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M+금주의 신간] 찰나와 찰나의 모음 ‘일요일과 나쁜날씨’
입력 2015-12-11 10:42  | 수정 2015-12-14 17:35
[MBN스타 금빛나 기자] ◇ 일요일과 나쁜 날씨 = 시인이자 작가, 출판인이자 이 시대의 지식인으로 왕성하게 활동한 장석주의 신간 시집 ‘일요일과 나쁜 날씨가 발간된다.

‘일요일과 나쁜 날씨는 과거-현재-미래를 지금의 우리 앞으로 일순간에 소환한다.

시인은 ‘자두나무라는 지배적 상관물을 통해 우리의 장엄한 시간이 결국 찰나와 찰나의 모음이라는 사실을 상징한다. 자두나무의 삶은 380만 년을 이어온 인간의 역사와 자연스레 역치된다. 시인은 이 모든 게 합해지고 섞여드는 공간을 나무 한 그루로 위치시킴으로써, 그 자리에 붙박여 타자를 바라봐야 하는 시선을 독자에게 강제한다. 독자는 모호성의 세계로 초대되어, 자두나무에서부터 시작되는 시적 미로에 빠진다.

장석주 시인은 ‘자두나무 ‘일요일 ‘야만인 등의 시어를 시집의 지배적 단어로 배치하면서 그것에 오래 숙련된 감각을 부여한다.


장석주. 민음사. 172쪽. 9000원.

◇ 김명호의 생물학 공방 =김명호의 생물학 공방 챌린더 딥 해연의 존재를 세상에 드러낸 챌린저호 탐사에서 시작해, 미지의 세계에서 살아가는 다채로운 생물들과 그들의 신비를 밝혀내고자 노력했던 과학자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담은 ‘과학 만화이다.

고생대 바다에서 태어나 대멸종의 위기도 꿋꿋이 이겨낸 느릿느릿 바다나리에서부터 수많은 인류의 목숨을 구한 살신성인의 투구게, 200년간 과학자들을 혼돈 속에 빠트렸던 초감각의 소유자 박쥐에 이르기까지, 지구 곳곳에서 은밀하게 살아가고 있는 신비롭고 매혹적인 생물들의 세계가 만화가의 철저한 고증과 섬세한 그림체로 화려하게 펼쳐진다.

‘김명호의 생물학 공방을 쓰고 그린 김명호 작가는 ‘이종필 교수의 인터스텔라 ‘하리하라의 과학 24시을 비롯한 과학 대중서부터 어린이 과학 월간지인 ‘과학쟁이까지 다양한 과학 관련 매체에 삽화 및 연구 윤리 정보 센터, 엔씨 소프트 홈페이지 등에 과학과 관련한 여러 주제의 만화를 연재한 바 있다.

김명호. (주)사이언스북스. 184쪽. 16500원


◇ 보건교사 안은영 = 참신한 상상력과 따뜻한 이야기로 독자의 사랑을 받아 온 소설가 정세랑의 새 장편소설 ‘보건교사 안은영이 ‘오늘의 젊은 작가 시리즈의 아홉 번째 책으로 출간됐다.

소설은 제목 그대로 사립 M고의 보건교사 안은영을 주인공으로 한다. 특별한 것 없는 직업과 평범한 이름이지만 안은영은 보통의 보건교사가 아니다. 동시에 자신만이 볼 수 있는 것들을 처치하고 쫓아내며, 또는 위로하는 ‘퇴마사의 운명에도 충실히 복무한다.

안은영은 남들이 볼 수 없는 것을 어릴 때부터 보아 온 퇴마사이자 심령술사이다. 필히 어둡고 서늘한 면모를 보일 것 같은 캐릭터이지만, 안은영은 퇴마사로서의 전형성 이전에 한 인간으로서의 고유한 성격과, 교사로서의 직업의식을 먼저 갖고 있는 여성이다. 발랄함과 굳건함, 코믹함과 용감함을 모두 지닌 여성 캐릭터이다. 그녀는 플라스틱 칼과 비비탄 총으로 악귀와 혼령을 물리치며, 통굽 슬리퍼를 신고 뛰어다닌다. 급할 때는 맨발로 스타킹이 찢어지도록 뛰기도 한다. 학생들의 갖가지 고민을 스스럼없이 들어주며, 엇나갈 것 같은 학생들은 자신만의 방법으로 지도한다.

수동적이지 않고 주체적이며, 감상적이지 않고 감각적인 캐릭터 안은영은 소설속에서 빛나며 독자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간다.

정세랑 장편소설. ㈜민음사. 280쪽. 13000원


금빛나 기자 shinebitna917@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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