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세수확보라도”…원유 감산 대신 증산 택한 OPEC
입력 2015-12-11 15:35 

국제 유가가 5거래일 연속 떨어지면서 날개없는 추락을 계속하고 있다. 단기적으로 유가 바닥을 점치기 힘들다는 분석까지 나올 정도다.
10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2016년 1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전거래일보다 40센트(1.1%) 하락한 배럴당 36.76달러에 마감했다. 2009년 2월 이후 6년 10개월래 최저치다. 런던 ICE 선물시장에서 거래되는 1월 인도분 브렌트유도 41센트(1.0%) 떨어진 배럴당 39.70달러선까지 밀려나 7년만에 심리적 지지선인 배럴당 40달러선 아래로 곤두박질쳤다. 두바이유는 배럴당 35달러선까지 밀린 상태다.
이처럼 국제 유가가 브레이크 없는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지만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들은 지난달 오히려 생산량을 늘린 것으로 드러났다. CNBC 등 미 언론에 따르면 지난 11월 OPEC 회원국들의 일일 생산량은 3169만5000배럴을 기록했다. 지난 4일 OPEC 회원국들이 합의한 일간 3150만배럴의 산유량 쿼터를 넘어선 수치로 지난 2012년 4월 이후 3년 6개월래 가장 많은 일평균 생산량이다.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가 생산량을 다소 줄였지만 이라크 생산량이 크게 늘어나면서 OPEC 전체 생산량이 증가했다. 세수 확보에 혈안이 된 산유국들이 다소 시간이 소요되는 감산을 통한 유가 상승반전을 노리기보다는 당장 생산량을 늘리는쪽에 방점을 찍으면서 감산은 물건너갔다는 진단이다. 원유시장 점유율을 지키기위한 OPEC과 비(非) OPEC 산유국간 ‘치킨게임속에서 산유국들의 출혈경쟁이 계속될 수 밖에 없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OPEC 월례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비 OPEC 국가들의 일일 원유 생산량은 5751만배럴로 지난해보다 100만 배럴 증가했다. 국제유가가 생산원가에도 못미치는 한계 상황이 이어지면서 산유국들의 재정 압박은 한층 가중될 전망이다. 영국, 캐나다, 브라질의 생산비용은 모두 40달러 이상으로 국제유가 시세보다 높아 기름을 팔면 팔수록 손실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다. 손익분기점 가격이 상대적으로 낮은 사우디, 쿠웨이트, 아랍에미리트 등도 저유가 후폭풍 영향권에서 결코 자유롭지 못하다. 올해 사우디 재정 적자는 1300억달러를 기록해 국내총생산(GDP)의 19.5%에 달할 전망이다. 경제 전문가들은 OPEC 감산 합의에 부정적 입장을 보여온 사우디 조차도 심각한 재정 압박을 받고 있다는 점에서 사우디 저유가 도박이 역효과를 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뉴욕 = 황인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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