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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김의 야구컨디셔닝] 국가대표 ‘캡틴’ 정근우의 조용한 리더십
입력 2015-12-11 08:37  | 수정 2015-12-11 08:44
‘프리미어12’ 초대 챔프에 오른 한국팀의 주장 정근우는 유쾌한 에너지로 팀의 활기를 유지하고 훈련에서는 조용하게 솔선수범하는 리더의 역할을 부지런히 해냈다. 사진=옥영화 기자
정근우(33·한화)는 2013시즌까지 SK에서 뛰다가 FA 계약을 통해 2014시즌부터 한화 이글스 유니폼을 입었다. 예전의 정근우를 떠올리면 몸이 작고 다부지면서 단단함이 느껴지는 인상이었다. 개인적으로는 이번 ‘프리미어12 국가대표팀에서 처음 만났다. 조금 서먹하게 시작했지만, 이대호와 정근우가 트레이너들에게 고맙다며 식사를 함께 하면서 친해지게 됐다.
정근우는 첫 인상과는 다르게 유쾌하고 속이 깊은 스타일이다. 에피소드 하나가 생각난다. 대만 예선기간 중 숙소에서 타이중 인터콘티넨탈구장으로 이동할 때는 거의 2시간이 걸렸는데 정근우는 2시간 내내 떠드는 왕성한 스태미너를 뽐냈다. 정근우의 대표팀 내 유일한 동기였던 이대호와 팀 동료 이용규가 피곤해서 잠을 좀 자려고 했는데 2시간 동안 1분도 쉬지 않고 떠들어 잠을 못 자게 만들었으니 성적이 안 나오면 책임지라”고 '항의'해 버스 안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물론 이대호와 이용규는 정근우와 함께 ‘수다를 나눈 파트너들이었다.
한바탕 같이 웃고 난 후, 내 직업은 트레이너라 그때 다른 생각을 했던 것 같다. 항상 규칙적인 생활이 가능했기에 힘든 일정 속에서도 자신만의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하는.
‘프리미어12 대표팀에서 내가 맡은 역할이 야수들의 트레이닝 파트라서 정근우의 움직임을 조금 더 자세히 볼 수 있었다. 이번 대표팀에서 야수의 트레이닝 목표는 달리기 자세 교정과 지면반력을 이용해 달리는 동작을 익히게 하는 것이었다. 좋은 자세로 달리는 것은 야구뿐만 아니라 모든 스포츠의 기본이다. 이런 기본적인 동작을 교정하지 않고 무작정 달리기를 하게 되면 기술적으로도 나쁜 영향을 미치게 된다. 아주 기본적인 동작을 설명하는데도 집중력 있게 듣고 자신들의 문제를 고치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는 국대 야수들의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고 보기 좋았다.
그 중 시간이 지나면서 정근우의 동작이 눈에 띄게 향상 되는 것이 느껴졌다. 단기간의 이런 변화는 그냥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운동에 매우 집중을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 주는 결과다. 이런 집중력이 태극마크의 단골 플레이메이커, KBO 최초의 10년 연속 20도루를 만든 원동력이 아닐까 생각해 봤다.
정근우는 게임 전이나 연습 중 트레이닝을 할 때 다른 선수들과 느긋하게 어울리기 보다는 본인이 가장 먼저 러닝 장소에 와서 당일의 운동 스케줄을 확인하고 열심히 모범을 보이는 캡틴 역할을 부지런히 수행했다. 티나지 않지만 조용하게 해낸 리더의 몫이었다. 지켜 볼수록 작은 몸집의 핸디캡을 극복하기 위해서 누구보다 열심히 자신만의 스타일을 만들며 운동에 최선을 다하는 선수임이 느껴졌다.
기대 이상의 성과와 극적인 경기 모습으로 국민들에게 큰 기쁨을 주었던 이번 대표팀. 솔선수범했던 주장 정근우가 선수들을 잘 이끌어 한데 뭉치게 하면서 좋은 결말을 만들어냈던 것 같다. 그는 이제 소속팀 한화로 돌아갔다. 이번 겨울에도 공격적인 전력보강 소식이 들리는 팀이다. 고마웠던 ‘국대 캡틴 정근우의 내년 시즌, 더 멋진 모습과 많은 활약을 기대해본다. (김병곤 스포사피트니스 대표/‘프리미어12 대표팀 트레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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