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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팟캐스터] ‘판도라의 상자’ 전무후무, ‘고품격’ 음모론 방송
입력 2015-12-12 10:25  | 수정 2015-12-12 12:53
세상에는 텔레비전과 인터넷 방송, 유튜브 채널 등 다양한 비주얼 중심의 플랫폼이 존재합니다. 하지만 비디오가 아닌 오디오로 사람들과 소통하는 이들도 있죠. ‘팟캐스터라고 불리는 사람들의 인터뷰를 통해 그들이 진짜 하고 싶은 이야기를 들어봅니다.<편집자 주>


[MBN스타 유지훈 기자] 이소룡, 투팍, 엘비스 프레슬리는 정말로 죽었을까. 프리메이슨이라는 집단은 정말로 존재할까. 911테러는 미국 정부의 개입이 있었을까. 우리는 몇몇 사건과 관련해 끊임없는 의혹과 마주하고 숨겨진 진실이 무엇인지에 대한 궁금증을 품게 된다.

팟캐스트에는 이런 음모론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방송이 있다. ‘판도라의 상자는 애니메이션 스머프의 캐릭터인 익살이와 파파라는 닉네임을 가진 30대 두 남자가 대본부터 진행까지 모두 맡고 있다. 둘은 귀여운 닉네임과는 달리 진중한 목소리와 함께 흥미진진한 음모론을 펼친다.

2007년도에 음모론 관련 카페에 우연히 가입한 이후에 관심이 많이 생겨서 취미생활로서 오랫동안 관심을 두고 있습니다. 카페에서 활동하던 ‘익살이라는 닉네임을 그대로 가지고 왔어요.”(익살이)

저는 파파입니다. 그전에 직장을 다니기도 했는데 지금은 자영업을 하고 있습니다.. 저희 둘은 음모론 관련 온라인 카페에서 만났어요. 제가 그 카페의 운영자였거든요. 처음 녹음할 때는 여자 두 분이 더 있었는데 바쁘다고 그만 두시고 이제 저희 둘만 남았네요.”(파파)

‘판도라의 상자는 음모와 미스터리를 다루는 전문 팟캐스트다. 음모론 가운데 사실이라고 드러난 사건들, 역사 속 음모론, 소설 ‘오즈의 마법사 속 숨겨진 상징, 나치와 오컬트 등 한국에서 쉽게 접할 수 없는 음모론에 대해 집중적으로 다뤘다. 파파와 익살이는 이를 위해 대부분 영어 사이트나 영어 원서를 구매해 정리하는 쉽지 않은 과정을 거치고 있었다.

세계적으로 엘빈 토플러가 유명한 미래학자로 알려졌잖아요. 일본에는 하마다 히로유키라는 분이 있어요. 99년도에 그분 책을 읽고 큰 충격을 받았어요. 그 이후로 자체적으로 공부를 시작했죠. 외국 같은 경우에는 경제, UFO, 먹거리, 정치, 전쟁 등 이 있죠. 음모론도 굉장히 세분화 되어있어요. 저희도 공부를 안 할 수가 없어요.”(익살이)

‘파충류 외계인이 인간을 지배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IS는 용병으로 이뤄져있다라고 말하는 사람도 모두 음모론자라고 취급받죠. 음모론의 폭이 너무 넒은 것 같아요. ‘음모라는 단어만 놓고 보면 부정적으로 보이죠. 시간이 지나고 나서 볼 때는 모두 허무맹랑하다고 볼 수는 없어요. 시간이 지나고 나서 사실로 밝혀진 음모론도 있잖아요.”(파파)

음모론은 세상에서 진실이라고 알려진 신념들을 뒤집는데서 시작한다. 그 과정에서 종교와 사상이 얽히게 되고 몇몇 사람들의 날선 비난이 들리기도 한다. 음모론 카페에서 오랫동안 활동했던 두 사람은 많은 비난의 목소리에도 초연하게 대처하고 있었다. 그리고 팟캐스트 방송을 하는 것 역시 나름의 용기가 필요했다.

