 것마다 실수 연발인 찰리가 변하기란 쉽지 않다.
기말 댄스 파티라는 멋진 남자가 될 기회가 생기고, 찰리는 영원한 친구인 강아지 스누피의 도움을 받아 완벽(하려 했으나 그러지 못)한 무대를 선보인다. 언제나 그렇듯 쏟아진 음료에 미끄러지고 신발이 벗겨져 스프링클러에서 물이 쏟아져 내려 파티는 엉망이 된다. 찰리는 소녀 앞에 더 나서지 못하게 된다.
와중에 학력평가 시험 결과가 나왔다. 사상 처음으로 만점이 나왔는데 그 주인공이 찰리다. 그를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지고 찰리는 주목을 받는다. 또, 짝을 이뤄 해야 하는 독후감 숙제에 빨간 머리 소녀와 파트너가 됐다. 찰리에게 또 한 번의 기회가 왔다!
'스누피: 더 피너츠 무비'는 어른들뿐 아니라 전세대가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 우정과 사랑, 용기와 희망, 인내심과 솔직함 등등 아이들이 자라면서 필요한 것들을 이토록 잘 표현한 만화가 있을까 싶다.

과거 만화 캐릭터 기법을 그대로 재현해 투박해 보인다. 하지만 아기자기한 캐릭터들에게 사로잡힐 만하다. 낡아 보이는 그림 스타일은 더 정겹고 따뜻한 느낌을 전한다.
찰리가 소녀에게 고백하는 과정의 이야기에 더해, 스누피를 이용한 번외 에피소드도 담겨 보는 맛을 더한다. 스누피가 플라잉 에이스가 되어 우드스탁과 함께 붉은 남작으로부터 가상의 여자친구 피피를 구하는 액자식 구성이 흥미를 돋운다. 일종의 판타지 어드벤처랄까? 참견 잘하기로 소문난 루시, 어디서나 담요를 끌고 다니는 라이너스, 우등생 마시, 찰리의 동생 샐리 등을 만나는 재미도 당연히 빼놓을 수 없다.
'아이스 에이지', '리오' 등을 만든 미국의 전문애니메이션 제작사 블루스카이가 참여했기에 영화 시작 전 도토리를 향한 집념이 엄청난 다람쥐 스크랫의 우주여행이 등장하고, '스누피' 속 천재음악 소년 슈로더가 20세기폭스 로고가 등장하는 장면에 잠깐 출연하는 등 깜짝 콜라보레이션을 펼치는 것도 웃음을 안기는 포인트다. 귀에 꽂히는 음악들도 좋은데 '겨울왕국'에서 중독적인 선율을 선보였던 음악 감독 크리스토퍼 벡 등이 참여한 결과다.
작가 찰스 M. 슐츠(1922~2000) 별세 다음날인 2000년 2월13일까지 50년간 연재된 만화의 귀환을 상영시간 93분으로 만족하긴 아쉽다. 다음 편을 또 기대하는 건 욕심일까? 그래도 캐릭터 하나하나의 오리지널리티를 살리는 데 2년이 걸렸다는 데 이 한편으로 만족하긴 제작사도, 관객도 아쉬울 듯하다. '아이스 에이지 4: 대륙이동설'의 스티브 마티노 감독이 연출했다. 전체관람가. 24일 개봉 예정.
jeigu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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