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정종욱 "흡수통일은 재앙"…왜?
입력 2015-12-11 15:01 
정종욱 통일준비위원회(약칭 통준위) 부위원장은 10일(현지시간) "흡수통일은 한국과 미국이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을 초래할 뿐만 아니라 북한에 재앙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방미 중인 정 부위원장은 이날 미국 워싱턴D.C. 헤리티지재단이 주최한 한반도 통일 세미나에서 이같이 밝히고 "우리가 바라는 것은 북한을 동반자로 삼아 평화통일의을 추구하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정 부위원장은 "통준위 내의 북한 전문가들은 그동안 다양한 형태의 시나리오를 연구해왔다"며 "그러나 결론적으로 흡수통일은 한국은 물론이고 미국도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을 초래할 것이라는데 의견이 모아졌다"고 말했습니다.

정 부위원장은 특히 "단순히 통제할 수 있느냐 마느냐의 문제는 아니다"라며 "보다 중요한 문제는 북한 내에 재앙이 일어날 가능성"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재앙'의 형태로서 "조직화된 군(軍)이 민간인들을 학살하는 것을 비롯해 다양한 형태의 극단적 폭력사태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그는 "우리가 원하는 것은 평화통일이며 북한이 이 같은 통일을 실현하는 노력의 동반자가 되길 바란다"며 "이론상으로는 비(非)평화적 방법에 의한 통일을 비롯해 모든 가능성이 있을 수 있지만, 통준위는 통일은 평화적인 것이어야 한다는 전제 하에 활동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정 부위원장은 이어 "평화통일로 가는 길에 위험이 있다는 것을 알지만, 다른 대안이 있을 수 없다"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정 부위원장은 "통일은 이성적 선택의 문제가 아니며 민족의 열망이자 민족의 운명과 직결된 것"이라며 "박근혜 정부가 추구하는 것은 지금 한국 사회 내에서 약화되고 있는 통일 열망을 다시 복원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정 부위원장은 현 정부 임기가 끝난 이후에도 통준위 조직이 존속하는 것이냐는 질문에 "그러기를 희망한다"고 말했습니다.

통준위 외교안보분야의 민간위원을 맡고 있는 문정인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한국시간으로 11일 개성에서 남북 차관급 회담이 개최되는 것을 "긍정적 신호"라고 규정하면서 "박근혜 대통령이 추구해온 '원칙있는 관여' 정책이 작동한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진보성향 학자로서 현 정부의 대북정책에 비판적 입장을 취해온 문 교수가 이처럼 박 대통령의 대북정책 기조를 긍정적으로 평가한 것은 이례적입니다.

문 교수는 "그동안 박 대통령의 대북정책에 비판적이었지만 결과적으로 박 대통령이 원칙있는 관여정책을 통해 북한을 협상장으로 끌어내고 비록 느리기는 하지만 남북관계를 진전시키고 있는 점은 인정할 수 있다"며 "박 대통령은 북한이 꺼려하는 비핵화와 인권문제를 제기하면서 남북간 신뢰구축 프로세스를 병행해왔는데, 이것이 결과적으로 작동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문 교수는 그러나 "가장 중요한 변수는 북한 핵문제"라며 "개인적으로 볼 때 이 문제는 전적으로 6자회담 재개에 달려있다고 보지만 미국이 움직이려고 하지 않는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이어 금강산 관광 재개가 남북관계 개선의 중요한 돌파구가 될 것이라고 보고 "관광이 재개되면 남북관계가 훨씬 부드러워질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통일준비위원회 경제분과 전문위원인 김병연 서울대 경제학부과 교수는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속에서도 북한 경제는 최근 4년간 성장을 거듭해왔다"며 "이제는 관여정책이 필요한 시점으로 보인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이어 "통일이 궁극적으로 실현되려면 사회적 규범 차원의 통일이 필요하고 그러려면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며 "그런 측면에서도 북한에 대한 관여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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