공개적인 활동인 팟캐스트를 하는 것에 대한부담감은 있죠. 작은 카페를 운영할 때도 여러 가지 공격들을 많이 받았어요. 정말 황당했죠. 제가 하는 활동이 사람들의 마음에 상처를 준다는 상상을 못했어요. 포털사이트를 검색하다보면 ‘누구누구 우리카페 가입 금지라고 되어있어요. 별의 별 것들이 다 있어요. 저를 사회주의 찬양자처럼 묘사하는 곳도 있고, 기독교인은 저한테 사탄이라고 하고, 일부는 제가 프리메이슨이라고 하고.(웃음) 스트레스가 많았죠. 제가 만든 카페에 누가 올린 글일 뿐이에요. 그게 제 의견은 아니에요.”(파파)

내용의 완성도가 떨어져서 잘못된 정보나 잘못된 시각을 전해줄 수 있다는 불안감이 있어요. 어떨 때는 준비를 잘 해오지만 미흡할 때도 있어요. 그럴 때는 부담스럽죠. 제도권에서 이야기하는 내용과 전혀 다른 것으로 설명하면 대체적으로 음모론이라고 취급받는 것 같아요. 그리고 때가 때이니만큼, 국내와 관련된 이야기는 안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익살이)

찾아보면 사실이라고 밝혀진 음모론도 많다. ‘1930년대 미 정부기관이 매독환자를 데리고 생체실험을 했다 ‘1919년 미국 FBI가 금주법 시행을 위해 술에 독극물을 탔다 ‘1970년대 다이아몬드 사업자들이 공급량을 조절에 가격을 조절한다는 과거 음모론 취급을 받았었지만 모두 사실이라고 밝혀졌다. 이렇게 보면 음모론은 우리 현실과 마냥 멀다고만 보기는 어렵다.

‘매트릭스라는 영화가 있었잖아요. 그 영화처럼 사람들은 자라면서 배우고 경험했던 것들이 모두 사실이라고 알고 있죠. 그러기를 바라기도하고요. 하지만 아닐 수도 있어요. 우리가 그 매트릭스를 깨드릴 수 있는 기회를 줄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물론 ‘이 사람들 미친 사람들이구나라고 생각하셔도 괜찮아요.(웃음) 처음부터 음모론자라고 손가락질 하지는 않았으면 좋겠어요.”(파파)

한 분이 아고라에 쓰신 글이 있어요. 저는 그 글을 인용하고 싶어요. 자기는 FTA를 반대하지 않는대요. 한창 FTA 찬반여론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던 상황이었거든요. ‘저 멀리서 어마어마한 쓰나미가 몰려오면 당신은 어떻게 하겠냐. 거기서 서서 쓰나미를 반대한다고 시위를 하겠냐. 그럴 사람은 없다. 빨리 도망치는 게 맞다는 내용이었어요. 저는 사람들에게 이런 쓰나미들에 대해서 이야기해주고 싶어요. 세상에는 이런 쓰나미가 많아요.”

두 사람은 팟캐스트 ‘판도라의 상자외에도 음모론 카페, 국내에서는 다루지 않는 해외 뉴스를 제공하는 사이트인 ‘컨스피러시 뉴스도 함께 운영하고 있다. 누군가는 그들을 ‘여러 이야기를 짜깁기한 무책임한 호사가라고 취급할 수도 있다. 하지만 두 사람은 적절한 근거를 두고 선을 넘지 않는 한에서 이야기를 풀고 있다. 중요한 것은 ‘판도라의 상자가 사실여부를 떠나, 듣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즐거움을 선사한다는 것이다.



* ‘판도라의 상자

2014년 3월3일 ‘Ep 1. 검증된 음모가 존재하는가?로 첫 방송. 12월5일 ‘Ep 17. CIA 와 반 문화까지 휴식기 없이 방송 진행 중. 주 1회 비정기 업로드.

*‘팟캐스트는 애플의 아이팟(iPod)과 방송(broadcasting)을 합성한 신조어다. 주로 비디오 파일형태로 인터넷을 통해 콘텐츠를 제공한다. 안드로이드 기기에서는 ‘팟빵 어플리케이션으로, 애플 기기에서는 ‘Podcast 앱으로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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